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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May 07. 2020

미국 로스쿨 현장 속으로 4

미국 로스쿨에선 글을 잘 읽고 쓰는 능력이 우선시 된다.

특히 법률문서 작성 및 리서치 능력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말보다는 글을 잘 쓰는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이다. 로스쿨 특성상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로스쿨은 법조인 양성을 목적에 둔 실무교육에 그 의의를 두고 있기 때문에 법률가로서 꼭 필요한 효과적인 글쓰기 능력 배양에 초점을 둔다.



미국 로스쿨은 아무래도 영어가 기반이 되는 곳이라 평소에 영어로 글을 빠르고 논리적으로 쓰는 훈련을 수년간 다져온 사람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학부 전공도 사회과학, 철학, 인문학 등 영어로 글을 학부 때 많이 썼던 사람들이 지원을 많이 하는 편이다. 미국 학부 재학 당시만 해도 아무리 미국인이어도 학부 레벨에서 글을 논리적으로 간결하게 잘 쓰는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많이 봐왔다. 하지만 미국 로스쿨 학생들은 어느 정도 글솜씨가 수준급인 경우가 많다. 특히 직장 경험이 있거나 타 전공 석사,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꽤 있어 글쓰기 훈련이 잘 되어있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학부 때 경험하였던 College Writing 수업과 로스쿨의 Legal Writing 수업 간의 큰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학부 재학 당시 Writing 수업들을 즐겁게 수강을 했었고, 학점도 잘 나왔던 편이라 글쓰기 자체에 큰 두려움은 없었지만 로스쿨 특성상 글재주가 뛰어난 학생들이 몰려 있을 것 같아 긴장감이 많이 들었다. 미국 로스쿨에서 요구되는 Legal Writing 및 Research 관한 생생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Academic Writing과 Legal Writing 차이


대부분의 미국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졸업 필수 교양 과목으로 College Writing 수업들을 수강한다. 나도 대학에서 Writing 관련 수업 4개 정도 수강하고 졸업을 했던 기억이 있다. 미국에서는 꼭 로스쿨을 진학을 하지 않더라도 사회에 나가기 전 작문능력을 탄탄하게 배양하는 교육이 이루어진다. 보통 Academic Writing 수업이 이루어지며 특정 주제에 관해 글을 쓸 때 어떤 방식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수집된 자료를 글에 어떻게 인용하는지 처음 배우게 된다.



학부 때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Writing 강의들을 통해서 특정 주제에 관해 JSTOR 나 Google Scholar 리서치 검색엔진을 활용하여 책, 저널, 논문, 간행물 등을 검색하고 이를 글 속에 어떻게 인용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처음으로 "References" 혹은 "Bibliography" 참고문헌 작성방법도 익히며 논문 작성 기초를 다졌다. 텍스트상에서 긴 구문을 인용하는 것과 각주를 이용하여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하는 방법을 배우며 글의 짜임새와 구조를 익힐 수 있었다.



논리적인 글쓰기 측면에서는 기본적인 학술적 글쓰기 및 리서치 방법과 미국 로스쿨에서 배우게 되는 법률문서 작성 간의 큰 간극은 없다. 하지만 법률 리서치 검색엔진 활용이 다르고, 형식적인 면과 구조적인 면에서 처음으로 "Bluebook" 인용 방법을 배우기 때문에 서로 사뭇 다르다. 미국 로스쿨 1학년 때 필수과목으로 1년 내내 법률문서 작성 및 리서치 과제를 수행하게 되는데 교수가 모든 과정을 자세히 알려주기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Legal Writing 조교가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주요 법률 검색 엔진 Westlaw와 LexisNexis 학교 행사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강연이 있어 학생들이 자유롭게 추가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학술적 글쓰기 방법이 미국 로스쿨에서 아예 쓰임이 없는 것이 아니다. 로스쿨 1학년 때는 집중적으로 법률문서 작성을 연마하지만 2학년, 3학년 때는 각종 세미나 수업을 수강하며 졸업 필수 소논문을 위한 비교적 Academic Writing에 가까운 글을 완성하기도 한다. 졸업 필수 논문 규정에 관해서는 로스쿨마다 약간씩 다르다. 저널 멤버로 활동하게 되면 Note라고 일컬어지는 소논문의 글을 작성하게 된다. 특정 법률 주제를 선정하여 이와 관련한 리서치 페이퍼를 완성하는데 정책제안서 형식으로도 가능하다.



