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라고 새겨진 큰 차통이 그득한 한국문화정품관韓國文化精品館에서
2017. 8. 10(木).
오늘 오후 갑자기 내린 비로 나뭇잎에 영롱한 물방울들이 매달려 나무에게 생명의 기운을 복돋아 주었다. 나뭇잎에 매달린 물방울만큼이나 나에게는 오늘 인연因緣의 수다가 많은 날이다.
요즈음 내가 시내에서 혼자 조용히 책을 읽어야 하고, 번역을 해야 하고, 차를 마시고 싶을 때 자주 가는 한국문화정품관의 큰 차통에는 「오래된 미래未來」라고 새겨져 있다.
「오래된 미래」! 물도 흘러가지만 않고 역류를 하듯이 「오래된 미래」도 표현의 반전反轉이고 역설逆說이다. 처음 오래된 미래라는 표현과 만났을 때는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되었다. 이 逆說적인 표현의 뒷면에 가려진 이야기를 알고 나니 「오래된 미래」는 逆說이 아니라 강한 희망希望이었다.
나뭇잎에 매달린 물방울 하나하나가 나무의 생명이듯이 오늘 나는 물방울처럼 많은 희망을 말하고 싶다. 희망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생명의 축복이다.
모든 생명체는 집단을 이루고 살게 되어 있으며, 인간도 집단을 이루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며 인간관계를 통해 대인관계를 넓히고, 외연을 넓히게 된다. 좋은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외연을 넓히게 되면 ‘좋은 인연因緣’을 만났다고 한다.
인간관계, 인연은 점/노드node과 연결선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와 유사한 면이 많아 사회학과 물리학에서는 네트워크를 수학적,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사회현상에 적용하여 다양한 사회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총칭하여 네크워크 과학이라고 부르고 특별히 사회현상에 적용하는 것을 사회연결망 이론이라고 한다.
네트워크가 점/노드node과 연결선link으로 연결되어 계속 확장되어 가기도 하고, 끊기기도 하듯이 사람들의 관계도 네트워크처럼 확장되기도 하고 끊기기도 한다.
2만 5천 볼트에 감전되어 두 팔과 한쪽 발가락 세 개를 잃은 뒤에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갖고 노력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서예 누드 크로키 분야를 개척開拓한 기독교인 친구 석창우 화백을 통해서 묘덕스님과 인연이 맺어지고, 묘덕스님과의 인연으로 한국무용을 하시는 김묘선 선생님과 인연이 이어지고, 오늘 만난 허희경 선생님과 김현주 선생님으로 인연이 이어졌다.
한국문화정품관은 끊어질 듯 이어진 도예가 박종훈 교수님과의 인연으로 맺어졌다. 이렇게 인연이 맺어진 공간에서 김묘선 선생님을 노드node로 두 협시보살俠侍菩薩 김현주 선생님과 허희경 선생님이 온라인에서 연결되어 오프라인에서 만났다. 이 만남의 뒤에는 정품관의 김종훈 대표님과의 링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렇게 노드에 링크가 계속 이어지는 연결된 링크, 좋은 관계가 많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석창우 화백에서 발원하여 묘덕 스님, 김묘선 선생님, 박종훈 교수님, 김종훈 대표님, 서해진 선생님, 김현주 박사님, 허희경 선생님까지 이어진 긴 인연에 감사드린다.
정품관의 공간에서 허희경 선생님의 부친이신 허락 선생님의 금사경金寫經 전시회가 열리고, 중국에서의 전시로 이어지고, 오늘 정품관에서 만난 두 협시보살俠侍菩薩의 인연이 매주 목요일 저녁 논어論語 배우는 인연으로 이어지길 希望한다.
링크link! 이 얼마나 황홀한 희망인가!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는 이렇게 탄생되었다.
런던대학교의 언어학 전공 학생이었던 헬레나는 1970년대 중반에 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인도 북부의 라다크Ladakh를 방문했다. 지리적으로는 인도땅이지만 문화적으로는 티베트에 속한 라다크는 여름에는 너무 뜨겁고 겨울에는 영하 40도 까지 내려가는 황량한 지역이라고 한다. 그렇게 황량한 라다크에서 라다크 특유의 온화한 가족공동체와 유대 관계가 그들의 삶의 방식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헬레나는 알게 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헬레나는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Ancient Futures: Learning from Ladakh]」를 쓰게 되었고 서구의 개발 위주의 방식에서 탈피하는 환경운동가가 되었단다.
라다크 사람들이 황량한 라다크에서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온화한 가족공동체와 유대관계가 인류 모두에게 앞으로도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미래가 있다는 희망의 메세지를 헬레나는 「오래된 미래」라는 단어로 박약博約하였다. 「오래된 미래」는 역설逆說과 반전反轉의 표현이 아니라 미래未來에 대한 강한 希望이다.
갑작스레 내린 여름비로 흠뻑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 나뭇잎들의 수많은 물방울속에 나의 희망, 남의 희망을 흠뻑 담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