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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영 Dec 19. 2020

[21세기북스]신간인터뷰_김화영

<엄마이지만 나로 살기로 했습니다>

Q.
첫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엄마이지만 나로 살기로 했습니다는 어떤 책이고, 집필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엄마이지만 나로 살기로 했습니다』는 제가 첫째를 낳고 육아하다가 쌍둥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게 되면서, 세 아이 육아로 바쁘고 치열했던 시절에 적은 고민과 결정에 대한 기록입니다. 세 아이를 기르면서 비로소 엄마라는 존재와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어요. 결혼과 육아는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여성에게 불리한 구조로 되어 있었고, 아이를 돌보면서도 끊임없이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집과 아이들을 돌보느라 한껏 지친 제가 고된 하루를 소화하는 방식이 바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버텨나갈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쓰러지지 않고 하루하루 살기 위해 글을 썼는데, 그것들이 모여 이렇게 책이 되었네요.



Q.
책의 부제가 ‘아들 셋 엄마의 육아 사막 탈출기’예요. 현재 7살이 된 첫째와 5살 쌍둥이들을 키우고 계시죠. 저자분께서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매우 다양한 노력을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떤 노력들을 하셨는지, 가장 효과적이었던 시도는 무엇이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흔히들 말하는 아이 성별에 따른 성향 차이는 일종의 선입견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성별과 상관없이 아이가 갖는 고유한 기질이나 특성에 집중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색과 향을 가진 고유한 존재잖아요. 다만 각 성별의 DNA상 내재된 일종의 성향은 ‘유사한 카테고리’처럼 기능할 수 있겠죠. 저의 경우에는 저희 아이들이 늘 활동 반경이 넓어서 그것에 적응하느라 고생한 기억이 있네요.

아이마다 각기 다른 대화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세 아이 각각의 대화법을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또한 같은 상황에서도 ‘아이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까’라는 상상(시뮬레이션)을 많이 했어요. 내 생각보다는 내 아이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시도를 한 거죠. 또 아이에게 처음 하는 일이 엄마에게도 처음일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만일 아이가 스케이트보드를 연습하고 싶다고 하면 아이 혼자 하게 두지 않고 저도 함께 해보는 식으로요. 아이와 같은 출발선에 서서, 엄마도 아이처럼 서툴고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함께 연습하는 거예요.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는 말로 전달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쉽게 설득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Q.
책을 보면 ‘모성을 가진 엄마라면 이래야 한다’고 강요하는 말들이나 ‘이 나이 때 이것만은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일반적인 교육 방식을 거부하고 본인만의 가치관으로 밀고 나가는 일화가 많이 등장합니다. 누가 보면 유난스럽다고도 할 수 있고, 또 너무 자율적이라고 여길 수 있는 결정을 하시면서 가장 힘들고 난처했던 적이 있다면 언제였나요?


A.
유난스럽죠. 누구나 가는 길로 가면 되는데 굳이 ‘새로운 길로 한번 가볼까’ 하며 끊임없이 시도하니까요. 가끔은 저도 너무 무모하게 뛰어드는 건 아닐지 생각하곤 해요.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마음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어색함과 두려움일 뿐, 결국은 잘 해낼 거라고 믿고 있어요. 여기서 ‘잘 해낸다’는 것은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의미와는 좀 다릅니다. ‘세상에 무가치한 경험은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시도하는 과정 중에 얻는 깨달음이 삶의 방향을 바꿔준다고 생각합니다.

결정하고 시도하는 과정이 늘 쉽지 않아서 어떤 부분이 힘들었다고 명확하게 꼽기 어려울 것 같고, 난처한 적은 있었어요. 쌍둥이가 네 살이었을 때, 아이 중 하나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넘어졌는데 제가 일으켜주지 않았어요. 아이가 뛰다가 넘어진 장면을 봤는데도 엄마가 가만히 있으니 옆에 계시던 할머니가 놀라시더라고요. 만일 피가 난다거나 접질렀다면 달려갔겠지만 아이는 긴바지를 입고 있었고, 영아기 이후에는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지켜보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아이에게 손을 털고 일어나는 법을 알려줬어요. 자기 몸을 가눌 수 있게 되면 혼자서 일어서고 활동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것이 아이의 다른 발달에도 더 효과적일 거라 생각했거든요.



Q.
‘사교육 열풍으로 뒤덮인 한국 사회에서 아이와 중심잡기를 하며 산다는 것은 마치 외줄타기 같았다’는 문장이 기억에 남아요. 세 아이들 모두 기관 이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때(4살 후반 이후)가 지났을 텐데, 아이들 교육에 있어 꼭 지키고 있는 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집으로 오는 길을 지나다 보면 중고등학교 시절에 있던 학원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자리하고 있어요.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그때 봤던 학원 간판을 아직도 볼 수 있다는 게. 아이들이 커가면서 남편과 사교육에 대한 얘기를 종종 나누곤 해요. 어린 시절 학원을 다녔던 소회를 나누다 보니,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사라지는 건 바로 ‘자기만의 생각’이라는 답을 얻게 됐어요. 남편이 초등학교 수학 시간에 답지 해설에도 없는 색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냈는데 선생님이 그 풀이 방식에 남편 이름을 붙여줬대요. 남편은 그때 희열감과 뿌듯함을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학교와는 다르게 학원은 새로운 방식의 문제 풀이를 시도하는 곳이 아니라 답을 빠르고 간결하게 얻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아직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해칠까 경계하게 되더라고요.

