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말의 고향은 어디일까.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가. 발 없는 말이 어쩜 나타났다 사라지는지 모를 일이다.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말, 말할 수 없는, 말하지 않은… 말. 세 치 혀.
입안 깊숙한 구멍에서 소리가 되어 나오는 ‘말'에 관한 이야기야. 말맛을 글맛으로 표현해 볼게. 소리 없는 말이 있으니까. 아기와 동물, 식물 그리고 언어 중추가 손상된 환자의 뜻을 알기 어려운 이유를 아니? 그건 바로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야. 그만큼 소리 내 말하는 것이 세 치 혀만큼 작지 않다고 말하려는 거야.
우리가 주고받은 말을 생각해 보자.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시작된 말은 끝날 줄을 모르고, 하마터면 내리지 못 할 뻔했잖아. 우리 사이에 말은 독한 위스키 맛이 나다가, 부드러운 커피가 되기도 하지. 너와 산책 시간에 나누는 말은, 풍경에 이야기를 더해줘. 물론 말이 없어도 좋을 테지만… 그래! 침묵보다 나은 말만 하고 산다면 관계에 통증이 없겠어. 이런 생각이 번뜩 드네.
너와 말할 때는 혼잡한 거리에서도 안정을 찾을 수 있어. 나의 우주가 드넓게 펼쳐지는 기분이야. 허물없는 우리 둘 사이에도 서로의 리듬이 있잖아. 말없이 나란히 앉아 책을 볼 때, 쉴 새 없이 재잘거릴 때가 어우러져야 더욱 소중해지는 말. 언니가 한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니? 나는… 자기표현을 하는 옷에 빗대 너의 말을 떠올려 볼게. 네가 내게 전하는 말은 늘 포근하고 탄탄한 모직 코트 같아. 내 안에 꽤 괜찮은 나를 찾게 해. 그런 네게 하고 싶은 말은, 너여도 충분히 괜찮은 날이 더 많아지길 응원하고, 함께 힘을 쓸게. 엄마가 된 네가 아이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말을 알려주듯, 어른이 된 너도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해. 나의 말이 체온을 조절하는 말이 되어준다면 좋겠다. 찬 바람이 불 땐 따뜻하게, 불볕이 퍼부을 땐 시원하게 해주고 싶어. 나의 말은 너에게, 언제고 함께일 거라는 제스처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