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되어 줄래? 이 말은 청혼이 아니야.

가족

by HYUN

큰 구멍이 메워지지 않아, 행복의 유예가 끝이 날지 모를 일이야. 가족이란 단어를 읽으며 단란한 가정의 모습을 그리기가 자못 어려워. 가족사진 속 입가의 어색한 미소처럼… 방황하는 내 모습을 봐. 가족도 알 수 없는 숨은 이야기. 그 방 한 켠을 비춰 볼게. 언니가 운명한 후 나의 운명은 어딜 향해 가는지 모르겠어. 나는 5월을 아무 일도 없이 보내고 싶어, 빼곡한 글을 쓰고 있는 거야. 아무 일도 아닌 게 아닌 거지. 가정의 달에 소란한 광고를 보며, ‘사랑이 의무가 될 수 있나’ 생각했어.

Marcel Proust, 『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 초판본(1919), Public Domain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프루스트의 장편소설 제목이 큰 글씨로 보여. 시간에 따라 모든 것은 변하지. 그렇다면 난… 살고 싶은 집을 찾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찾아갈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주어진 삶으로 태어났지만, 숱한 선택을 맞이했고, 선택하지 않은 불행도 주어졌어. 선택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유대감이 붙어 사는 시간으로 만들어지지 않잖아. 걸쭉한 피, 한 줄의 가족 증명보다 더 끈끈한 관계란 건 없을까. ‘가 족같이’란 건배사가 있어. 가족 같은 회사에 대한 냉소적인 유머가 담겼지. 가족 같은 건 대체 뭐길래? 나는 혈육 같은 거 따지지 않고 마음을 줘 보기로 했어. 아픔에 반응하지 못하는 것이 더 비참해지니까. 누군가의 아픔에 크게 반응하고, 살아낸 힘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보태고 싶어. 영화 ‘미쓰백'의 이지원 감독은 ‘고통받던 옆집 아이를 외면한 비겁한 자신에 대한 참회록'으로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고 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구속과 방임으로 둘러싸인다면, 그건 아마도 사슬일 거야. 어른 백상아 ‘미쓰백'은 9살 소녀 지은을 안고, 그 사슬을 스스로 끊어내. 이것이 구원이 아니면 무엇이 구원이겠어. 폭력에 폭력으로 응답하지 않는 어른이 될래.


가족이 되어 줄래? 이 말은 청혼이 아니야. 내 동생아, 너의 언니로 살 수 있기에… 행복에 살래. 행복의 유예안을 이쯤에서 철회할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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