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를 실험하다 스스로 시험에 들게 하지 말고.

한계

by HYUN

한계를 알아챈 순간 이미 늦었을 거야. 한계의 생김새를 확실히 알기 위해선, 스무고개를 넘어도 턱 없이 부족할 거라 생각해. ‘끝을 보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끝이 보이는가. 끝이 아닐 때조차 착각하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도 해. 사랑하는 사람이 크게 아프면, 사랑의 몰입이 오라를 만들어. 알 수 없는 것까지 알게 되는 초인적인 감각이 생겨나기도 하고! “못할 건 없어. 하지 않을 뿐.”


“지칠 때도 됐지.” 하며 어쩌지 못할 때도 있지. 자신의 한계가 아닌, 제약에 부딪히는 거라면 다르니까.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는 것만 같아. 개선의 여지가 없고, 여력이 없을 수 있잖아. 직장인의 퇴사 사유 1위는 다름 아닌 동료야. 함께 일하는 사람이 그만큼 중요한 거지. 오래전 퇴사하던 날 상사와 나눈 대화에서 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화가 김환기의 작품에 대해 말했어. 작품 제목은 친구 김광섭의 시 ‘저녁에’에서 마지막 구절이라고 하던데. 이 작품 이야기를 통해 내심을 드러내고 싶었던 거야. 무리 속 고립감을 느끼며 힘들었다고. 특별한 사람이 아니어도 언제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말야.


드러난 한계를 본 후론, 그만둘 때를 봤지. 끝을 모르듯 작업하는 지금의 내 모습과는 크게 다르지? 돌이켜 보니 책임과 희생을 동의어처럼 쓰는 것이 인상에 남아. ‘한계를 뛰어넘어’라는 아이돌 노래의 가사는 자주 쓰는 설정값 같던데. 내 안에 주문이라면 힘이 될지도 모르지. 희망이 낙망으로 바뀌지 않게, 복선을 알면 좋겠어. ‘대체 내게 뭘 더 바라나.’ 같은 의문이 들면, 다음을 기대하지 말아야 실망도 없지 않을까?


이것저것 다 떠나, 네가 병들지 않았으면 해. 한계를 실험하다 스스로 시험에 들게 하지 말고. 약의 용량과 용법에 따라 복용해. 내성이 생기면 대체약도 없으니까. 갈 데까지 가다 오 갈 데가 없어지면 어떡해. 마음이 바닥나기 전에 자주 만나자. 언니가 끝 갈 데 모르는 마음을 달래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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