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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영 Dec 24. 2020

어떤 부모로 살까 고민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을 것

어릴 때 엄마가 즐겨 불러주던 동요 중에 <예솔아(김원석 작곡, 이규대 작사)>라는 노래가 있다.

가사에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 예- 하고 달려가면 너 말고 네 아범~’하던 가사가 인상적이다. 아이의 이름을 부를 때 손녀가 예- 하고 달려가지만 막상 할아버지가 부르는 사람은 손녀의 아빠와 엄마다. 손자, 손녀의 이름에 깃든 부모의 존재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생각하게 하는 노래다.


처음 누구의 엄마로 불리던 날의 떨림을 기억한다.

남편과 나도 ‘재모 아빠, 재모 엄마’로 불려지기 시작한 간지러운 어색함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보다는 ‘부모’라는 단어의 진중함을 아이들이 자라나는 것을 보면서 느낀다. 그리고 어떻게 살지 평생을 고민하는 일처럼 ‘어떤 부모로 살까’라는 주제를 세 아이가 커갈 때마다 되짚어본다.


작년 겨울 뉴스에서 나온 기사 중 아들에게 살해당한 친모가 칼에 찔려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도주하는 아들에게 ‘피 묻은 옷을 갈아입고 가라’고 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가슴이 먹먹해오는 것을 느꼈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도 자식을 보듬는 부모의 마음에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정 하나를 만드는 것. 이것이 몇 년 전부터 내 삶의 의미 가운데 중요한 하나가 되었다. 나는 좋은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이것저것 가르치려 들면, 어느새 멀어진다. 가만히 놓아두면 사회의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방기한 책임을 져야 한다. 너무 가까우면 지켜야 할 것이 지켜지지 않아 상처를 받고, 적절한 간격을 두면 그 간격이 허전하다. 어떤 책에서 이탁오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을 읽었다.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그 뜻이 너무 선명하여 잊혀지지 않는다. 아비 역시 스승과 친구 역할을 모두 해야 하는 것 같았다. 이것은 내게 ‘적절함’에 대한 생각을 하게 했다. 또 ‘적절한 표현’에 대한 생각도 하게 했다.


-      구본형,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중에서


(Photo: Unsplash/Anastasia Sklyar)



관계에 있어 적절함을 찾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관계가 ‘부모 자식간’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참아야지 하면서도 화를 내버리고 밤에는 아이들이 잠든 틈을 타서 휴대폰에 저장해둔 아이의 사진을 보며 내일은 좀더 다정하게, 선한 영향을 주리라 다짐하는 사이.


아마도 나보다 더 나은 세상과 환경에서 살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자식에게 간섭하지 아니할 수 없고, 아이는 내가 아닌 독립된 인격체이기에 적절한 객관성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곤 한다. 아마 그 저변에는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로 정서적인 친밀감을 유지해 서로의 간격을 좁히고, 인생에 대한 조언을 잔소리가 아닌 삶의 지혜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부모의 간절함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나는 부모란 자식이 생기면 자연스레 붙는 꼬릿말인줄 알았다. 그런데 매년 어떤 부모가 될까 고민 할 때마다 부모란 지울 수 없는 문신의 흉터처럼 보였다. 그리고 ‘내 아이’에 대한 애틋함이 결이 다른 모습으로 겹겹이 새겨진다. 마치 몸에 새긴 검은 색감을 걷어내도 새긴 흉터는 남아 평생을 돌아보게 하는 것처럼. 또,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진실은 우리가 ‘부모’로 살게 된 시작에는 아이들이 앞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리숙한 부모인 ‘나’와 어린 ‘너(세 아들)’, 서로의 뜨거움을 공유하는 우리의 유아기가 있기에 아이들에게 이해 받으려는 부모가 아니라 이해해 주는 부모가 되려는 노력을 해 본다. 언제, 어디서든 길을 잃고 헤매거나 방황할 때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무한대로 포용하고 품어줄 수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해 애써본다.


세상에 나아가 깨지고 부딪혀도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충전하고 나설 힘이 생기는 ‘홈, 홈, 스위트 홈(home, home, sweet home)’이 될 수 있게 말이다.





*글 안에 쓰인 구본형 선생님의 책 인용구가 아쉬워 전문을 올려봅니다. 또 다른 편집본은 아래 책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0.12.9 첫 책 <엄마이지만 나로 살기로 했습니다(21세기북스)>가 나왔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책 정보 바로 가기:


교보문고 https://bit.ly/2K7ymSB

예스24 https://bit.ly/3qDoVLk

알라딘 https://bit.ly/3qQYFNM

인터파크 https://bit.ly/3oCvC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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