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호(2016. 3. 1.)
2016년 삼일절날 한 퇴직자의 평범한 일상
雲峴宮에서 1시간 정도 사진 찍고, 60이 넘은 나이에도 열사의 땅 아랍 에미레이트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가 휴가를 나와 만나고 왔습니다. 70까지 일할 수 있다니 정말 복있는 친구입니다.
퇴직을 하고도 일을 해야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일을 하는 친구도 있고,
일을 하지 않어도 될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으나 딱히 시간 보낼일이 마땅치 않아
일을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식사후에 이어진 이야기도 일과 소일거리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어느새 퇴직에 들어신 우리 60대들의 과제는 일을 해야하는 경제적인 문제와 시간 보내기가 가장 큰 문제인 듯 합니다.
친구와 헤어져 5시가 넘은 시간에 활터에 올라 습사를 하였습니다.
1巡(순)에 5중, 2巡에 3중, 3巡에 4중, 4巡에 4중.
늘 이렇게만 쏠 수 있으면 좋겠으나 이건 어쩌다 맞은 행운일 뿐입니다.
지난 달에는 경기도 도대표 선수선발전이 있었는데 그 날 이런 결과가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화살을 활에 걸고 과녁을 향해 당깁니다. 조준점을 맞춘 후에 여유있게 표를 보고 발시를 해야하는데
마음이 급해집니다. 표를 보면서 하나, 둘, 셋을 세면서 여유있게 내가 원하는 조준점을 찾아야 하는데
대부분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발시를 합니다. 화살은 과녁앞에 떨어지기도 하고, 과녁을 넘기도 하고, 때로는 과녁을 살찍 앞으로 빗나가기도 하고, 뒤로 빗나가기도 합니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면 風向과 風勢도 보아야 합니다. 활을 충분히 당겨서 과녁을 보면서 자기가 원하는 표를 보고 여유있게 활을 발시할 수 있으면 누구나 명궁이나 신궁이 되겠지요. 그리고 활을 쏠 때마다 다 과녁에 맞히면 재미없어 활 평생 쏘지 못할 겁니다. 조금전에 5矢5中했었는데 그 다음 순에 한 발도 못받추는 경우가 있는 것이 활이기도 합니다.
과녁을 향해 시위를 힘껏 당기고 있는 만작의 상태에서 발시를 하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제어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습니다. 만작의 상태에서 발시를 하려는 열정을 제어하면서 냉정을 잃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활으ㄹ 쏘기전에 먼저 지형을 살피고, 그 지형에서 만들어지는 바람의 방향과 풍세를 읽어 화살을 과녁으로 보내는 거시적인 시각과 과녁을 향해 발시하려는 흥분된 마음을 억제하며 정확한 표를 찾아내려는 냉정한 미시적 노력이 활쏘기 운동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상근 교수님이 "인문학으로 창조하라"는 책에서 '냉정과 열정사이를 조율하는 창조자가 되라'고한 말이 기억이 납니다. 활터에 올라 활시위를 당겨 맞는 표를 찾으면서 열정과 냉정사이를 오갈 수 있으면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준세이와 아오이가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다시 만나듯 나의 화살은 환희 웃는 아오이의 품을 향해서만 날아갈 같습니다.
사진촬영, 친구들과의 만나 점심먹으며 우리들의 현실이야기, 습사, 목욕, 페북이 2016년 삼일절날의 저의 일상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일상을 보내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