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너무 오랜만에 글로 만나 뵙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주 1회 업로드가 목표였는데!!
새로운 일을 벌이고 하다 보니... 강제성이 없는 브런치가 뒤로 밀려나게 되었네요ㅠㅠ
그런데 연재를 쉬는 동안 구독해 주신 분들과 댓글 남겨주신 분들이 많이 계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제가 더 잘 쓰겠습니다... :)
[동생 정기입원에 따라갔던 그날]
미토콘드리아 근병증을 앓는 제 동생은, 20살이 될 때까지 정기입원을 해야 했어요. 어머니가 동행해서 몇 박 며칠을 있어야 하다 보니, 오빠와 제가 학교 다니는 시기를 빼면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입원을 해야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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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하면 여러 검사를 하게 되는데요. 뇌파, MRI, 피검사 등등... 병원 스케줄에 따라 검사실이 빌 때마다 불려 가서 검사를 하고, 병실에 돌아오고. 중간중간 밥 먹고, 약 먹고, 회진 오시면 의사 선생님과 스몰톡 나누고의 반복이었죠. 그 좁은 침대에서도 돌아 누우려고 애쓰던 동생의 모습이 기억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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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동생은 밤낮을 모르는 탓에, 집에서도 새벽에 깨 있는 날이 대부분인데요. 병원에서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새벽에 옹알옹알 떠들면 주변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마음 졸이는 게 일상이었죠. 다행히도 다른 아이들도 모두 울거나 깨어 있어서 마음은 덜 무거웠어요. 반대로 다른 아이들 소리에 잠을 잘 못 자는 날도 있고 뭐.. 병원 생활이 그렇죠. 대부분 다 이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엄마들끼리도 이야기 많이 나누시고요. 응원도 하고, 정보 공유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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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하면 엄마는 동생의 서포터 역할을 충실히 이행합니다. 집에서 하던 것처럼 기저귀도 갈고요, 약도 타서 먹이고요, 두유도 먹이고 밥도 먹이고요. 검사가 있으면 바우처 이모랑 번쩍 들어서 휠체어로 이동하고요. 검사실에서 잡아줘야 할 땐 돕고, 문진표나 소변 기록을 해야 하면 그것도 기록합니다. 뭔가 문제가 생기면 간호사 선생님을 부르는 호출 버튼을 누르고요. 밥 먹을 때가 되면 가위로 잘게 잘라서 밥을 먹이죠. 또 밥을 먹었으면 소화가 되게 휠체어를 밀고 복도를 왔다 갔다 하고요. 도착했을 땐 짐 풀기, 집에 갈 때는 짐 싸기도 잊지 말아야죠! 엄마가 휴식하는 때는... 커피 한 잔 할 때?☕️ 그마저도 시간이 날 때가 있을지, 없을지 모를 일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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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옆에서 지켜보면 참.. 엄마가 안쓰러울 때가 많아요. 샤워실도 여러 명이 같이 쓰는 데다 협소하기까지 하니 거의 대충 씻고 자고, 옷은 무조건 편한 걸로 가져가서 동생을 케어하는 데만 집중하세요. 제가 제일 참기 힘들었던 건 바로 무수면인데요. 거의 새벽까지 깨어 있는 동생 + 각종 소음과 끊이지 않는 검사 등으로 인해 잠을 자기가 힘듭니다. 거의 못 잔다고 봐야 해요. 잔다고 해봤자 잘 곳이 간이침대라.. 몸이 매우 힘들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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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따라갔을 땐 그래도 동생이 잠들었는데, 시끄러울까 봐 복도 소파에 앉아 엄마와 과자를 먹었던 기억이 나요. 비몽사몽 상태로 "엄마는 이거 매번 어떻게 했어? 나 다음에는 안 올래." 말하고 졸았다 말았다 했습니다. 우리 엄마 진짜 대단한 사람이에요. 그날 또 한 번 느꼈어요. 저는 다음 날 아빠 차를 타고 먼저 집으로 돌아왔고요. 엄마는 며칠 더 있었어요. 힘든 그 밤을 바우처 이모도 없이 혼자 견뎌낸 엄마였어요.
저는 잠깐 체험해 본 게 전부지만, 그날 몸이 정말 힘들었거든요? ㅋㅋㅋㅠㅠ 이틀은 끙끙 앓았던 거 같아요.. 새삼 울 엄마 참 대단하고.. 어쩜 그러면서도 우리에게 힘든 티 하나 안 낼까 싶어서 존경심이 더더욱 커졌던 입원 체험(?)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요즘은 크게 검사할 것이 없고 위험성도 적다고 판단되어 정기입원을 하지 않아요. 정기입원이라기보다는 정기검사 정도로 하루 안에 마치고 집에 옵니다. 엄마는 짐 안 싸도 된다고, 불편하게 병원에서 먹고 자고 안 해도 된다고 너무 좋아하셔요. 무엇보다 동생이 많이 컸다는 사실에 제일 기쁘실 테지만요!
그리고 이번에 새로 도입한 마무리 방식,,
바로 어머니의 감상평입니다! 제 글을 어머니께 미리 보여드리고 어머니의 간단한 감상평 + 추가 멘트 + 정정 등을 해보려고 해요. 아래 글까지 읽어주시면 더더 재밌고 풍부한 이야기가 될 거예요!
*어머니의 감상평 *
누나가 동생의 입원을 너무 잘 기억하는 것이 기특하면서도 안쓰럽네요.
보통의 집에는 없을 일이니까요.
그러나 엄마를 이해하는 딸이 있다는 것이 내심 뿌듯하네요.
지금은 많이 건강해진 울 막내도 감사하고 그 긴 세월 동안 아픈 동생을 잘 보살피고 함께 함을 항상 기쁨으로 여기는 울 딸에게도 감사한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