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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자라 May 09. 2023

요즘도 가족끼리 대화를 하나요?

중증장애인 막내를 둔 가족의 분위기는...

소개 : 우리 집 막둥이는 1급 장애인입니다. '미토콘드리아 근병증'이라는 이름도 어려운 병을 갖고 살아요. 희귀 난치성 질환이라 완치가 없고, 증상을 막아내는 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동생은 무척 건강한 편에 속해요. 벌써 22살인 데다 수술 한번 한 적이 없거든요!



궁금한 게 있어요. "주변에서 장애인 가정을 본 적 있으신가요?"


제 친구 중 장애인 가족과 함께 사는 애는 딱 한  있어요. 장애인과 함께 사는 게 흔한 일은 아니죠. 그래서 생각했어요. 다들 '장애인과 함께 사는 삶'을 궁금해하지 않을까? 그것도 티비에 나오는 장애인 가정과 확 다른 분위기의 우리 집 이야기라면, 더 재게 느껴지지 않을까?

그래서 시작한 게 제 브런치였습니다.


저희 집은 흔치 않은 집안입니다. 자랑스레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이모들도, 동네에서 오래 봐온 김밥천국 아주머니도, 친척들도, 동생 사정을 아는 오빠 친구, 제 친구들 모두 '집안 분위기좋아 보여 너무 부럽다'는 말을 건넵니다. 우리 집만의 분위기는 제 자부심이고, 제가 걸어 나가는 힘입니다. 너무 소중하죠. 해가 갈수록 그 소중함을 더 느낍니다.


혹시... 지금 자랑하는 거냐구요?

예, 조금요^^




오늘은 저희 집의 분위기를 느껴보실 수 있는 사진보여드릴요. 제가 글로 줄줄 쓰는 것보다 사진 한 장으로 확실히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사진첩을 열심히 뒤져봤습니다.


 1. 가훈


요즘도 가훈 있는 집 많은가요? 제가 고등학생 때부터 가훈 이야기를 하면 선생님들께서 놀라실 정도였는데요. 아마 지금은 더 찾아보기 힘든 집안 문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 집 가훈은 아빠가 직접 만드시고, 직접 손으로 쓰셨습니다! 글씨 정말 멋지죠? 뜻도 그렇고요.

써진 그대로, 저희 집은 모두가 독서와 친한 편입니다. (오빠는 어릴 때만...ㅠ)

저는 7살 때부터 독서모임에 들어가 고3 때까지 열렬히 독서를 했었죠. 글로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본 것 같아요. 그 덕에 저는 학창 시절 내내 글쓰기 상을 받고, 지금도 글쓰기라면 전혀 두렵지 않고 신이 나요!


가훈 덕분에 글쓰기가까이할 수 있었던 거죠. 지금 생각하면 부모님께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다 제쳐두고도 독서는 꼭 습관으로 만들게 돕고 싶어요. 저는 어릴 적부터 독서를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봐왔고,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왔기에 동생의 특별함도 잘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 단톡방


저희 집 단톡방은 그리 활발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다 같이 여행을 가거나 누구 한 명만 여행을 가도 꼭 안부는 물어요. 엄마한테 그렇게 배고, 그 덕에 가족 모두가 서로 말을 많이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답니다!

사실 이 문화의 중심에는 동생이 있어요. 동생이 어머니와 저와 늘 거실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각자 방이 있어도 거실에 모여 대화를 하게 되거든요. 방에 있고 싶어도 각종 심부름 때문에 거실로 불려 나가기도 하고요 ㅋㅋㅋ

거실을 온라인으로 옮긴다면, 저희 가족 단톡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3. 가족신문


'가족신문'이란 단어가 지금은 거의 죽은 단어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제가 초등학생 때는 가족신문 만들기가 꽤 유행이었던 것 같아요. 저희 가족도 매년 참가해서 상을 타곤 했지요.


가훈에서 보셨듯 독서, 글쓰기와 모두 친했던 저희 가족은 가족신문도 잘 만들려고 무지 애썼답니다. 기획과 꾸미기는 어머니가 주축이 되어하셨고, 저희는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는 편에 가깝긴 했어요.

그래도 아버지 회사에서 못 쓰는 종이나 부재료를 얻어 와 활용하고, 각자 자기 이야기를 썼으니 결국은 가족신문의 의미 살아 있는 거죠. 그때는 귀찮았어도 지금은 '해놓길 참 잘했다' 싶은 활동 중 하나입니다.




4. 메모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꽉 차게 느끼게 해주는 사람, 울 엄마.

이게 뭐나면요, 제 도시락 메뉴입니다. 학교 가는 차 안에서 까먹는 도시락 정말 꿀맛입니다!!ㅋㅋㅋ 제가 특별 요청한 메뉴들을 까먹을까 봐 적어두셨답니다.

그 와중에 잘못 써서 카스테라 지운 거 너무 귀엽 ㅠㅠㅠ




여러분 가족은 어떤가요? 꼭 장애인과 함께하는 삶은 아니더라도, 가족끼리 공유하는 문화가 있다는 건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기쁨이 니다. 


저는 가족이랑만 평생 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가족을 무척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요. 단단한 가족이 얼마나 든든한지 저는 압니다. 밖에서 누구한테 욕을 먹고 혼나더라도, 무너지지 않는 저만의 방호복이 있는 것과 같거든요. 내가 잘 살고 있고, 앞으로도 잘 살 거라는 믿음 그 길을 미리 걸어오신 부모님을 보며 자연스레 생겨요.


저는 우리 가족이 참 자랑스러워요. 동생이 장애인이기에 겪게 되는 희귀한 일과 감정들, 그게 제 삶의 튼튼한 벽돌이 되어줍니다. 남들보다 다양하게 인생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전 행운아죠.



여러분의 가족 이야기도 누군가는 신기하고 즐겁게 들여다볼 거예요.

혹시 글을 쓸까 말까 망설이고 계시다면, 글 써보시고 댓글로 알려주세요! 제가 읽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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