로스쿨 1학년 때 법률문서 작성 및 리서치 수업에서는 크게 Legal Research Memorandum (법률 리서치 메모)와 Brief (서면) 작성 방법을 다루게 된다. 리서치 메모는 내부용 문서로 주로 로펌이나 법원 내부에서 활용되는데 사건에 대해 사실관계를 제시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의뢰인의 주장과 반박 가능한 근거들을 포함하여 작성한 보고 목적을 위한 문서다. 리서치 메모 작성 방법을 익히고 난 후에는 법원에 제출하는 가상의 서면을 써보게 된다. 서면은 의뢰인의 이익을 대변하여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사실관계에서도 보다 조금 유리한 부분을 자세히 제시하거나 의뢰인이 주장하는 바를 근거와 함께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특히 리서치 메모와 서면 모두 법률 리서치를 통해서 관련 판례들을 인용해야 한다.



내 경우 서면 작성 과제 때 추가적으로 Declaration 또는 Affidavit (진술서)까지 작성해 본 경험이 있다. 진술서는 보통 연방법원에서 소송 당사자가 소 각하 신청을 하거나 소제기 할 때 추가적으로 서면과 함께 제출하는 핵심 사실 관계를 담은 문서다. 서면에 나타나 있는 사실 관계 핵심만을 추려서 서면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학부 때 배웠던 Academic Writing 과의 확연한 차이점은 법률 리서치 활용법이었다.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처음으로 법률 리서치 웹사이트를 접하게 된다. Westlaw, LexisNexis, Bloomberg Law 총 크게 세 가지 법률 리서치 검색 엔진을 활용하는데 주로 Westlaw와 LexisNexis 가 많이 사용된다. 모두 사설기관들인데 일반인들이 이용하려고 하면 유료이지만 로스쿨생들은 학기 중과 방학 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매 학기마다 이 사설기관에서 일하는 학생들과 관계자 분들이 부스를 마련하여 정보를 알려주거나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간단한 강연 형식으로 활용방법을 소개해준다. Bloomberg Law는 비교적 최근에 생겨서 그런지 학교에서 부스를 마련하거나 활용법 관련 강연이 드문 편이다.


<Westlaw 화면>


나는 주로 Westlaw와 LexisNexis 두 검색엔진을 모두 사용하는 편인데 Westlaw는 미국 연방법원, 주법원 판례 분류가 굉장히 간편한 편이다. "All Federal" 옵션에서 연방 항소법원 구역, 주를 체크하여 원하는 관할 구역 판례들만 보여줄 수 있어 검색이 편리하다. 판례 검색 이외에도 각종 법령이나 법 관련 보충자료들 (Secondary Sources) 검색도 가능하다. 검색창에 "AND" 나 "OR" 명령어를 사용하여 두 가지 이상의 법률용어를 연결 지어 관련 판례 검색을 하면 키워드 중심으로 리서치가 가능하다.


<LexisNexis 화면>


LexisNexis의 장점은 판례 검색을 하면 주요 판례들 경우 Case Brief (판례 요약)가 많이 되어있다. 특히 로스쿨 1학년 판례 예습을 할 때 Rule of Law (주요 법원칙)가 뭔지 사실관계 및 Holding (주문)이 뭔지 판례를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간편 정리가 먼저 되어있어 효율적이다. 또한 Westlaw와 LexisNexis 모두 찾은 판례를 인쇄하거나 내 컴퓨터로 저장이 가능한데 LexisNexis 같은 경우 무료로 인쇄가 가능하다.


