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 "코", "손", "빵야!"

by 윤희영

아빠가 핸드폰으로 어떤 영상을 계속 보고 있어요.

힐끗 보니 그 안엔 어떤 친구의 모습이 보여요.

아빠는 나를 옆에 두고 다른 친구의 영상을 보고 있어서 살짝 심통이 났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전 착한 아이니까요.


갑자기 아빠가 서랍으로 가더니 내가 좋아하는 치즈 간식을 손에 쥐고 나에게 오고 있어요.

나도 모르게 꼬리를 살랑살랑, 입안엔 침이 고이고, 벌써부터 치즈간식의 냄새가 나고 있어요.

아빠는 평소처럼 내 입에 간식을 넣어주지 않고, 내 앞에 앉더니 나를 바라보았어요.


그러더니 갑자기 손가락을 두 개 펴서 내 얼굴 앞에 대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몰리~ 브이! 브이!"

아빠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치즈 향기가 코를 찔러요. 그런데 왜 나에게 치즈 간식을 안 주고

"브이! 브이! 몰리야,, 브이!"

계속 같은 말을 하는 거죠?


내가 멍하니 아빠 손을 바라보며 침을 꼴깍 삼키자, 이번엔 아빠가 들고 있던 손 뒤로 내가 좋아하는 치즈를 하나 들어 보였어요.

아빠의 두 손가락 사이로 치즈가 보였어요.

저는 얼른 치즈를 먹으려고 고개를 내밀어 치즈를 받아먹었죠. 그랬더니 아빠는

"옳지~~ 아이 잘했어 몰리!!"

하는 거 아니겠어요?


어쨌든 간식도 먹고 아빠에게 칭찬을 들으니 으쓱해졌어요.

아빠는 또 말했어요.

"몰리~ 브이! 브이! "

이번엔 아빠의 손가락 뒤에 치즈 간식이 보이지 않았어요.

나는 아빠의 눈을 바라보았어요.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으로 뭔가 나에게 말을 하는 거 같았어요.

'아빠가 나에게 뭘 바라는 걸까? 어떻게 하라는 거지?'

아빠는 이번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손가락 두 개를 기역자로 펴서 내 얼굴 앞에 들고 있었어요.

'이렇게 하라는 건가?'

나는 조심스럽게 천천히 나의 턱을 아빠의 손가락 사이에 올려놓았어요.

그 순간

"옳~지. 아이고 예뻐라 우리 몰리, 우리 몰리 정말 똑똑하네! 천재견 아냐?"

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아빠가 활짝 웃으며 나를 칭찬했어요.

물론 아빠의 칭찬을 들으니 으쓱해지긴 했지만,, 치즈 간식을 못 먹었잖아요?

나는 즐거워하는 아빠의 두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어요. 아빠는

"아, 맞다. 여기"

하면서 그제야 내가 기다리던 치즈 간식을 주었어요.


아빠가 "브이" 하면서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벌려서 내 눈앞에 갖다 대면 나는 얼른 아빠의 손가락 사이로 턱을 올려놨어요.

그럴 때마다 맛있는 간식 한알을 얻어먹을 수 있었죠.. 한동안은.


며칠이 지났을 거예요.

핸드폰을 하던 아빠가 갑자기 나를 보며

"몰리~ 브이!"

하며 손가락을 들어 보였어요.

아빠는 서랍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가져오지도 않고, "브이! 브이!"만 외치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나는 가만히 있었어요.

'간식도 없으면서 왜 저러셔?'

아빠는

"벌써 까먹었나??"

하더니, 갑자기 일어나서 간식을 들고 오는 거예요.

"브이!"

나는 기다릴 틈도 없이 얼른 아빠의 손가락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었고, 맛있는 소고기 간식을 먹을 수 있었어요.

"몰리 이 녀석, 간식 줄 때만 아빠 말 잘 듣는구나? 아주 똑똑한데?"

그 후로도 아빠는 핸드폰으로 어떤 친구가 나오는 영상을 보고 나서 나에게 똑같이 말했어요.

"몰리~ 코! 코!"

"몰리~ 손! 손!"

"몰리~ 앉아! 앉아!"

