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놀이터에 한참 적응을 하고, 쿠키언니와 매일매일 재밌게 놀던 그때.
나와 비슷한 시간에 매일 와서 만나게 된 오빠가 있어요. 바로 "보더콜리 보리"
보리오빠는 노란색, 흰색 털이 섞여있는 보더콜리예요. 나보다 나이는 2,3살 정도 많다고 했어요.
보리오빠는 마른 체격이었는데, 오빠가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보면,
'아, 오빠는 살이 찔래야 찔 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와 쿠키언니는 반려견놀이터에 놀러 간 거지만, 보리오빠를 보면 놀러 온 게 아니라 뭔가 훈련을 하러 온듯한 느낌이었어요.
오빠의 엄마께서 원반을 던져주시면 보리오빠는 원반이 날아가는 곳으로 먼저 달려가서 높게 점프를 하여 원반을 물고 착지를 했어요.
백이면 백. 정확하게 받아서 엄마께 가져와서 놓고는 다시 뒤돌아가서 뛸 자세를 취했어요.
엄마가 안 놀아주실 땐, 우리 아빠가 공도 차주고, 원반도 던져주곤 했는데, 보리오빠는 우리 아빠가 던져준 원반을 멋지게 받아낸 다음 이걸 꼭 오빠네 엄마께 갖다가 내려놓았어요. 그럼 우리 아빠는 머쓱해하셨고요.
공놀이도 무척 좋아하고 잘했어요. 아빠가 공을 차주시면 점프를 해서 공중에서 공을 물고 착지를 했어요. 내 친구들 중에 저렇게 높이 점프를 하는 친구는 본 적이 없었어요.
(아,, 한참 후 일이었는데, 나의 절친 구찌오빠가 대형견놀이터와 소형견 놀이터 중간의 어른 키만 한 담장을 뛰어넘어 간 적이 있어요)
아빠가 언젠가 그러셨어요.
"우리 몰리가 동네 아이들 축구하는 거라면, 보리는 프로축구 선수 같아요."
나도 공감해요.
아, 아빠와 보리엄마는 자주 대화를 하셨는데, 보리오빠의 과거 이야기를 종종 들으셨어요.
그날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TV로 뭔가를 막 찾더니 틀어놓으면서,
"몰리야, 이거 아빠랑 같이 보자. 여기에 보리오빠가 출연했었대."
그건 바로, 아빠가 일요일마다 나와 즐겨 보던 "TV동물농장"이란 프로였어요.
몇 년 전에 보리오빠가 "운동중독" 강아지로 동물농장에 나왔던 거예요. 지금보다 한참 어렸을 때의 오빠와, 오빠의 엄마를 볼 수 있었어요. TV에 나왔던 오빠와 같은 놀이터에서 매일 만난다는 게 왠지 모르게 좀 뿌듯했어요.
그 후로도 보리오빠는 놀이터에 자주 왔지만, 언젠가부터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요즘은 못 본 지 좀 오래되었어요.
하지만 반려견 관련 행사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보리오빠의 엄마를 만날 수 있어요. 그때마다 나를 알아보시고는 인사해 주셔서 반가웠어요.
'보리오빠!! 지금도 운동 많이 하고, 잘 지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