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빠집에 처음 왔을 땐 오빠가 초등학생이었어요. 키도 작고, 귀엽고, 아기 냄새가 살짝 나던 오빠.
어느 날, 엄마아빠가 모두 외출하시고 나 혼자 소파에 뒹굴고 있었어요.
“삐삐삐삑, 철커덕”
갑자기 문이 열리고 작은오빠가 학교에서 돌아왔어요. 나는 평소처럼 가서 반기려는데, 오빠 뒤로 낯선 냄새가 느껴졌어요. 처음 듣는 목소리도 들렸어요.
“우와, 얘가 몰리야? 안 물어? 몰리몰리!”
한 명은 오빠보다 키가 조금 작고, 한 명은 키가 조금 컸어요.
“우리 몰리는 잘 짖지도 않고, 사람을 물지도 않아.”
작은오빠가 이야기했어요. 오빠들 세 명이 우리 집 거실로 들어왔고, 오빠의 두 친구가 서로 나를 만지려고 뛰어와서 손을 내밀었어요. 내가 당황해서 뒤로 도망치니까 나를 막 따라와서 꼬리를 잡으려 했어요. 내가 잡힐 뻔하다가 도망치니까 재밌다는 듯 큰 소리로 깔깔깔깔 웃으며 소리를 질렀어요. 내 귀엔 오빠들 3명의 목소리가 너무나 크게, 시끄럽게 들렸고 식탁 밑에 숨었다가, 베란다로 얼른 도망을 갔어요. 그러자
"에이, 도망갔네,, "
하면서 오빠와 친구들은 방으로 들어갔어요. 나는 심장이 벌렁벌렁거렸고, 방 안에서 소리 지르며 웃고 떠드는 오빠들의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어요. 이럴 때 내 옆에 있어주지 않는 아빠가 너무나 원망스러웠어요.
오빠 친구들이 돌아간 이후에도 그 당시의 두려웠던 감정이 쉽게 잊혀지지 않았어요.
그날 저녁 아빠가 퇴근해서 오셨을 때, 아빠에게 아무런 설명을 할 수 없다는 게 너무너무 답답했어요.
그렇게 며칠이 지났고, 주말 오전에 아빠와 산책을 나가게 되었어요.
공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으르르릉,, 으르렁,, 멍멍멍멍!!!!”
하고 짖었어요. 아빠는 깜짝 놀라셨어요.
“몰리야, 갑자기 왜 그래? 어?? 무슨 일이야??”
나는 며칠 전 오빠 친구들이 나를 막 잡으려 하고, 소리 지르고 하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고, 그때 느꼈던 두려움이 그대로 느껴지면서 으르렁대며 짖어댔던 거예요.
평소에 짖을 줄도 모른다던, 세상 가장 순한 강아지라 믿고 있던 내가 이런 모습을 보였으니, 아빠가 당황하는 것도 이해가 돼요. 하지만 나는 무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계속해서 짖었어요. 아빠는 이해가 안 되는 표정으로 나를 안았고, 내가 짖지 않자 나를 안고 천천히 걸어갔어요. 공원 분수대 근처를 가자 그곳에는 작은오빠 또래의 여러 아이들이 서로 소리 지르며 뛰어놀고 있었어요. 나는 아빠 품에서
“으르르릉”
하며 계속 으르렁댔어요. 그때까지 아빠는 내가 왜 그런지 전혀 몰랐어요. 상상도 못했죠.
그 후로도 산책을 하다가 어딘가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고, 으르렁거리고, 짖게 되었어요. 항상.
내가 아이들 소리만 들리면 예민해지는 모습을 여러 번 지켜보신 아빠는, 나의 모습에 대해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작은오빠가 친구들 데리고 집에 놀러 왔을 때 있었던 이야기를 알게 되었어요.
아빠는
“몰리에게 트라우마가 생긴 거 같다.. 큰일이네..”
하며 한숨을 쉬었어요.
그 뒤로 아빠와 엄마는 산책길에 저 멀리서 아이들 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이 없는 쪽으로 돌아서 다니게 되었어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오빠 또래의 아이가 타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멍멍멍멍” 하고 짖는 바람에
“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우리 강아지가 겁이 너무 많아서.... 먼저 내려가세요”
하고 아빠는 다른 사람들에게 사과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엄마 아빠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어린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면 긴장이 되고, 몸이 먼저 반응을 해요. 언젠간 나아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