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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몰입 2022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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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영 Oct 30. 2022

[인터뷰]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

아홉 살 등교거부 인터뷰

아홉 살 재모의 등교 거부 이틀 차. 

첫날은 연신 눈물이 났고 둘째의 병원 일정으로 상황을 수습할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쌍둥이가 등원한 뒤 고요한 집에서 평화롭게 있는 분위기가 탐탁치 않았다. 그렇다고 연신 졸졸 쫓아다니는 아이를 매몰차게 가라고 내칠 수도 없었다. 일부러 동네 커피숍에 노트북을 들고 나가 두어 시간 다녀와서 아이 혼자 고요히 머물 시간을 마련해 줘야 하나. 여러 생각이 스쳤지만 무엇 하나 야박하게 해낼 수가 없었다. 


결국 아이에게 인터뷰를 제안했다. 마치 TV에 인터뷰를 하는 유명인이 된 듯 좋아하면서 유튜브나 TV에도 나오냐며 신나했다. 이 또한 재미를 안겨주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조심스러운 인터뷰를 시작했다.      

Q1. 지금 등교를 하지 않은지 이틀이 지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분이 어떤지 말해줄 수 있을까요?

약간 답답합니다. 밖에 나갈 수가 없어서 힘든데 내일은 학교를 갈 거니까 답답함이 풀릴 것 같아요.

아, 내일 학교를 갈건가요?

 - 네, 쉴 만큼 쉈어요. 그럼 휴식이 필요했던 건가요? 네.     


Q2. 오늘은 화요일이고 지금은 오후 2시 40분입니다. 만약 방과 후 수업이 있었다면 무슨 과목을 배우고 있었을까요?

- 그렇다면 우주항공과학 수업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학교에 재밌는 과목이 있나요?

- 네, 여름에 특강으로 했던 드론 수업이 재미있습니다.      


Q3. 최근 교실에서 이야기를 나눈 친구가 있다면 누구이고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요?

- 최근에 대화한 친구는 강우였고, 친구들이 게임에 대해 많이 얘기하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친구들의 관심은 대부분이 게임입니다.     


Q4. ‘요즘 고민’이 있다면? 그렇다면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을까요?

- 고민이 많은데 왠지 말하면 엄마가 계속 물어볼 것 같아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Q5. 유치원 3년,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1학기를 다니는 동안 ‘가장 특별했던 날’이 있었을까요? 

     있다면 어떤 날이었는지 얘기해 줄 수 있을까요?

- 있어요. 여섯 살 유치원 때 겨울에 페스티벌을 했을 때입니다. 그때 기분이 좋았고 특별했어요. 

 공연을 해서 기억에 남아요. 

공연 연습이 힘들지 않았나요?

- 힘들지만 즐거웠어요.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특별한 날이 있었나요?

-없습니다.     


Q6. 닮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있다면 누구일까요?

- 미남인 사람이요. 잘생긴 사람 아무나 닮고 싶어요. 잘생긴 사람은 인기가 많아서 입니다.

미남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누가 봐도 딱 반할만큼 잘생긴 사람이요. 

최근에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있을까요?

- 없습니다.     


Q7. 본인이 생각했을 때 자신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장점은 내가 생각하기에 내 모습이 좋다고 느끼는 부분이고 단점은 좋지 않다고 느끼는 부분입니다.

- 장점은 다섯 살 때부터 아홉 살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를 다닐 때 주변에 그 누구도 아이스하키를 하지 않은 점입니다. 단점은 하키를 여덟 살 때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게 된 것입니다. 

쉬기 전에는 감독님 반에서 연습을 했는데 쉬고 돌아오니 감독님 아랫반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감독님 반은 무섭다고 하지 않았나요?

-감독님은 무섭지만 게임이나 경기를 뛰고 싶어서입니다. 게임은 재미있습니다.

     

Q8. 다른 사람 눈에 재모는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고 싶은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잘생기고 똑똑한 사람으로 보이면 좋겠습니다. 

  똑똑한 이유는 노벨상을 받고 싶기 때문이고 잘생기고 싶은 이유는 훨씬 더 잘 생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Q9. 십 년 후가 지나면 열아홉 살이 되는데, 지금 아홉 살의 재모가 미래에 열아홉 살의 재모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 최근에 치과에 갔을 때 어금니가 다 나지 않았는데 잘 안나면 턱이 좁아서 큰 병원에 가서 어금니를 끌어오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의사선생님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그 수술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Q10. 지금 아홉 살이다. 과거에 다섯 살 구재모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 엄마에게 왜 나만 싫어하냐고 물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다섯 살 재모는 엄마가 재모만 싫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엄마가 맨날 동생만 안아줘서입니다.     


Q11. 나에게 학교란?

- 공부를 배우는 곳입니다.

유치원이란?

- 초등학교에 가서 무엇을 하는지 미리 배우는 곳입니다.

학교는 공부를 배우는 곳이라고 했는데, 지금 학교는 상상했던 학교와 같은가요?

- 다르다. 학교는 복습하는 곳 같습니다.

재모는 학교에서 공부를 더 재밌게 배우고 싶은가요?

