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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자라 Dec 03. 2023

아픈 아이는 태몽도 남다른가요?

장애인 동생의 태몽

며칠 전 본 <놀면뭐하니?>에서 태몽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다. 김종민 님은 태몽이 가위눌린 거였다고 하시던데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웃어도 될지 모르겠지만 조금 웃었다.(ㅎㅎ) 마침 이번 주는 어떤 글을 써볼까.. 하던 차에, 태몽 이야기를 풀어보기로!


제목을 조금 자극적으로 쓰다 보니 무례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다행히 살아가면서 저런 질문을 들은 적은 없었다. 클릭 유도를 위한 제목 설정에 너른 양해를 부탁드린다. :-)


동생의 태몽은 엄청 특이한 편이라 한 번 썰을 풀어볼까 한다! 다만 내가 너무 어릴 때라(응애 애기 시절) 어머니께 여쭤봤다.



*쭈니의 태몽*

엄마가 시할아버지/시할머니 생신상에 올릴 딸기를 사려고 가는 길이었다. 딸기밭은 개울 건너편이라 건너려고 했는데 건널 수단이 없었다. 물은 엄청 깊고 커서 개울이 아니라 하천 느낌이었다고. 건널 수단이 없었지만 꿈이라 그런지 어떻게 건너갔다. 건너편에는 비닐하우스 2동이 있었는데, 딸기 가격은 만 원으로 같아서 들어가 보고 한쪽이 훨씬 딸기 품질이 좋아 그걸 샀다. 그 후 돌아가려고 돌아보니 개울이 아니라 바다가 되어 있었고, '어떻게 나가지?' 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커다란 물고기가 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가까이 와서 보니까 용이었다. 놀랄 겨를도 없이 용이 엄마를 태워서 물을 한 바퀴 돌더니 처음 있었던 개울 건너편에 데려다주고 꿈에서 깼다. 



엄마가 말씀하시길, 용이 무서워야 하는데 무섭지도 않고 '내가 살겠구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엄마 나름대로 해석하시길 증조할아버지/할머니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다가 용을 만난 거라, 쭈니를 가진 후 어른들한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하셨다. 실제로 증조할아버지께서 90세 넘도록 장수하셨는데, 늘 우리 가족을 잘 챙겨주시고 특히 아픈 막내 걱정도 많이 해주셨다. 우리 가족 모두 어른들께 잘하며 살았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전부 엄마의 가르침 덕분! 어머니의 그런 마음에는 태초에 이 태몽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


태몽에 대해 친가, 외가, 지인들이 다 물어봤었는데, 꿈 내용을 말했더니 어른들이 좋은 꿈이니 말하지 말고 그 애한테 잘 안 하면 죄받는다고 잘하라고 하셨다고 한다. 너무 좋은 꿈은 태어나기 전에 말하고 다니면 복이 달아난다나. 


제주에서 찍었던 강아지 구름 - 용 모양은 없어서...


태몽으로 용꿈이 흔하지 않기도 하고, 성공한 사람들 태몽이 용꿈인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연예인들의 태몽을 모아둔 글에도 용꿈은 꼭 있었다. 수지 님 태몽이 화려한 꽃을 든 은색 용이 품에 안기는 꿈이었다고! 그래서 솔직히 어머니는 기대도 많이 하셨을 텐데, 쭈니가 아픈 아이란 걸 알고 나서 더 걱정이 되진 않았을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엄마 걱정이 (이제야) 된다.


오래 산 어른들께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용꿈은 부자 되는 꿈이거나 큰 인물이 되는 꿈인데, 쭈니는 아픈 몸으로 태어났으니 정성 들여 키우면 집을 부유하게 만들어 줄 거'라는 해몽. 당시 부산에 계시던 아빠 회사 사장님께서도 아이가 아프지만 태몽이 좋다며 점집에 가서 물어보셨는데, 비슷한 말을 들으셨다고 했다. 혹시 병이 나을 수 있는지 물어보러 갔지만 그건 아니고, 잘 키우면 집에 큰 보탬이 될 아이라고 했다고. 어머니에게는 이 말들이 아이를 키우는 데 일종의 응원이 되었던 모양이다. 


내가 엄마가 우울해할 때 가끔 하는 말이 있는데, 참 무책임한 말이지만.. "엄마. 열심히 살아도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많아. 엄마는 그래도 열심히 하는 대로 동생도 따라오고 갈수록 형편도 좋아졌잖아. 행복한 줄 아셔~" 다행히 엄마는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맞네. 우리 딸 똑똑하네." 하면서 잘 받아주신다. 그리고 진짜 힘을 내서 살아간다. 그럼 나는 그 뒤를 졸졸 따라가는 딸일 뿐이다.


요즘 시대에 태몽이 다 무슨 상관이야!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우리 가족은 막내 탄생 이후로 점점 형편이 좋아졌다. 그리고 워낙 사랑받으며 잘 자라줘서 그 자체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다. 장애인 아이를 돌보는 집이 겪을 만한 어려운 일들을 많이 비껴가며 살아온 것 같아서, 신기하고 다행일 때가 많다. 


태몽이 그 사람만의 고유한 스토리라는 게 참 좋다. 우리 모두 세상에 나올 때 다 다른 쓰임을 가지고 나온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아서. 저 사람이 어떻고 나는 어떻고 비교하기보다 내게 주어진 능력을 찾아 잘 펼치며 살면 그만이지 않을까. 이미 우리는 모두 고유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브런치만 봐도 다들 자신의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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