여기까진 꽤 쉬웠어요. 아빠는 아주 만족해하며 간식을 주었어요.

아빠에게 얼굴 들이밀고, 코 들이밀고, 손 올려주고, 한번 앉고 나면 맛있는 간식을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런데...

이번엔 아빠가 이상한 걸 바라는 거 같았어요.

"몰리? 빵야~.... 빵야~ "

하면서 나에게 손가락을 겨눴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아빠에게 얼굴을 내밀어봤는데, 아빠는 가만히 계셨어요.

"몰리! 빵야~!"

'이게 아닌가?'

이번엔 코를 내밀었어요. 아빠는 여전히 가만히 계셨어요.

'이건가?'

아빠에게 앞발을 들어 보였어요. 여전히 아빠는 무표정하게 계셨어요.


그런데 아빠가 갑자기 간식을 내 머리 위로 가져오는 거 아니겠어요? 나는 간식을 받아먹으려고 고개를 드는데 아빠의 손이 너무 높아서 그만 주저앉고 말았어요. 아빠는 여전히 간식을 쥐고서 이번엔 갑자기 내 턱 밑으로 간식을 가져오는 거예요. 나는 그걸 받아먹으려 고개를 숙이는데, 아빠의 손이 너무 낮아서 그만 엎드리고 말았어요. 그런데도 아빠는 간식을 안 주시고는, 이리저리 손을 움직이는데, 그걸 바라보다가 나는 옆으로 몸이 눕혀지고 말았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옳지~"

하시면서 간식을 주시는 거예요.

간식을 먹은 건 기뻤지만 나는 얼른 다시 일어났어요.


아빠는 또다시

"몰리? 빵야~!"

하면서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어요.

나는 천천히 앉았다가.. 천천히 엎드렸다가.. 천천히 옆으로 누웠어요. 그러자 갑자기

"옳지~"

아빠가 활짝 웃으며 간식을 건네줬어요.


아빠는 그 후로도 가끔씩 "코! 브이! 손! 앉아!"를 시켰고, 나는 항상 아빠의 손에 간식이 있을 때만 몸을 움직였어요.

아빠가 간식을 손에 쥐지도 않고 그런 말을 할 때는, 나도 그냥 바닥에 엎드려서 안 들리는 척했어요.

다른 건 몰라도, "빵야!"는 정말 하기가 싫었어요.

앉았다가 엎드렸다가 몸을 옆으로 뉘었다가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일어나는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거든요.

아빠가 치즈 간식 작은 거 한알을 들고 나에게 "빵야!"를 시키면 나는 치즈간식을 포기하고 그냥 안 들리는 척했어요.

소고기 육포나, 닭고기 정도를 들고 있을 때만 "빵야!"에 반응을 해주었죠.


그나마 집안에서는 해줄 만해요.

아주 가끔은 아빠가 놀이터에서 나에게 "빵야!"를 시켰어요. 물론 아빠 손에 간식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거긴 놀이터였거든요.

바닥에 흙도 있고, 개미도 기어 다니고, 아침에 친구들이 서로 자기 쉬야를 여기저기 발라놓고 간.

아주 깔끔한 나로서는 그런 놀이터 땅바닥에서 드러눕는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어요.


그치만, 가만히 있는 나를 보며 머쓱해하는 아빠를 보면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어요. 다른 아줌마 아저씨들이 우리집에 왔을 때 아빠가 "빵야!"를 시키면 그때는 한번 잘해볼게요.



P.S.

나중에 한 가지가 추가되었어요.

"몰리~ 뽀뽀!"

아빠는 몸을 낮추고 내 얼굴 앞에 아빠의 얼굴을 들이밀었어요.

나는 아빠의 코에 나의 코를 살짝 갖다 댔어요.

아빠는 역시나 활~짝 웃으면서

"아이구 우리 몰리, 아빠도 몰리 사랑해~!!"

했어요.

아빠가 이렇게 좋아한다면, 뽀뽀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요^^ 비록 간식이 없을 때여도 요.


브이하는몰리.png "브이" 하는 몰리
브이코손3.PNG "브이(V)" 하는 몰리
브이코손4.PNG "코" 하는 몰리



간식 없을 때
간식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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