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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영 Dec 16. 2020

아들 셋 엄마의 육아 사막 탈출기

오늘이 어제 같고 이번 주가 지난 주인 듯 데자뷔를 경험하는 하루가 또 지난다. 

한때는 아이들 기저귀를 갈아 치우듯 육퇴(육아 퇴근)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해치웠다. 

내게 육아를 하는 삶은 ‘살아가기’가 아니라 매일 벌어지는 상황에 맞춰 가는 ‘끌려가기’일 뿐이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육아와 가사의 중심에는 여전히 엄마의 자리가 굳건히 존재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삶을 앞으로 얼마나 더 감당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며 내가 살아가고픈 방식으로 삶의 방향키를 돌려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어릴 때에는 좋은 대학을 나와 그럴싸한 직업을 가지면 편안하고 행복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너머로 펼쳐진 삶은 상상했던 것보다 힘들고 어려웠다. 그때마다 나는 스스로 ‘내가 택한 삶을 원하는 방식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시간과 아이에게 끌려 다니며 나를 잊어버리는 삶을 더는 이어 갈 수 없었기에, 아이가 더 크기 전 우리 부부와 가족의 삶에도 분명한 기준을 세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소한 것 하나에 갈대처럼 갈팡질팡 나부끼기 전에 말이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의식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뭐 하나라도 더 해주자’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를 생각하는 뺄셈을 시작했다. 

남들처럼 못 해줘서 미안한 엄마가 아닌 ‘나다운 엄마’가 되기 위한 시도였다.



어차피 부모는 아이의 삶을 대신 살아 줄 수 없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과 정을 나누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지만, 아이 인생을 책임져 줄 수 없음을 매일 확인한다. 내가 내 삶을 그려 왔듯 내 아이도 스스로 삶을 그려 나갈 권리가 있다. 어떤 모습, 어떤 색으로 삶을 채울지는 온전히 아이의 몫이다. 삶에 정해져 있는 답이 없듯이 아이들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해석하고 그 안에서 희로애락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좋은 부모’가 아닌 ‘나다운 부모’가 되기로 결심한 한 엄마의 적응기이다. 

책을 쓰면서 엄마 역할을 하느라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되짚어 보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가족을 사랑하는 방식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확인하고,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아이를 바라보는 조급한 마음에 ‘여유’라는 창이 하나 자리하기를 바란다.



아이들은 울 때도, 짜증 날 때도, 아주 가끔 기분이 가장 좋을 때도 모두 ‘엄마’를 외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창 짜증 가득한 유아 사춘기를 겪는 첫째 아들이 무슨 일이든 일 순위로 엄마를 불러 대는 통에 날이 서 있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부모는 아이에게 온 우주이자 세상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2020년 가을 / 김화영



* 2020.12.09 출간한 <엄마이지만 나로 살기로 했습니다(21세기북스)> 프롤로그 였습니다.



책 정보 바로 가기: 


교보문고 https://bit.ly/2K7ymSB

예스24 https://bit.ly/3qDoVLk

알라딘 https://bit.ly/3qQYFNM

인터파크 https://bit.ly/3oCvC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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