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기너는 아니지만 엄청 잘하지도 않는 semi-요기가 가본 요가원
치앙마이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요가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 짓고 싶었고, 그나마 꾸준히 해오던 운동이 (즐기는 운동이) 요가였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다.
치앙마이에서 요가를 수련하며 가장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나의 몸, 나의 호흡, 그리고 나의 마음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유롭게 요가원에 도착해서 몸을 풀며 수업을 기다리는 시간이 간지럽게 즐겁다. 어떤 플로우로 수업을 진행할까, 이번 수업은 저번보다 나을까, 오늘 잘 집중할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을 한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수업을 시작하면 90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며 벌써 사바사나 자세로 쉬고 있다.
흔히 요가를 하며 생각을 비운다, 마음을 비운다 라는 표현을 쓴다. 사실 아직까지 이런 느낌보다는,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빨리 흐르고, 요가 자세와 나만 남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느낌에 가깝다.
치앙마이 올드시티에는 다양한 요가원이 있다. 어쩌면, 꽤 많은 선택지가 있어서 치앙마이에 오기 전에 어떤 요가원을 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도 있을 것 같다. (나도 그랬다. 꽤 많은 후기를 찾아다녔다) 나와 맞는 요가원을 찾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당연히 직접 가서 요가 클래스를 들어보는 것이다. 숙소가 올드시티 근처라면, 올드시티 내 웬만한 요가원은 걸어갈 수 있다. 요가원 안에서도 수업별로 천차만별이고, 같은 수업이라도 선생님별로 색깔이 매우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직접 가보고 맞는 선생님을 찾은 후에 그 선생님이 진행하는 수업에 가는 게 가장 맘 편하다.
처음 일주일은 매 번 새로운 요가원에 가서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나에게 맞는 요가원을 찾는 시간을 가졌는데,, 어쩌다 보니 결국은 숙소와 가장 가까운 데서 가장 많이 수련하고 있다. 물론 수업도 좋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정말 너무 좋았던 선생님을 만나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내가 어떤 스타일의 요가를 좋아하는지, 어떤 식의 디렉션을 주는 사람이 좋은지 생각할 수 있기도 했다.
요가 비기너까진 아닌데 엄청 잘하지도 않는, 그냥 즐겨하는 내가
1. The Yoga Tree (theyogatree.org)
- 1회 수업 : 300 baht / 5회권 : 1,000 baht
- 한국인들 사이에 꽤 유명한 요가원, 가보면 왜 유명한지 알 것 같다. 우선은 주변 소음이 다른 요가원에 비해 적다. 그리고 식물이 가득한 정원을 통해 들어가면 요가 스튜디오가 있어 자연 속에 둘러싸여 수련하는 느낌이 물씬 난다.
- 한 번 들었던 빈야사 수업 자체는 비기너도 충분히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였다. 선생님의 차분하던 디렉션이 기억에 남는다.
2. Wild Rose Yoga (http://www.wildroseyoga.org/)
- 1회 수업 : 250 baht / 5회권 : 1,000 baht (일부 수업은 추가 금액을 내야 할 수 있음)
- 비기너를 위한 곳은 아니라는 말에 조금 겁 먹고 갔었다. 결론적으로 음 정말 완전 요가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선생님따라 차이가 컸는데, 어떤 분은 자세를 안보여주시고 말로만 가끔 설명하실 때가 있어서 난감했다. 영어를 알아듣는 것과 요가 자세를 취하는 건 또 달라서,, 요가 자세를 알아야 어떤 자세를 묘사하는 건지 감이 잡하는 데, 그 부분에서 조금 힘들었다. 따라가느라 급급해서 조금 호흡에 신경을 잘 못쓴 느낌.
- 반전으로 가장 좋았던 수업도 와일드로즈에서였다. 화요일 오후 수업인 Pranic Vinyasa Flow 였는데, 전반적인 수업 설명과, 호흡에 집중하며 스스로의 자세를 체크할 수 있는 여유를 줘서 매우 좋았다.
- 스튜디오 분위기는 아늑했고, 항상 사람이 꽉차서 양 옆 간격이 좁지만 엄청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3. Hidden House Yoga (https://hhyogachiangmai.com/)
- 1회 수업 : 250 baht / 5회권 : 1,100 baht
- 숙소와 가까워서 갔던 곳. 체구가 엄청 작지만 딱 봐도 엄청난 수련의 경험이 느껴지는 태국 여성분에게 수업을 들었었다. 정말 빡센 빈야사를 경험했다^^.. 조금 어려운 자세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모든 학생 한 명 한 명 다 시켜보시는데 그 터칭이 매우 감사하면서도 가끔 부담이 되었던 수업이랄까.. 결론적으로는 그 덕에 수강생들과 정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수업을 들었다 (고통을 함께하며,,)
- 차 소음이 조금 있는 곳이지만 수업 끝나고 주는 바나나로 퉁쳐본다.
4. Freedom Yoga (https://freedomyogachiangmai.org/)
- 1회 수업 : 250 baht / 5회권 : 1,100 baht
- Hidden House Yoga 와 사장님이 같은 곳이라고 보면 된다. 선생님들이 두 곳을 왔다 갔다 하시며 수업을 진행한다. 우선 이 두 곳은 매트가 내 스타일이었다. 손 발이 안미끄러지게 딱 잡아주는 매트라 자세를 취하는게 가장 수월했다. 매트가 이렇게 중요한 요소인지 이렇게 배운다.
- 친구들이 추천한 Yin 요가를 들었는데, 천천히 한 자세를 익숙하게 하고 몸을 스트레칭하는 릴렉싱한 요가로 저녁에 하기 딱인 요가다. 강도 높은 빈야사 후, 쉬어 가고 싶을 때 들어보면 좋을 클래쓰.
Yin 요가를 들을 때 마음 속에 가장 와닿았던 선생님의 말.
how's your body?
how's your breath?
how's your mind?
요가를 하며 내 몸의 상태가 어떤지, 어떤 부분에 자극이 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호흡을 멈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자세와 호흡이 안정적이라면 그 안에서 내 마음은 어떤지,
한 단계씩 확인하면서 내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 소중하다.
하루에 언제 내가 이렇게 온전히 나 자신에 집중하는 시간이 있을까.
조금 자세가 불안정하면 어떤가, 할 수 있는 자세에 최선을 다 해 호흡하고 다음 번에 조금 더 깊게 해 보면 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