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식구가 막 되었을 때.
내겐 모든 게 생소했고, 모든 게 처음 보는 것, 모든 게 처음 해보는 것들이었어요.
아빠의 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갈 수도 있었지만, “계단”이라는 곳을 통해서 갈 수도 있었어요.
처음엔 아빠가 나를 두 손으로 번쩍 안고, 그 계단을 걸어 올라서 집에 데려다주셨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계단 앞에서 나를 내려놓는 거 아니겠어요?
'아빠, 왜 나를 안아주지 않아요?'
나는 꼼짝 않고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었어요. 두려운 눈으로 아빠 얼굴을 쳐다보았어요.
“몰리야, 이리 와봐, 한번 내려와 봐. 무서워?”
'아빠, 그걸 말이라고 해요?'
“낑낑낑낑”
아빠는
“아이쿠야, 우리 몰리 아직은 무서운가 보구나, 아빠가 안아줄게.”
하고는 나를 번쩍 들어서 계단을 지나갔어요.
'휴~'
계단이란 곳은 너무나 차갑고, 딱딱하고, 계단 끝에 빛나는 부분은 내 발을 다치게 할 것만 같았어요.
부드러운 흙이었다면 아빠에게 보란 듯이 멋지게 “점프”를 해서 보여줬을 거예요. 하지만 아직은 너무너무 무서웠어요.
다 끝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번엔 계단 맨 아래에 나를 내려놓았어요.
“몰리야, 한번 올라가 볼까?”
'아빠, 왜 이러세요? ㅠㅠ'
내가 가만히 얼음이 되어있자, 아빠가 나를 두고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어요. 나만 두고 말예요.
저 위에서 나를 바라보던 아빠는
“아빠 집에 간다~ 몰리야 얼른 올라와봐!”
하셨어요.
'아빠, 나만 두고 가면 안 돼요!!'
나는 아빠 얼굴을 보고 용기를 냈어요. 내 다리 길이만큼 높아 보이는 계단이었지만 한 발을 살짝 댔어요. 생각보다 아프거나 하진 않았어요. 나머지 앞발을 올렸어요. 그와 동시에 뒷발을 힘껏 찼어요. 앞발도 잡아당겼구요. 그 순간이었어요. 내 몸이 계단을 하나 올랐고, 어느샌가 나의 앞발은 또 다른 계단을 밟고 있었어요. 나는 또 뒷발을 걷어차고 계단을 올랐어요. 그렇게 10개가 넘는 계단을 뛰어올랐어요. 아빠가 나를 번쩍 끌어안으며
“우리 몰리 드디어 계단을 올라왔네~?”
하면서 활짝 웃었어요.
계단이란 걸 오르는 건 생각보다 쉬웠지만, 내려오는 건 그 후로도 한참 걸렸어요. 그치만, 계단을 내려오지 못한다고 아빠가 화를 낸 적은 없어요.
가끔은 집안에서 아빠가 나를 소파에 올려줬어요. 그 소파는 계단 하나보다 훨씬 높았어요. 내가 일어서도 소파를 올라올 수는 없었어요. 그런 소파에 있는데 아빠가 나를 부르면 정말 난감했어요. 나는 내려갈 수가 없었거든요. 그럴 때마다 아빠는 뭐가 그리 웃긴지,
“몰리 겁쟁이네~”
하면서 나를 안아서 바닥에 내려줬어요.
'흥! 나도 내려올 수는 있지만.... 바닥이 너무 미끄러워서 그런거라구요!!! 아빠 미워!'
소파에서 내려오는 건 많이 무서웠지만, 내가 소파에서 맘껏 뛰어내려오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엄마아빠가 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저는 무럭무럭 자랐거든요. 키가 이만~큼 크고 난 지금은, 그때 소파 위가 왜 그리도 무서웠는지 이해가 안 가요 ^^
내가 이렇게 자라기 전까지, 아빠는 놀이터에서 만나는 친구들의 엄마아빠와 이야기할 때, 나를 보고 “소심한”, “겁 많은”, “순둥이”라고 이야기하는 거 같았어요. 그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소파나 계단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강아지를 부르는 말인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