새로운 것에 맞서고 시도하는 게 생활이 되다 보니, 우리 아이들의 사고가 예민하게 발달하고 있는 걸 느낍니다. 그렇다 보니 다소 엉뚱해 보일 수 있는 아이들의 의견이 무시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아이들을 어떻게 안내하느냐에 따라 그 생각이 발전되는 모습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유로운 아이들의 생각과 의견이 최대한 침해당하지 않고 하나의 의견으로 오롯이 존중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늘 그렇게 생각하며 행동하려고 노력합니다. 아이가 셋이라 저 혼자 아이들의 교육을 전부 감당하기는 힘들어요. 저도 늘 좋은 기관을 찾아 헤맵니다. 우리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 줄 선생님과 그런 기관을요.



Q.
책에 가훈과 가풍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번 나와요. 저자분이 지은 가훈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답게 살자!’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책 제목과 본문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말이 바로 ‘나답게’라는 말입니다. 나답게 사는 건 용기 있고 고귀한 결심이지만 대체로 애를 써야 하는 일이기도 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답게 살자’는 이야기를 멈출 수 없는 마음의 동기는 무엇인가요?

A.
일, 연애, 공부, 결혼, 육아를 포함한 인생의 주요한 과정을 겪으며 타인에게(혹은 어떤 결과에) 의존하다 보면 나 스스로를 쉽게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건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경험하며 알게 된 사실이에요. 의존하려는 경향이 커지면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들도 결국 지킬 수 없게 되는 것 같아요. 육아에 있어서도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최소화하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나면, 주신 도움에 대한 감사는 잠깐이고 ‘왜 더 도와주지 않으시지’ 하는 마음이 더 크게 들었거든요. 그 감정에 시달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부모님 손을 덜 빌리려고 늘 노력했는데, 아이를 돌보는 일은 늘 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정말 어렵고 혹독했지만 그래도 그 어려운 시간을 버텨내고 난 지금, 현재가 좋아요. 돌이켜 보면 누구의 엄마, 아내, 며느리이기 전 제가 제 이름으로 온전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한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Q.
독박 육아가 사흘 이상 지속되면 욕이 절로 나오는 순간을 만난다고 하셨는데요. 이렇게 욕이 나올 것만 같은 순간에 본인을 달래는 방법으로 ‘클래식 음악 듣기’를 하신다고 하셨어요.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집에서 아이와 있는 시간이 길어진 엄마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클래식 곡이 있으시다면 추천 부탁드리겠습니다.

A.
코로나로 인해 아이 셋과 집에 있어야 했을 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늘 했던 일이 라디오를 켜는 것이었어요. 그게 하루를 시작하기 전 제 뇌에 주문을 거는 의식이었답니다. 평상시에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듣지만, 임신했을 때는 가사가 없는 악기로만 구성된 클래식 음악이 듣기 편했고 자주 들었었거든요.

루빈스타인의 ‘Melody No.1 in F major(자클린의 눈물)’, 드뷔시의 ‘Clair de lune(달빛)’,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의 주제에 의한 랩소디(광시곡 중 변주곡 18번)’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클래식 곡들을 추천하고 싶어요. 소프라노 조수미가 부른 ‘When She Loved Me’와 피아노 가이즈(The Piano Guys)의 ‘A Thousand Years’도 편안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곡이랍니다. 억울하거나 분노가 끓어오르거나 울음이 복받칠 때 틀어놓고 마음껏 눈물을 흘리실 수 있는 곡들이니, 한번 시도해보시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도 ‘엄마’보다는 ‘나’로 살고 싶은 엄마들에게 힘이 되는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가정생활과 육아, 일을 병행하는 건 정말 힘든 것 같아요. 특히 영아기 유아를 돌보는 일은 섣불리 쉽다거나 해볼 만하다고 말씀 드리기 어려워요. 그래도 찬찬히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세요. 그 시절 중 기억나는 행복은 언제였고 무엇이었는지, 지금 그 감정이 내 삶의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하루에 한 번, 어렵다면 일주일에 반나절이라도 나를 돌볼 수 있는 여유를 내보시길 바랍니다. 차를 마신다던가, 듣고 싶던 음악 서너 곡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나 혼자로 완전했던 과거의 내 모습을 돌이켜보면서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살펴보시길 바라요. 아이와 남편을 대하듯, 나 자신을 끊임없이 보듬고 살피면서 ‘나’로 살 수 있는 방식을 찾아가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본 글은 <21세기북스ㅣ신간을 소개합니다!>코너에 소개된 인터뷰 내용입니다.



책 정보 바로 가기: 


교보문고 https://bit.ly/2K7ymSB

예스24 https://bit.ly/3qDoVLk

알라딘 https://bit.ly/3qQYFNM

인터파크 https://bit.ly/3oCvC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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