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

문득, 옛 기억...

by 조은결

내 인생은 태어난 순간부터가 '덤'이었을까?
목에 두 번이나 감긴 탯줄을 플어 숯덩이 같은 갓난아기가 '아앙~'하면서 숨을 튼 그 순간.

그 순간이 아니라면
내 나이 6살
뇌농양으로, 살아도 식물인간 일거라는 아빠가 막내의 기도로 수술도 없이 기적처럼 퇴원하셨던 그 순간부터였을까?

아빠 없이 고달프게 살지 않아도 되는 순간부터가 덤이었을까?

아님
약을 먹고도 밤새 토를 하다가
살았던 고등학생 때의 그날 밤 이후였을까?
모든 걸 그렇게 게워낸 날
우리 엄마는 딸이 오랫동안 약을 모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셨을까?
밤새 토를 하는 이유가 약을 먹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셨을까?
왜 그렇게 토를 하는데 옆에서 곤히 잠을 자고 계셨을까? 엄마는 엄마대로 하루가 피곤하셨을 게지.
그나저나 나는 그날 그 많은 약을 먹고도 왜 멀쩡히 살게 됐을까?

문득 오늘 그날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진짜 덤이었을까?
엄마는 자는데
신은 차마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었을까?

나도 내 딸이 고통을 게워내는 순간에 혹시 잠을 자고 있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