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야,
아빠는 어릴 적부터 강아지를 많이 키워왔단다.
그땐 ‘반려견’이라는 말도 없었고, 강아지는 마당에 나무집을 지어 묶어두고, 가족들이 먹다 남은 밥을 모아 주는 존재였어.
왜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돌아오면 강아지들이 사라져 있곤 했단다. 이별을 준비할 틈도 없이 말이야.
나중에야 ‘개장수’라는 사람들이 동네를 돌아다녔다는 걸 알게 됐지.
그리고 또다시 몇 마리의 강아지를 키웠지만, 그 아이들 역시 하나둘, 이유도 모른 채 내 곁을 떠났어.
어느 날은 거품을 물고 쓰러져 가는 걸 지켜보기도 했고…
그땐 지금의 너의 작은오빠보다도 어린 나이였단다.
부모님이 키우시던 강아지 한 마리는 외가에서 혼자 돌아다니다가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어.
내가 어린 시절 겪은 강아지들의 죽음은… 나이가 들어 천천히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라, 항상 너무 갑작스럽고 잔인한 방식이었어.
그 슬픔은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았고, 마음 한켠에 오래도록 남았단다.
스무 살이 넘어 독립한 후, 아빠는 처음으로 내 손으로 키우는 강아지를 만나게 됐어. 시츄였고, 그 아이가 새끼를 낳고, 그중 한 마리를 더 키우게 됐지. 그렇게 또 두 마리의 강아지와 인연을 맺었고, 마지막엔 어떤 할머니의 부탁으로 ‘밍키’라는 아이를 데려오게 됐단다.
밍키는 어린 강아지라 했지만, 몸은 여위었고 한쪽 눈은 이미 백내장이 시작됐고, 잘 듣지도 못했어. 매일 산에 데리고 다니며 운동시키고, 살이 오르기를 기다리며 목욕도 시켜줬지. 한밤중에 기절하듯 쓰러지기도 했고, 자궁 적출 수술, 눈 적출 수술도 겪었어. 결국엔 치매가 와서, 아빠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불러도 듣지 못하고, 앞도 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지만… 그 아이는 끝까지 아빠 곁에 있었고, 함께 시간을 나누었지.
그땐 너의 오빠들이 아주 어렸을 때였고, 밍키를 무지개다리 너머로 보낸 날, 우리 가족은 모두 장례식장에 함께 갔단다. 죽음을 받아들이기엔 너무나도 이른 나이였던 오빠들… 사실 아빠도 마찬가지였어.
그래서 다짐했어. 이제 더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고.
많은 이별을 겪었고, 그런 슬픔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거든.
오빠들에게도 그런 슬픔은 되도록 겪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그 후로 아빠는 직접 강아지를 키우진 않았지만,
[TV 동물농장], [개는 훌륭하다], [세나개] 같은 프로그램은 빠짐없이 챙겨 봤단다. 보면 볼수록, 예전의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닫게 되더라.
강아지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주인과 개’의 관계 속에서 얼마나 많은 걸 놓쳤는지도…
엄마와 산책을 하다 강아지를 보면
“정말 귀엽다.”
“그래도 우린 다시 강아지 안 키울 거야.”
이런 말을 하곤 했지만, 엄마는 늘 덧붙였지.
“그럴 일은 없지만, 만약 또 키우게 된다면 꼭 셀티! 셔틀랜드쉽독을 키울 거야.”
아빠는 그저 ‘이름 멋지네’ 하고 웃고 말았지.
그러던 어느 날, 작은오빠가 하교길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어.
작은 손을 잡고 그 화단 속으로 함께 갔을 때, 작디작은 검정고양이가 사납게 이빨을 드러내며 경계하던 모습…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우유와 캔 사료를 사다 주었고, 가까이 다가가려다 손이 할퀴어졌고, 며칠을 계속 찾아가 보살피려 했지만, 어느 날 그곳은 누군가에 의해 망가져 있었고, 그 아이는 사라졌단다.
아빠와 작은오빠는 그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더 노력하지 못한 후회 같은 감정에 한동안 마음이 아팠어. 작은오빠도 그 이야기를 오래도록 잊지 못했지.
그 사건이 계기가 되었을까.
“그래, 다시 잘 키워볼 수 있지 않을까?”
“이젠 반려견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되었고, 같이 돌봐줄 가족도 있으니.”
그렇게 넌, 정말 아무런 계획도 없던 우리 삶에 훅~ 하고 들어온 거야, 몰리야.
아빠는 몇 년간 TV와 유튜브로 공부했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너를 처음 데려온 날부터 모든 게 교과서처럼 되지는 않더라.
강아지도 사람처럼 저마다 다르다는걸, 너를 통해 더 확실히 알게 됐어.
넌… 참 못생겼었지.
그런데, 이상하게 그 못생김이 더 정이 갔어.
그거 알아?
그 못생겼던 얼굴이 지금은 어디를 가도 “멋지다, 잘생겼다”는 소리를 듣는단다.
‘예쁘다’는 말은 여전히 못 들어서 조금 아쉽지만,
아빠는 네가 그렇게 멋진 강아지가 된 게 너무 자랑스러워.
겁 많고, 소심하고, 눈빛으로 말하는 아이.
아빠의 마음을 한숨 하나로 뒤흔드는 아이.
아빠에게 가장 따뜻한 인사도, 가장 서운한 투정도 전부 전해오는 너.
아빤 그 모든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
아빠가 평생 말해온 “사랑해”라는 말보다,
너에게 한 “사랑해”가 더 많을 거야.
몰리야, 넌 그렇게 아빠의 마음을, 우리 가족의 삶을 바꿔놓았어.
우리 집의 막내가 되었고, 아빠의 딸이 되어주었지.
아빠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오빠들은 가끔 나와서 얼굴만 비추고 들어가지만, 너는 언제나 똑같은 눈빛과 목소리로 아빠를 반겨줬지.
가끔은 정말, 아들 둘보다 너 하나가 더 낫다는 생각도 들어.
아빠의 하루보다, 너의 하루가 더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는 걸 문득문득 깨달을 때면 마음이 급해져. 그래서 산책을 한 번이라도 더 나가고 싶고, 놀이터에서 공놀이를 한 번이라도 더 해주고 싶어져.
아침마다, 출근할 때마다, 퇴근할 때마다
“뽀뽀”라고 말하면
너는 늘 천천히 다가와서 너의 코를 아빠의 코에 살짝 대주었지. 그 짧은 순간에 아빠는 하루의 피로를 모두 잊을 수 있었어.
몰리야,
우리 가족이 되어줘서,
아빠의 딸이 되어줘서,
윤몰리가 되어줘서,
정말 고마워.
사랑해, 몰리.
언제까지나,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