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설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서류상 싱글이었을 때 느꼈던 설렘이나 두근거림 같은 게 사라졌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 감정들이 싹 다 빠져나갔다.
예를 들어 한때는 연애 드라마를 보면 내가 꼭 여주인공이 된 거 마냥 설레고 나에게도 일어날지 모른다는 상상도 하고 그랬다면 지금은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제삼자가 된 기분?
그리고 애로 부부 같은 프로그램을 즐겨보게 되었다. 설렘 따위는 없는 그런 거
왜 엄마들이 막장 드라마를 그렇게나 좋아했는지 알게 된 나이가 된 것이다. 막장 정도 돼야 심장이 활기를 띈다고 해야 하나?
그러고 보면 이젠 낸 주변으로 이성친구도 남자 지인도 남자동료도 없다.
물론 남자 가족도 남자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남자가 아닌 가족이다. (응?)
나이가 들면 인간관계가 자연스레 남과 여 이렇게 성별로 나뉘게 되는 거였나?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서 그런 건가?
잘 모르겠지만 결혼 후 이성과의 관계가 단절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담 앞으로 이젠 그런 심장이 요동치는 설레는 두근거림은 느낄 수 없구나...
뭐 그래도 지금은 설레는 사랑의 감정보다 평온함, 안정감을 느끼는 게 더 중요해졌지만... 그래도
과거의 가득했던 설레는 감정들이 무던해진 건 정말 아주 조금 아주 살짝 그립고 아쉽다.
어느 날 bts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다 문득 십 대 때 매일 밤 좋아하는 연예인이 꿈에라도 나올까 벽에 포스터를 붙이고 잠들기 전 그와 연애하는 상상을 하며 설렜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갑자기 몇십 년 전인 십 대의 나로 돌아가 콩닥콩닥 설레었던 그때의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때 느끼던 감정을 다시 느끼는 건 쉽지 않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인물들이 완성되었고 그렇게 하이틴 소설을 머릿속으로 하나 쓰고 나니 조금 설레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때! 십 대 때! 상상만 하지 말고 진짜로 소설책이라도 한편 써 볼걸 말이다. 만약 그때 진짜로 소설을 썼더라면 그래서 그걸 지금 읽었더라면 너무 웃겼을 것 같긴 하지만... 엄청 설레었을 것도 같다.
*지금의 나는 bts를 보며 그들과 사랑에 빠지는 상상이 아닌 우리 아들이 저렇게 자라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