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서 있는 한 남자의 시선이 분주하다. 스마트폰을 향해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인다. 쉴 새 없다. 출근하기 전부터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것일까. 자세히 들여다 보니 아닌 것 같다. 숫자가 계속 바뀌고 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대로다. 남자는 주식을 거래하고 있다.
요즘 상황만 보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고 푸념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월급만으로 살 수 없으니 어딘가 투자해서 수익을 내야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든 이유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데 월급은 그대로다. 월급 외에 돈을 벌 수단이 더 필요한 이유다. 때문에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열풍’과 전봉준 장군의 동학농민운동을 차용한 '동학개미운동', 주식 투자에 처음으로 입문한 '주린이' 등 각종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로 주식 투자의 열풍이 불었다. 아니 뗀 굴뚝에 연기날 리 없는 법, 주식 투자를 향한 참을 수 없는 다섯가지 유혹을 소개한다.
ㅣ동전으로 투자를?ㅣ
오는 9월부터는 비싼 종목도 1주가 아닌 0.1주를 살 수 있다. 접근성 확대 차원이다. 저렴한 주식은 주당 1,000원 이하로도 살 수 있다. 물론 위험한 판단이기도 하다. 시가 총액이 낮고 비싸지 않은 종목은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회사의 재무제표가 좋지 않거나 지분 관계가 얽히고설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런 주식을 좋아한다. 오히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종목보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훨씬 인기가 높다. 유력 정치인 관련주로 분류되거나 시류에 영합한 테마주에 편입되면 상한가를 치는 종목도 수없이 나온다. 시가 총액 상위 종목들의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점과 차별화된다.
ㅣ주식 거래시간=직장인 근무시간ㅣ
주식 시장은 국가 지정 공휴일을 제외한 날에 모두 열린다. 정규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지만, 시간외 거래가 4시부터 6시까지라 사실상 직장인들의 근무 시간과 같다. 그만큼 접근하기 쉽다. 과거엔 직접 증권사에 방문해야 주식을 사고팔 수 있었지만, 대한민국은 통신 강국이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은 물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매매할 수 있다. 계좌 개설도 HTS나 MTS로 가능하고 수없이 많은 뉴스와 정보도 인터넷을 통해 검색이 가능하다.
ㅣ순식간에 ‘초대박’ㅣ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투자가 바로 주식이다. 작전주를 적절하게 활용하거나 뉴스를 활용한 시황 매매를 통해 하루에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주식 시장이다. 위험성이 따르지만 미수와 신용을 통해 투자금보다 훨씬 많은 주식을 살 수 있어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만큼 위험성이 따른다. 단기 매매를 한다는 것은 하루에도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빠른 시간 내에 승부 보려는 사람들에겐 주식 투자의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다.
ㅣ정보의 바다 ‘끝판왕’ㅣ
대한민국은 IT 강국답게 수없이 많은 정보가 나온다. 국내외 뉴스가 하루 내내 쏟아진다. 포털 사이트와 텔레그램을 위시한 각종 메신저들에서 기사가 쉬지 않고 양산된다. 그 가운데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카테고리가 바로 주식과 관련된 정보다. 정치인의 행보에 따라 테마주로 편입된 종목이 급등락하고 최근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슈로 곡물, 인플레이션, 유가와 관련된 종목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ㅣ수익금에 배당금까지 ‘꿩먹고 알먹고’ㅣ
회사가 수익을 꾸준히 내고 있어 재무제표가 탄탄하다면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한다. 1주당 가격을 산정해 돌려주는 방식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량한 회사들이 대부분 그렇다. 시가 총액이 높고 비교적 큰 규모의 종목을 즐기는 이들에겐 매수 평균 단가보다 주식이 떨어지더라도 배당금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물론 모든 종목이 배당금을 지급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기존 공시를 잘 살펴봐야 한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아는 법, 과거에 배당금을 줬던 회사가 또 이 같은 공시를 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주식이 올라 수익을 올렸고 배당금까지 받았다면 꿩도 먹고 알도 먹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