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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수 Oct 09. 2024

4. 나에게 꼭 맞는 신발 찾기

(2) 공부는 행복할 수 있다

(첫머리)

머피의 법칙은 믿지 않는다.


왜 항상 엘리베이터는 내가 누르는 순간

올라가는 것이며,

이 신발을 신을 땐 항상 비가 온다는 법칙들.


초자연적 기운보다는 전부 퍼센트, 확률에 가까웠다.


아니 확률이다.


'왜 내가 1층일 때'는

그저 단순히 사람이 많은 타는 오후였을 뿐이고,

'비를 내리는 신발'은 그냥

그 신발을 자주 신었을 뿐이다.


순간이 불안한 이유는 간단했다.


복잡한 확률을 증명해 줄 마땅한 변명거리가 없었기 때문.


마치 귀신을 보게 되는 것 같이

계산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되었기에,

그냥 에둘러서 믿고 싶었던 것뿐.


옛날에는 개기일식이나 개기월식이 일어나면

불길한 징조라 생각해 하늘에 화살을 쏘았다.


이제 그런 무지를 드러내는 게 창피하기에.

무너질 수 없기에 무뎌질 수 있는 법칙으로

순간을 대처하는 게 아닐까.


믿지 않지만, 가끔 믿고 싶다.


(본문)

직업상담사라는 직업은 별도의 자격을 갖추지 않고도,

누구나 공부하여 취득할 수 있는 '라이센스'에 가까웠다.


그 자격증이 있어야, 상담 전문 기관에서 일할 수 있다.


상담에도 종류가 참 많다.


심리상담, 연애상담, 부부상담, 입시상담..

나는 많고 많은 상담 중에 왜 하필 직업상담

선택했는가.


꽤나 힘들었던 지난날의 회색빛 경험으로

긴 터널에도 빛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고,

중첩되는 결의 슬픔을 가진 이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자 했다.


자격증은 독학하여 취득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직업훈련기관에서 국비를 지원받아

공부하는 케이스가 많았다.


내가 자격증을 알아볼 때는,

직업상담사 자격증에 도전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AI에 대한 인식과 개념이 확산되기 전이었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은 타고난 감성의 민족.'

이라는 문장을 자주 떠올렸던 것 같다.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일은 늘 인기가 많았다.


'사'자로 끝나는 직업을 준비한다며

농담하던 아들의 얼굴에는 금방 생기가 돌았다.


하고 싶은 일을 찾으니

모든 고민이 모래바람처럼 사라져 갔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는가 보다.

심리학을 공부하며, 내리다만 비처럼 찝찝하던

기분이 꽤 명확하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도움을 얻은 건,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개념인 '전경배경'이다.


전경(내가 바라보는 것) - 배경(전경을 둘러싼 환경)

쉽게 말하자면 이런 거다.

고속버스를 탔는데, 3시간 30분을 달려야 한다.

이제 막 출발했는데, 아뿔싸.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다.

인지되는 순간 내가 고민하던 모든 일은 배경으로 물러나고,

'소변을 보고 싶다'라는 사실에 집중하게 된다.

나의 전경이 된 것이다.


그렇게 혼자 몸을 막 치대다가

휴게소에 마침내 도착.


볼일을 해결한 순간, 내 전경에 있던 소변 참기는 배경으로 물러난다.

그리고 배경에 있던 고민이 전경으로 바뀐다.

그렇다. 무엇을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다.


나는 꽤 자주 힘들 때마다 전경과 배경의 원리를 생각한다.

이것 또한 배경으로 물러나고, 또 다른 전경이 자리잡겠지.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불안정과 위협을 내쫓는데

큰 감정적 도움이 되었고, 아직까지 되고 있다.

바짝 엎드려 문제에만 몰두하는 일은 끊었다.


그렇게 난 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을 맞이했고,

성실히 진도표를 따라 공부만 하면 됐다.


1주 차, 2주 차, 점점 주차가 늘어날수록

공부를 힘들어하는 학생이 발생했다.

심지어 중도포기 하는 사람까지.


난 지금도 그때의 성공경험을 잊지 못한다.

나에게 있어 그 공부는 몹시 재밌는 일이었기 때문에.


심리학을 토대로 한 직업상담학, 직업심리학.

그 외에 직업정보론, 노동시장론, 노동관계법규도 즐거웠다.


숫자가 아닌 텍스트만 공부하는 일이 이토록 유쾌하다니!


문과의 피가 철철 흘렀지만, 친한 친구들과 같은 반에 가고자 이과를 선택했던 나는, 성인이 된 지 꽤 지나고 나서야 내게 맞는 공부를 수혈받을 수 있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Ego(자아)에 대해 생각할 기회,

내적요인-외적요인으로 나눈 귀인이론과 친해지는 시간이었다.


많은 것들이 각인되었지만, 그중에서도 인상 깊은 내용은 호손 효과(Hawthorne Effect)였다.



이 실험은 호손 공장에서 진행된 시험으로,

근로자들의 생산성에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연구하는 게 목적이었다.

연구자들은 최초, 작업환경의 물리적 효과(근무/휴식시간, 조명 등)가

생산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알아보려 했고,

이러한 환경적 변화가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가설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단순히 환경의 물리적 조건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요인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대상은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고 느낄 때,

이로 인해 행동이나 성과가 촉진되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호손 효과라고 정의하였다.



이러한 연구와 개념을 접하면서,

지금까지 설명하기 힘들었던 것들을

깨끗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머릿속의 안개(Brain fog)가 걷히는 걸 느꼈다.


집이 아닌, 독서실에서 공부하면 훨씬 더 집중이 잘되는 것도

이러한 사회적 촉진 덕분이었다.


타인을 위해 순수히 행하고자 했던 공부는

어느 순간 나를 치유하고 있었다.


1차 필기시험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본 게임은 2차 실기시험이었다.


나를 즐겁게 해 주던 많은 심리학 개념들을

달달달 외워서 그대로 적는 논술 형태의 시험이었다.


'재수 없으면 악필로 떨어진다'라는 무시무시한

선생님의 가르침에 맞추어 손글씨 연습도 함께 했다.


10명 중 7~8명은 2차 실기시험으로 신음하였다.

그 와중에도 나는 배움의 즐거움에 미쳐있었고,

마치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는 유튜브 숏츠를

시청하는 것처럼 공부를 탐독했다.


나에게 이 시험은 단 1%의 스트레스도 주지 않았다.


'공부도 재미있을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닫는 순간,

나에게 맞는 신발을 신고 뛰는 게

인생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소름 끼치도록 체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난 1번의 시도만에 가뿐히 시험을 합격했고,

즐겁게 공부하고 질문하던 내가 이뻐 보였는지

훈련기관의 강사선생님은 일자리까지 연결해 주었다.

심지어 최종합격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취업할 수 있었다.


스스로 나를 찾은 대가는

이렇게 나에게 보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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