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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심장이 요동친다

by 자스민

불안감이 밀려올 때면 가장 먼저 심장이 반응한다. 이유를 정확히 알기도 전에 가슴이 요동치고, 몸은 이미 위기 신호를 보낸다. 생각은 뒤늦게 따라오지만, 그 짧은 순간에 나는 이미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


불안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별일 없는 하루,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는 순간에도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얕아진다. 머릿속에서는 ‘괜찮다’는 말이 반복되지만, 심장은 그 말을 믿지 않는 듯 더 빠르게 뛴다. 손끝이 떨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던 표정마저 어색해진다. 불안은 이렇게 몸부터 점령한다.


예전에는 이 요동을 부끄러워했다. 왜 이렇게 약할까, 왜 나는 남들처럼 담담하지 못할까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이 심장의 소란은 나를 망가뜨리려는 신호가 아니라, 나를 지키려는 본능에 가깝다는 것을. 위험을 감지하면 몸이 먼저 반응하고, 나를 깨우기 위해 심장은 더 크게 뛰는 것이다.

불안한 순간마다 나는 잠시 멈춰 심장의 소리를 듣는다. 억지로 진정시키려 애쓰기보다, “지금 많이 놀랐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말을 건넨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요동은 조금씩 잦아든다. 불안을 없애려 할수록 더 커졌고, 인정해 주었을 때 비로소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이제는 안다. 불안이 밀려와 심장이 요동치는 날도, 그 안에서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버티고 있다는 것을. 완전히 평온하지 않아도 괜찮다. 흔들리면서도 다시 중심을 찾는 법을, 나는 그렇게 천천히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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