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고 느긋한 오후, 나는 소파 위에 벌러덩 누워 졸고 있었어요.
햇살도 따뜻하고, 아빠도 조용하고, 참 좋은 시간이었죠.
그런데… 아빠가 거실로 나오시더니, 서랍장을 열고 덜그럭덜그럭 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빗을 들고 나타났어요.
바로 그 빗!
나의 등짝과 배, 겨드랑이, 엉덩이 속 털들을 수북하게 쓸어내는 그 무시무시한 빗!!!
아빠와의 눈 마주침. 0.1초의 정적. 그다음
“몰리야~ 빗질하자~”
‘안돼애애에!!!’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식탁 아래로 몸을 숨겼어요. 하지만 아빠는… 이미 나의 모든 동선을 알고 계셨죠.
“잡았다, 몰리!”
순식간에 들려올려지고, 나는 아빠의 두 무릎 사이 ‘빗질 포지션’에 앉혀졌어요.
이제부터… 나의 수난이 시작되는 거죠.
빗질은 가볍게 시작돼요. 등은 그나마 괜찮아요. 살짝 간지럽기도 하고. 그런데 문제는… 배, 겨드랑이, 뒷다리 안쪽! 엉켜있는 털들이 뽑힐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외쳐요.
‘아빠, 진짜 그거 꼭 뽑아야 해요…?’
나는 최대한 불쌍한 눈빛,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보지만, 이때는 아빠가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아요. 아마도 나의 표정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까 봐 그런 거 같아요. 너무 아프면 살짝 “끙…” 하고 소리를 내요. 그러면 아빠는 멈칫하고 말해요.
“아이고, 미안해 몰리야. 이건 진짜 조심해서 할게… 조금만 참자. 다 했어. 금방 끝나.”
나는 으르렁거리거나 도망가지 않아요. 물지도 않아요. 그냥… 체념해요.
금방 끝난다는 이야기는, 아직 한참 더 빗질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거든요.
빗질 시간은 대략… 30분? 1시간? 정도 걸렸어요.
바닥에는 내 몸에서 빠진 털이 뽀얗게 쌓여 있어요. 어떤 날은 그 털을 모아보면 배구공만큼 뽀송한 털산이 만들어지기도 해요. 아빠는 땀을 닦으며 말하죠.
“몰리야, 털 좀 그만 만들어… 이젠 진짜 한 마리 더 나올 지경이야. 겨울엔 이 털로 오빠들 옷 만들어줘야겠어. 몰리 털 패딩!”
그리고… 드디어, 끝! 나는 쏜살같이 일어나 서랍장 밑으로 달려가요. 거기서 고개를 쏙 빼고, 서랍장 한번, 아빠 한번, 다시 서랍장 한번, 아빠 한번 순서대로 시선 왕복.
‘아빠! 이제… 나한테 줄 거 있잖아요?’
아빠는 웃으며 서랍장을 열어요.
“그래, 고생했지 우리 몰리. 이 정도면 진짜 잘 참았어! 우리 몰리 최고야!”
힘들게 빗질한 날, 아빠는 늘 간식 2개를 주세요. 하나는 잘 참은 용기,
하나는 사랑받을 자격에 대한 보상이래요.
P.S.
다음에도 빗을 들고 오면… 나는 또 도망칠 거예요.
근데, 알죠. 결국 붙잡힐 거고, 또 체념할 거고, 그 뒤엔 따뜻한 손길과, 서랍장 간식이 기다리고 있다는걸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아빠가 빗을 들고 오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