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이유로 나한테 반했다고?
첫차가 뜰 무렵, 싸나운 남자가 해장을 하러 가자고 했다. 두 명은 먼저 가고, 싸나운 남자와 그의 대학 후배라는 잘생긴 남자 이렇게 두 사람만 남았다.
해장국집은 조금 멀었다. 친구는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해장국집에 도착하자 해가 뜨고 있었다. 잘생긴 남자는 잔뜩 취해 있었는데, 감자탕을 두 숟갈 정도 뜨더니 못 견디겠다며 퇴장했다. 그렇게 셋만 남게 됐다.
감자탕을 먹으며 멍하니 식당 텔레비전을 보는데 '진짜 사나이-파병 특집'이 나오고 있었다.
아까 언급했지만 나는 헤어진 지 2주 된 상태였고, 술 없이 하루를 보낸 건 이별 이후 처음이었다. 그는 저멀리 외딴 나라에 가 있었고, 저 부대에 있을 것이었다.
주책맞게 눈물이 흘렀다.
티를 안 냈다고 생각했는데 모를 리가 없다. 싸나운 남자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얘 왜 울어."
"아니 저... 2주 전에... 남자친구... 아니 이제 전 남자친구... 저기... 파병...ㅠㅠㅠ헤어졌고...엉엉... 정말 잘해줬는데...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그리고 진짜 쪽팔리게도 나는 엉엉 울었다.
싸나운 남자는 놀랍다는 듯, 그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듯, 나를 바라보면서 조금 머뭇대며 말했다.
"정말 좋아했나보다. 그렇게 잘해줬고 지금도 저런 거에 떠올라서 눈물이 날 정도면."
“ㅜㅜ저는 진짜. 완전. 진짜 진짜 좋아했단 말이에요...ㅠㅠㅠ"
친구가 휴지를 주며 달래줬다. 그리고 그 싸나운 남자는 그 순간 나에게 반했다.
이런 여자에게 사랑받는 남자가 되고 싶다! 쌩얼에 기름진 머리,핑크색 바람막이를 입고 다른 남자 얘기를 하면서 질질 울면서 코를 푸는, 오늘 처음 만난 이 여자한테 그는 반한 거다.
뭐 그러지 않고서야 나한테 갑자기 그렇게 저돌적으로 들이대지 않았을 거라는 입장이다. 그는 나를 아까와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면서(모를 줄 알았겠지만 다 느껴졌음)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런 여자를 만나야 하는데..."
하지만 나는 그 때 연애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그 싸나운 남자가 맘에 들지도 않았으며, 다시 만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서 그냥 그러고 말았다.
만약 여기서 끝났으면 뉴디터의 신혼일기도 없었을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