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유 Feb 01. 2023

가부장의 카르마

그래도 가족애는 못말려.

결혼한 이후 명절에는 친정에 가지 않는다. 굳이 명절에 찾아뵙기에는 명절 기간이란  항상 매우 애매하고, 친정집은 명절이 아닌 때에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있으니 굳이 피곤을 감수해 가며 금쪽같은 연휴를 할애해  일은 아니다. 오백년  신사임당은 시집을   대관령을 넘어가며 언제 친정에 다시   있을지 한탄하며 곡을 했다지만 지금은 강릉행 케이티엑스가 뚫린지도 5년이 훌쩍 넘어가는 무려 2023년인 것을. 게다가 이제는 아가까지 있으니 더더욱 무리다. 못 가!

이것은 핑계 중 일부이고 내가 진짜로 명절에 고향 집에 안 가는 데는 보다 대국적인 이유가 있다. 왜냐 나는 출가외인이니까.

조금 전에 무려 2023년이라고  놓고 이게 무슨 신사임당 같은 소리냐 싶겠지만 얘기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조선사람 같은 사람이  말이다. 그건 바로 나의 친부. 그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이런 마음에도 없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돼싸. 딸년은 출가 외인인데 왜서 왔나.  필요가 없어.” 우리 남매들끼리 나중에 어른이 됐을  명절에  하고 놀자는 이야기를  , 또는 우리가 어른이 되면 제사 풍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등에 대한 토론을  때마다 그는 부지불식간에 저런 멘트를 던져 분위기를 짜게 식게 만들곤 했다. 한두 번이 아니라 아주  번번 말이다. 그 말에 반박하면 “불만 있으? 그럼 내 집에서 나가!”라는 말이 돌아왔다. 싸해진 공기 속에서 그는 킥킥 웃었다. 진심도 아닌 말로 괜히 어린 마음에 상처만 남겼다.

성인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나는 직접 실천으로 조선시대 인간인 아버지에게 현대 한국의 참교육을 기로 했다. 진심도 아닌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면 -그게 자식이라 해도- 조선시대에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돌려받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조선시대 가부장 아닌 현대 한국의 가장과 그리고 우리의 아가와 명절 연휴를 여유롭게 즐길  있으니 나에게도 나쁠  없다.


친부의 말이 진심이 아니었다는  요즘의 태도로   있다. 명절이 가까워오면 괜히 자꾸 연락이 온다. “ 오냐?” 나는  때마다 출가외인이라  간다고 답한다.  때마다 괜히 목소리를 높이며 “그래 오지 마라 이년아!”라고 말하지만  말끝은 어딘가 씁쓸하다. 나는 꼬소하다. 그러고 명절이 지난  보다 여유롭게 친정을 방문하면 아버지는 잔뜩 신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용돈으로 쓰라며 돈을 잔뜩 쥐여준다. 직장을 갖기 전엔 상상도 못할 액수의 금액이다. 나는 절대 거절하지 않고  아와서 저축한다.


내가 보다 어리고 마음도 물렀던 시절에 그 때  금액의 반만이라도 종종 손에 쥐여주고 힘들  집에 와서 쉬라는 말을 가끔이라도  줬더라면 이야기는 상당히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후회나 반성을 어차피   모르는 인간이다. 지금도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얼마나  해줬는데 명절에 코빼기도  보이고 시집가더니 지 남편만 챙긴다며 툴툴대고 있을  뻔하다.


 카르마다. 가부장의 말은 가부장에게로! 이렇게 아버지에게만 냉정한 딸을 키운   그의 책임이다.

그래도 연을 끊진 않고 가끔 손주도 보여주는  보면 나는 아버지를 아예  사랑하지는 않는  같다. 정말 가족애란 못말려ㅎ

매거진의 이전글 아뿔싸!의 연속: 지난 이틀간 아가가 크게 아팠던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