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이 개정된 후 처음으로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해고, 입학 거부 경험과 공공/민간기관의 재난 시 대응 부실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었어요. 그중 장애인들이 가장 차별을 많이 겪었다고 답한 건 '이동 및 대중교통이용'시였습니다.
저는 휠체어를 타는 동생을 둔 입장에서, 이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알 것 같습니다. 물론 저희 동생은 이동 시에 아빠 차를 타거나 장애인콜택시(장콜)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저도 휠체어를 탄 사람이 버스나 지하철에 타는 걸 본 적은 없는데요. 혼자서 휠체어를 끌고 이동할 수 있는 장애인 분들께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는 건 확실합니다.
여러분은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어떻게 하시나요? 일단 북마크를 해두고, 시간이 날 때를 노리다가, 가고 싶은 사람과 약속을 잡고, 출발하시죠?
휠체어를 탄 사람과 동행한다면, 그 과정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우선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길인지부터 알아봐야 합니다. 계단이 없는지, 경사로가 있는지, 휠체어를 두고도 사람들이 움직일 때 불편함이 없을 만큼 내부가 넓은지, 자갈 때문에 휠체어가 가기 힘들진 않은지 등. 사전조사 때 몇 개의 장소는 이미 걸러집니다.
유튜브 삐루빼로 캡처
루게릭 투병 일지를 영상으로 올리시는 유튜버 '삐루빼로' 님을 아시나요? 저는 삐루빼로 님 영상을 통해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있는 여행지를 알아보곤 합니다. 영상에서 수빈 님도 휠체어를 타고 여행 다니는 게 쉽지 않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휠체어 타는 분과 함께 다니시려는 분들은 영상 한번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링크 남겨둘게요~
길거리에서 장애인 분들이 버스를 이용하려고 합니다. 옆에 서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도 이 글을 쓰기 전까지 몰랐습니다. 쓰면서 알아봤어요.
우선 저상버스가 와야겠죠! 그런데 2020년 말 기준,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은 27.8%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 장애인분의 말에 따르면 10대 중 1대 꼴로 오는 것 같다고 합니다.
버스가 도착하고 나서도 쉽지 않습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 사이로 진입하려는 사이에 버스가 출발하거나, 기둥이나 기타 시설물 때문에 탈 수 없는 자리에 경사로를 내려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행히 기사님께서 알아보고 경사로를 내려주었다면, 누군가 밀어줘야 합니다. 보통 기사님께서 밀어주시는데요. 버스 안에 자리를 잡았다면 '안전고리'를 잘 걸어줘야 위험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참고한 기사에서 한 기사님께서는 안전고리를 잘 안 써서 박스에 넣어뒀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마저도 고리 두 개 중 하나만 걸어서 장애인분께서 불안하셨다고.
이런 불안함과 불편이 반복되면, 저는 그냥 버스 타기를 포기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불편하고 힘든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하니까요. 그렇다고 저상버스 이용을 하지 말아야 할까요? 누군가는 이용해야 하잖아요. 적어도 저상버스를 어떻게 타는지 아는 사람은 저상버스를 타려는 사람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것도 그분이 필요로 하는 대로 말이죠.
우리에게 당연한 일이 장애인 분들께는 당연하지 않다는 걸 체감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스스로 느끼기 전까지는 절대 행동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맥락에서 자주 남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습니다. 내 생각만 하면 계속 같은 자리에 머무르게 되고, 다른 사람의 삶에는 관심이 없는 무표정한 사람이 될지도 모릅니다.
저는 동생이라는 동기가 있었음에도 이제야 저상버스 사용법을 알았습니다. 여러분들께는 얼마나 더 생소한 이야기일지 이해됩니다. 제 글로 인해서 몇 분만이라도 저상버스를 이해하게 된다면, 한 번쯤 눈길을 보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