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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유 Feb 09. 2022

남편을 어엿삐 여겨,,

볼 꼴 못 볼 꼴 다 본 사이지만 그래도

결혼생활이 길어질수록 느끼는 건데, 부부관계가 원만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어엿삐 여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연애 초반처럼 미친듯이 콩깍지 씌어서  해도 이쁘고 사랑스럽게만 보이고 이런  아니라, 약간 흐뭇한 학부형의 마음 같은 .        사이지만 그래도  돌아보곤 괜히  사람이 그래도 귀엽긴  하는 그런 . 에로스의 캠프파이어가 사그라든 자리에 남은 아가페의 잔잔한 모닥불이 기반이  애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삼십대 후반인 신랑은 아직   남긴 했지만 그래도 나보단 훨씬 빨리 마흔살이 된다. 그래서인지 자주 피곤해하고 체력이 아주 저질이 되어 퇴근  저녁을 먹고 같이 거실 소파에 앉아 tv 보고 있으면 계속 꾸벅꾸벅 졸아댄다. 나랑 얘기하다가도 갑자기, 기면증 환자처럼 손에 핸드폰을 놓지조차 못한  급속도로 잠들어 버린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짠하면서 귀여운 부분이 있다. 얼마나 무던하게 잠을  자길래 저런 자세로 잠을  자나 싶어 웃기면서도 동시에 새벽같이 출근해 하루종일 고군분투했을 모습이 떠올라 짠하기도  것이다. 물론 신랑이 잘못한  있는 날에는 그런 모습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오르지만(그런 날에는  해도 쉬룸) 평시에는 그냥  눈에 그렇게 보인다. 그렇게 자는  귀여워서 새치로 허..얘진 정수리에 뽀뽀를   정도로! 물론 연애 때의 에로스 가득한 입맞춤과는 달리 귀여운 아가에게 뽀뽀를  주는 마음에 가깝다. 나보다 일곱 살이나 많고 거진 십년을 같이 했는데 그냥 겸둥쓰로 보이는 것이다.

콩깍지까지는 아니고, 그 정도 자체필터가 씌인 덕분에 싸움 없이 행복하게 결혼생활이 유지될  있는 듯. 실제 주변에  사는 부부들 보면 대체로  하든 서로를 귀여워한다. 어느 한쪽이 뭔가 잘못을 하더라도 가정 파탄을 불러올만한 문제가 아니고서야 서로가 서로를 어느 정도 귀엽게 보고 있으면 용서도 쉽다.  새끼인데 이거 잘못했다고 손절을 하겠어 어쩌겠어. 대신 훈육은 확실하게 해야겠지만. 서로 육아하는 마음으로.


다만 이런 인식이 가끔은 약간 변태같이 보일 때도 있다. 며칠  신랑이 갑자기 나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우리 와이프, 대학생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커가지고…”라고 하는데 뭔가 키잡(?) 당한  같은 기분이 드는 동시에 그런 말을 하는 신랑이 귀엽기도 해서  변태같아 보이면서 웃겼다. 이건 우리의 나이차이가  벌어져서  그런 거겠지만


뭐가 됐든 어느  쪽이 부족한 사랑을 갈구하거나 한 쪽만 애 취급을 당하는 게 아니라, 부부 사이에 서로를 어엿삐 여기는 꼴이면 관계가 스무스하게 유지된다는 생각.  그런  사랑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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