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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자라 Oct 23. 2023

동생이 아플 땐? 올스탑!

동생의 갑작스런 경기에 대처하는 법

안녕하세요! 장애인 동생과 함께 사는 쭈니누나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요 며칠 컨디션이 안 좋았던 동생을 보며 쓰게 되었는데요.

바로 동생이 아플 때 우리 집 풍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건 제 친한 친구들도 모르는 이야기예요..ㅎㅎ 제가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거든요.

주변에도 매번 아프다/괜찮아졌다만 얘기했었는데, 자세히 늘어놓는 건 오늘이 처음이네요.


*이번 글 마지막에도 '어머니의 감상평'이 있으니 끝까지 함께 읽어주세요!*



[동생이 아플 땐? 올스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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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동생은 '미토콘드리아 근병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이 병의 증상은 환자마다 달라요.

제 동생이 가진 특이한 증상으로는 '무호흡증 경기'가 있어요. 경기는 보통 입가, 팔과 다리에서 경련이 일면서 시작돼요. 어머니의 자가진단법으로 경기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는데요. 경련 일어난 곳을 손으로 잡았을 때 멈춘다면 경기가 아니고, 멈추지 않으면 경기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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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경기는 경련과 비슷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무호흡증 경기'는 말 그대로 무호흡을 동반하기 때문에 훨씬 무섭답니다. 경기를 하는 동안 숨을 쉬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빨리 경기를 멈춰줘야 해.

당연히 의사소통이 안 되는 동생을 붙잡고 멈추라고 말할 수는 없고요. 경기를 멈추게 하려면 항경련제를 주사로 주입해요. 항문에 작은 호스를 연결하고 주사기로 약물을 주입하는 형태라, 다행히 아프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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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보통 주사를 주입하시고요. 저는 동생이 가래침을 뱉을 때 닦아내고, 손을 잡아주고 목소리를 내어 안정을 취하도록 돕습니다. 정말 도움이 되는지는 물어본 적 없어서 모르겠지만, 제 손을 꽉 잡는 동생을 보며 그래도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에요. 경기를 할 때는 본인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만에 하나 손가락이 부러지는 등의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손을 잡는 것이 좋죠. 제게서 '악' 소리가 날 만큼 세게 힘이 들어갈 때도 있어요. 그걸 보면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 싶어 마음이 무척 조급해지고, 동생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 고이면 안타까워서 빨리 멈추게 해달라고 속으로 계속 되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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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증상은 때에 따라 다른데요. 경련만 조금 왔다가 갈 때도 있고요. 그럴 땐 주사까지 투여하진 않고 그냥 진정하도록 안아주고 손을 잡아줍니다. 만약 잔 경기가 3번 정도 반복되고 갈수록 강도가 세진다 싶으면 주사를 주는 편이에요. 물론 저는 총사령관 어머니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릅니다! 어머니가 "안 되겠다. 약 갖고 와." 하면 휠체어 손잡이에 걸어두었던 가방 속에서 경기 파우치를 꺼내오고, 어머니께 전달한 후 저는 얼굴 쪽으로 가서 손을 잡습니다. 어머니는 기저귀를 풀고 주사를 얼른 주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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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언제 올지는 아무도(심지어 쭈니 본인도!) 예상할 수 없기에, '늘 긴장 상태로 살아야 하는 거냐' 걱정이 될 수도 있으실 텐데요. 요즘은 성질을 내기 위한 경기(잡으면 멈추고 아주 짧게 함)가 대부분입니다. 어릴 때는 경기가 안 멎어서 구급차를 타고 실려 간 적도 꽤 있었고요. 2~3년 전에는 폐렴으로 3번 정도 그렇게 실려 가기도 했어요. 그럴 때는 동생을 다시는 못 보는 거 아닐까 걱정이 될 만큼 심각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사를 한 대 맞으면 잠들고, 깨어나면 금방 괜찮아지기에 경기 증상 자체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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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의 원인은 비 오는 날일 경우가 제일 많아요. 어머니 말씀으로는 비 오는 날에(특히 천둥번개 치는 날) 뇌에 경기파가 흘러서 경기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해요. 실제로 비 오는 날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 많고요. (이건 아직도 신기한 사실입니다.) 그 외에는 엄마나 누나에게 삐졌을 때(둘만 데이트한 날), 재활치료 다녀와서 몸이 힘든 날 등 본인 심기 거슬리는 날에 경기를 많이 하죠.ㅋㅋㅋ 본인에게 조금만 소홀한 것 같으면 귀신같이 반응하는 동생이 귀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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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경기를 하고 나서 2~3일은 컨디션이 올라오게끔 동생 옆에서 케어를 (눈에 띄게ㅋㅋ) 열심히 하는 편이고요. 오빠, 아빠도 손을 잡아주거나 뭘 먹인다거나 손발이 차게 방치되어 있지는 않은지 이불을 덮어주는 등 온 가족이 신경을 씁니다! 엄마를 보며 웃거나, 궁딩이를 흔들거나, 잘 먹고 잘 싸면 컨디션이 다 올라왔다고 판단해요. 너무 안 자도 경기를 하고, 배고프거나 배가 아프거나 변비가 있을 때도 경기를 하다 보니.. 사는 동안 거의 매일 동생 컨디션에 신경 쓰며 살았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니 새삼 그렇네요! 지금 글 쓰다가도 동생 기침 소리가 나서 좀 두드려 주고 다시 왔습니다.ㅎㅎ  



동생이 너무 예쁜 아이라, 힘든지도 모르고 당연하게 그러고 살았네요. 동생 돌보느라 잠과 늘 싸우시는 우리 어머니가 제일 고생이시죠. 동생이 아픈 후엔 꼭 엄마가 몸살이 나기도 하고요. 이러나저러나 "쭈니가 안 아프면 다 됐다"는 어머니와 가족들입니다 :)



*어머니의 감상평*

우리 집 일상의 중심에 늘 아픈 쭈니가 있고 엄마인 나로서는 당연한 일이고 젤 신경 쓰고 사는 일이라 바쁜지 힘든지도 가끔은 잊고 살았지만~~~~

지켜보아야 하는 누나로서의 삶도 아프고 힘들 거라는 사실이 새삼 미안하기도 하네요.

그래도 늘 언제나 옆에 다가와 바쁠 때 아플 때 함께 캐어해주고 도와주는 우리 딸이 참 고맙습니다. 

많은 힘이 됩니다. 내 삶의 에너지원입니다.

글로 보니 아픈 아들이 겁나는 환자처럼 느껴지지만, 오랜 세월동안 쌓아온 우리만의 시그널로 위기가 와도 잘 넘기며 서로 잘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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