- 네. 학교에서 공부를 재밌게 배우고 싶은데 요즘 배우는 공부는 맨날 복습이라서 재미가 없습니다.

재모에게 엄마란? 

- 날 낳아주신 분입니다.

아빠란? 

- 엄마랑 결혼하신 분입니다.

건모란? 

- 안아주기를 좋아하는 동생입니다.

형모란?

- 한 번 알려주면 잘 알아듣는 동생입니다.     


Q12.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남기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 왜 어렸을 때 동생만 안아줬는지, 내가 방에 있을 때 놀아주지 않고 혼자서 동생을 안아주고 재워주고 했는지 궁금합니다.

엄마, 아빠가 동생을 더 많이 사랑하는 것 같습니까? 

- 네! 완전! 요즘 고민은 엄마, 아빠가 동생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다 입니다.

내일 학교는 갈거니? 

- 갈거야아~!!!!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엄마라는 사실이라서 그런지 질문에 대한 답이 평소 부모에게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됐다. 남편과 내용을 공유하고 녹화한 인터뷰 영상을 정리하면서 나름 첫째를 더 많이 챙긴다고 했는데 아이에게 동생 스트레스가 여전했던 것 같다. 오히려 하원 시간을 고려하면 초등학교에 다니는 첫째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쌍둥이보다 하원 시간이 훨씬 빠르다. 자연히 집에 머무는 시간도 더 길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떤 보답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평소에 아이들 사이에 챙김과 배려에 대한 관점을, 두 살 터울에 관한 존중과 인정에 대한 부단한 연습과 노력만이 필요하다는 확인이랄까.      


남편에게 간략하게 인터뷰 내용을 공유했다. 그리고 학교가 싫은 이유에 대한 나머지 질문은 저녁에 아빠와 재모의 고깃집 데이트에서 이어가 달라고 부탁했다. 이따금 잘 배운 3년간의 몬테소리 사립유치원의 교육 시스템을 초등 6년에 녹여 공교육에 적용하면 어떨가 싶은 생각이 든다. 사실 많은 욕심이 든다. 너무 좋은 시스템이었고 영어 한 과목이 아닌 다양한 과목에 대해 경험하고 미리 배우는 프리스쿨의 과정은 만족시키기 어려운 내게 비교적 큰 만족을 안겨준 선택 중 하나였다. 시대가 바뀌어도 30년 전에 배우던 교과 방식은 교과서의 변화, 선생님 세대가 교체 중이라는 것, 아동 인권이 올라간 점, 일부 시설의 최신화 외에는 별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재모는 동생들 없이 아빠와 둘이 맛집에 가고 온전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에 들떠 있었다. 불판에 고기와 고사리를 구워 먹는 일, 후식으로 여름 끝물인 팥빙수 한 그릇을 온전히 독차지하는 것, 엄마의 커피도 주문해 주는 여유와 동생들 쿠키를 챙겨주는 일까지 기특함을 한가득 안고 귀가했다. 아빠가 내일은 어떻할 거냐는 말에 아이는 반반 치킨 주문하듯 말했다고. ‘반은 학교에 가고싶고 반은 가고 싶지 않아.’ 다만, 학교가 공부만 배우는 곳이 아니라는 점, 학교는 공부보다 그 외의 관계와 공동체라는 것을 더 배우는 곳이라는 부분으로 등교거부에 대한 대응을 마무리 지었다. 오히려 유치원 생활이 바쁘고 힘들었을 것 같았는데 아홉 살 인생 중 가장 행복한 때였다는 후일담도 들었다. 우리는 그마저도 멈추던 교과 선행을 그만두었다. 다만 아이가 계획하고 요구하는 공부에 귀를 기울였다. 부모가 짜는 공부가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과목과 공부에 좀 더 치중하기로 했다. 


등교 거부 삼일 차. 

2학년 입학 후 처음으로 친구와 놀이터 약속을 잡고 한 시간 놀았다. 아픈 것도 아닌데 등교를 하지 않는 본인을 친구가 보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할지 난감해하는 모습에서 더 이상 등교 거부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게 됐다. 이미 아이는 본인이 학교에 가지 않는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이해하고 있던 것 같다. 


"엄마, 나 내일은 학교에 가볼래."

"학교 그만뒀잖아. 이번에 가면 앞으로 계속 다녀야해. 그럴 수 있겠니?"

"응! 갈래갈래! 그냥 갈게!!"


1주일을 예상했던 등교거부는 작심 3일로 그쳤고 목요일 등교는 반 친구들의 환대를 받으며 걱정과 배려를 한 몸에 받는 호사를 누렸다고. 점점 내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잘 자도록, 잘 먹도록, 잘 입도록 챙기고 차리고 정돈하는 것이 전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교 사건 이후 두 달이 지난 요즘 우리집 아홉 살은 상상보다 훨씬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고 지낸다. 전보다 본인의 학업을 더 챙기면서 적당한 심심함과 고뇌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여전히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학교 상담을 통해 담임 선생님께 전해 듣는 말이 전부다. 아직은 예상 가능한 한결같음과 때때로 나아진 배려로 전보다는 조증과 울증의 간극을 적정선으로 유지하며 버티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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