<Bloomberg Law 화면>


Westlaw, LexisNexis, Bloomberg Law 모두 판례 검색을 하면 해당 판례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는데 판례가 다른 곳에서 Overrule 혹은 Reverse 되어 더 이상 법적 효력이 없는지 혹은 인용할 판례로서 적합한지 알 수 있도록 확인해주는 기능이 있다. 각각 Westlaw는 KeyCite, LexisNexis는 Shepardize, Bloomberg Law는 Bcite Analysis 버튼 표시가 있는데 이 기능을 통해 판례 인용의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인용을 해야 한다. 빨간색 표시가 있는 판례는 부분 혹은 전부에 해당하는 내용이 후속 판례에 의해 뒤집어진 경우여서 더 이상 Rule of Law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인용되기 부적절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노란색 표시가 있는 판례는 후속 판례에 의해 뒤집어지지 않았지만 다른 관할에서 부분적으로 부정적인 논의 및 의견이 있었던 경우로 인용 시 신중해야 함을 암시한다. 파란색 표시가 있거나 아예 표시가 없는 판례는 가장 최신 판례이거나 어느 곳에서도 부정적인 논의가 없었던 판례임을 나타낸다.



판례 인용 적합성 확인이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특히 빨간색 표시가 있는 판례는 인용 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로스쿨 1학년 때 법률 작문 및 리서치 과목 교수님께서 일화를 소개해 주신적이 있다. 예전에 한 학생이 여름에 로펌 인턴을 나가서 리서치 메모를 작성하여 담당 변호사한테 제출을 한 적이 있었는데 메모에 인용된 하나의 판례가 후속 판례에 의해 뒤집혀 더 이상 법적 효력을 담고 있지 않은 판례였다. 그 학생은 미처 판례 인용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는 바람에 해당 로펌에 취업이 취소가 되었다. 사소한 실수 하나로 취업이 취소가 되는 일이 발생될 수 있어 판례 인용 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법률 리서치 검색엔진 이외에도 HeinOnline, Law360 등등 여러 검색엔진들도 활용될 수 있다. 특히 특정 법 분야 관련해서는 별도의 검색 엔진 웹사이트가 종종 사용된다. 내 경우 모의법정 대회를 참가하면서 국제상사중재 관련 검색 엔진으로 Kluwer Arbitration, Pace University Law School를 많이 활용하였다. 또한 미 연방정부기관 금융감독원 같은 곳에서 인턴을 하면서 MLex 도 알게 되었다. 특정 검색 엔진 웹사이트는 학교나 기관에 소속된 회원만 사용할 수 있는 곳들이 있어 일반인 사용은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법률문서 작성 및 리서치 능력은 로펌, 기업, 정부기관, 법원 등 모두에서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나 역시도 1학년 여름방학 때 한국 대형 로펌에서 인턴을 했었는데 특정 법령과 관련된 자료 리서치 과제를 수행한 적이 있다. 1학년 때 법률 리서치 활용방법을 많이 익힌 터라 다행히 Westlaw를 이용하여 빠르게 자료를 찾아낼 수 있었다.




리서치 메모나 서면에 들어갈 필요한 판례나 법령 리서치가 마무리되면 이것을 텍스트상에 어떻게 인용하는지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미국 로스쿨생이면 누구나 알아야 하는 "Bluebook" 인용 방법에 따라 판례나 조문 표기를 하게 된다. "Bluebook"은 몇몇 유명 로스쿨 로리뷰 회원들이 집성한 판례법 표기 안내서로 각 연방법원, 주법원 판례 표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한 법조문 및 해외 판례는 어떻게 표기하는지 상세하게 나와있다. 사실 모든 표기법을 달달 외우고 있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Bluebook" 표기법을 해당 쪽수를 찾아보며 확인하면 된다.


<Bluebook>


보통 판례를 인용할 때 원고 v. 피고 (혹은 항소인 v. 피항소인), 출판 책 권 번호, 판결집 및 페이지 번호, 괄호 속엔 당해 재판을 한 법원과 판결 연도순으로 표기한다. 가끔 판결 명칭에 "In re"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당사자가 일방뿐인 사건으로 거절결정 심결 불복 소송에 보통 해당된다. 외국 판례는 각 나라별 표기법이 알파벳 순으로 나와있어 해당 표기법을 찾으면 된다.





미국 로스쿨에서는 법률 문서 작성과 리서치를 기반으로 많은 글을 읽고 쓴다. 기본적으로 기말고사도 대부분 사례형이라 학기 내내 글을 읽고 많은 분량의 글을 쓸 수밖에 없다. 영어로 된 글을 읽고 쓰는데 흥미가 없으면 로스쿨에서 적응하기 매우 어렵다. 미국 로스쿨을 염두하고 있거나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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