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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zip Mar 10. 2023

‘알맹이’ 빠진 박람회에 관객은 등을 돌린다


급격하게 변하는 세상이라지만,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주객전도가 용인되는 범위가 있는 법이다. 최근 수도권 모처에서 열린 한 인테리어 박람회. 역사도 오래됐고 여러 군데서 진행되는 행사일 정도로 명망이 높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꽤나 알려진 행사다. 역사와 전통이 괜히 생긴 게 아닌 만큼 기대반 설렘반으로 현장을 찾았지만, 도착한 순간부터 미묘한 느낌이 감돌았다.


행사가 열린 지 두 시간이 넘은 시점이었는데 현장 주변이 한산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입장료가 무료인 만큼 금전적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붐비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입장했을 때 한 관객이 누군가와 전화 통화하는 소리가 귀에 꽂혔다. 그는 “여기 아무것도 없어”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과 함께 입장했다.


행사장에 들어 가니 틀린 예상이 아니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인테리어 박람회인데 홍삼이나 전통 음식 등을 판매하는 먹거리 부스가 너무 많았다. 물론 특정 주제와 어울리지 않는 부스가 있는 것이 이상하진 않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입구는 물론 중심까지 자리한 먹거리 부스들을 보며 고개를 가로지을 수밖에 없었다. 주제와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물론 인테리어 부스의 비율이 훨씬 높았던 것은 분명하다. 이 부분은 행사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판매와 홍보 목적이 매우 짙은 부스가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행사에 참가하는 기업들은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약금과 참가비 등의 명목이다. 돈을 냈기 때문에 판매와 홍보 행위가 전혀 이상한 것은 아니다. 이 기업들이 잘못됐다고 꼬집을 생각은 없다.


행사 주관 업체에 아쉬움을 표한다.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이들을 타깃으로 삼았다면 참가 기업과 더불어 업계 동향이나 소식 등을 강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거나 관련 판촉물이라도 배포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남는다. 상식적으로 이런 행사에 무언가 구매하려고 참가하는 관객이 많을 수 없다. 물론 박람회의 상업적 목적을 완전히 배제하는 관객은 없다. 어떤 행사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등을 돌리는 법이다. 관객들 시선에서 ‘알맹이’가 빠진 행사는 칭송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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