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무서워요

by 윤희영

아,, 지금 그날을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끔찍해요.


엄마아빠가

"몰리 예방접종하러 가자"

라고 하고선 나를 데리고 나갔어요. "예방접종"이 뭔지 몰랐던 나는 엄마아빠랑 재밌는 곳에 놀러 가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따라나섰어요.


평소 산책이나 놀이터를 가는 방향이 아니라, 내가 싫어하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자전거, 시끄러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큰길로 걸어갔어요. 뭔가 불길한 예감 같은 거 있잖아요? 여자의 촉 같은 거.


처음 걷던 길, 옆에 있던 건물로 들어갔어요. 여기에도 엘리베이터가 있었어요.

'여긴 누구네 집인가?'

생각하려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바로 열렸어요. 다행히 우리 집 엘리베이터보다도 문이 빨리 열렸어요.

엘리베이터를 나오니 뭔가 이상한, 낯선 냄새가 코를 찔렀어요.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가고, 아빠와 나는 뒤를 따랐어요.

이곳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어요. 저쪽에 앉아있는 친구,, 음... 친구라고 하기엔 나이가 나보다 열 살은 많아 보이는데,,

그 어르신의 얼굴표정이 잔뜩 긴장한 모습이 보여요.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소리가,, 엄마아빠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들려왔어요.

'여기가 어딘데 그러지?'

잠시 후 안쪽에서 흰색 옷을 입은 아저씨가 어떤 친구를 안고 나와서, 그 친구의 엄마로 보이는 듯한 사람을 불러요.

그 친구의 눈가에 살짝 맺힌 눈물을 나는 봤어요. 다리도 미세하게 떨고 있었어요.

'여긴 대체 뭐 하는 곳이지??'


아빠는 나를 안정시키려는 듯

"몰리야, 여기 맛있는 간식 뭐 있나 구경해 보자. 여기 장난감도 있네?"

라고 하며 나를 이리저리 끌고 다녔지만 내 눈엔 그런 것들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어요.

이 심상치 않은 곳에서 얼른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뿐..

"몰리 들어오세요"

엄마랑 이야기했던 언니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게 들렸어요. 순간 엄마 아빠는 눈이 마주치고 아빠는 나를 번쩍 들어 올려서 흰색 옷을 입고 있던 아저씨가 있던 방으로 데려갔어요.

그때부터 나는 정신이 혼미해져서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흰색옷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아빠는 나를 그 아저씨에게 넘겨주었어요.

그 아저씨는 나를 번쩍 안고 엄마 아빠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데려갔어요.

'엄마, 아빠,,,,,,'

안에는 못 보던 언니가 손에 뭔가를 들고 있고, 흰색옷 아저씨는 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더니,

"몰리 착하지~"

하면서 쓰다듬는 거예요.

분명 쓰다듬는 거 같았는데

'윽...'

뭔가 내 몸속으로 깊숙이 들어왔고, 차가운 느낌의 무언가가 내 몸으로 퍼져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면 엄마아빠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냥 꾹 참았어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어요.

"어이구, 몰리 씩씩하구나"

그 흰색옷 아저씨는 내 발바닥에 길게 난 털을 깎아내고, 창피하게도 똥꼬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는 느낌이 들었어요. 뭔가 비릿한 심한 냄새가 났지만, 여기서 빨리 나가기만을 기다렸어요.

드디어 흰색옷 아저씨의 팔에 안겨 엄마 아빠가 있는 곳으로 나왔어요.

아빠 눈을 보는 순간 울음이 왈칵 나올 것 같았지만, 이번에도 잘 참아냈어요.

아빠는

"우리 몰리, 많이 아팠어? 소리도 한번 안 내고 잘했네, 아이 이뻐"

라고 이야기했어요.

난 아빠가 너무 미웠어요. 아빠는 내 마음도 모르고, 그 흰색옷 아저씨. 나한테 뾰족한 걸 찌르고, 똥꼬를 누르고, 내 발 털을 깎아버린 그 아저씨한테 웃으면서 뭐라 뭐라 이야기하곤

"감사합니다"

라고 하고선 밖으로 나왔어요.


너무너무 속상하고, 아팠어요.

그 건물을 빠져나오자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어요.

엄마아빠는

"우리 몰리 주사도 잘 맞네, 아이고 이뻐라"

라고 했어요. 내 몸에 들어온 그 뾰족한 게 바로 주사라는 거였나 봐요.

이날 갔던 그곳이. 바로 "동물병원"이라는, 우리 친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장소라는 것. 그 흰색옷 아저씨가 우리에게 가장 무서운 의사 선생님이란 걸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그 동물병원 옆에 있는 스타벅x라는 가게 앞에서 나는 응가를 하고 말았어요.

이곳은 나의 똥스팟이 아니었지만, 병원에서 너무 긴장을 했었는지, 다리도 풀리고 응가, 쉬야가 마구 신호를 보냈기에 어쩔 수가 없었어요.

엄마아빠는 평소와 다르게 난처한 표정으로 재빠르게 내 응가를 치우는 거 같았어요.


그 후로.. 나는 엄마아빠가 병원 방향으로 데려가려고만 해도 안 간다고 버티게 되었어요.

산책중에도 병원에 가까워진다는 느낌이 오면 네 발로 강하게 버텨냈어요.

이건 나의 머리가 시키는 게 아니라, 나의 몸이 반응하는 거예요.


그리고, 이상한 증상이 또 생겼어요. 그 스타벅x 앞에만 가면 갑자기 응가가 마려워요. 병원에 간 이후로 벌써 세 번이나 그랬어요.

나는 병원이 정말 싫어요.


동물병원몰리.png 동물병원이 너무나 무서운 몰리
병원탈출.PNG 병원에서 빨리 나가고싶은 몰리
스타벅스앞똥스팟.PNG 스타벅O 앞 몰리 똥스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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