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모든 일은 시선의 마주침으로 시작돼. 작은 거인의 등장 같은 발단. 그래, 오늘의 단어는 만남이야. 첫 만남에 건넨 첫마디가 기억나니? 설레이는, 애틋한, 반가운, 불편한 만남.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세기의 만남이 있는가 하면, 우연한 만남이 아니길 바라는 사랑 노래 속 주인공도 있어. 만남은 여러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단어야.
만남에는 여러 감정이 있기도 해. 혼밥, 혼술 등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해지던 무렵, 코로나가 터졌잖아. 그러자 친구를 만날 날을 간절히 바라게 되었어. 접촉이 차단된 시간이 만든 역설적인 현상인 거지. 독서, 러닝, 어학 공부 등 소모임은 다시 많아졌어. 팬데믹을 겪고 난 후 사회적 만남에 욕구는 더욱 커진 거야.
“조만간 만나자.”라며 헤어질 때마다, 약속하는 친구들과의 만남은 안식이 있지. 달콤한 꿈 이야기보다는 독한 술을 마시며 하는 한탄. 그런 걸 또 누구와 하겠어. 비틀댈 때나 바로 서 있을 때나, 똑같이 대해주는 건 친구인데. 이제 “좋은 사람 만나”란 말이 잔소리로 안 들리는 유일한 사람도 친구야.
나를 일으키게 한 계기도 만남이었어. 자신에게 던졌던 무수한 질문을, 작품을 만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는 거야. 그래서 전시 프로그램에 작가와의 만남이 있는 거고. 패션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는 익명성을 띤 작업을 했지만, 패션쇼를 통해 자신을 보여줬어. 직접 대면하지 않은 다른 방식의 만남인 거지. 어떤 방식으로든 만남이 이루어져야, 작업을 이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예술 분야에서 다학제 간 만남을 권장하며 생겨난 일들을 보면 이렇다? ‘다원예술 증진 지원'은 ‘실험적 예술 및 다양성 증진 지원'으로, 이듬해에는 다시 ‘융복합 예술 증진 지원'으로 이름만 바뀌더라고. 어차피 전 분야를 아우르지 않고는 한 분야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데 말야. 돌아가는 사정이 어떻든, 난 새로운 만남을 원해. 우리 이제 어떤 길을 모색할래? 만남에 대한 희망을 너에게 안겨 주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