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상상하지 말기
전쟁같이 싸웠다. (후우.. 후우...)
사실 남편이랑 다투는 이유는 늘 크게 다르지 않다. 싸우다 보면 남편과 내가 똑같은 말을 하는데
예를 들어 내가 "난 이래서 화가 나!"라고 말하면 남편은 그 화난 얘기를 들으려는 게 아니라 "나도 이래서 화가 나!"라고 되 받아친다. 이러다 보니 우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게다가 점점 타오르는 핑퐁게임을 하는 듯하다...
그러다 결국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남편에게 나는 종전을 선언한다.
솔직히 섭섭하다. 좀 많이
평상시 우리 대화의 주제는 그의 이야기로 돌고 돈다. 어쩔 때는 내가 말하는 중임에도 끊고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하기도 한다. (그가 말하길 지금 얘기 안 하면 까먹을까 봐서라고..)
그. 러. 면.
다툴 때 정도는 먼저 미안하다고도 해주고
내가 왜 화났는지도 좀 물어 봐 주고
얘기도 좀 잘 들어주고 이해도 해주고
우 구구 그랬구나 하며 위로도 해주고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고 하면 어디 덧나나?
내 얘기는 잘 들어주지 않으면서 친구들의 이야기는 잘 들어주고 부모님의 말도 잘 듣는 그를 보면
'난? 난 뭐지.. ' 하며 감정이 상한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나는 그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깊은 속마음 이야기를 잘 안 한다는 걸 알기에 내 앞에서 이야기보따리를 푸는 남편을 보면 '오늘은 내 얘기를 해야지!' 하는 다짐은 스르르 사라져 버린다. 남편의 웃는 얼굴과 말하고 싶어 간질간질해하는 입술을 보면 나는 결국 쓸데없이 더 더 잘 들어주고 싶고 공감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다툴 때만큼은 잘잘못 따지지 말고 누가 더 상처 받았네 하지 말고 무조건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나를 먼저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아무튼.... 이런 날은 다른 자상하고 멋진 남주가 뿅 하고 나타나 나를 좀 위로해 주었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는데... 금세 그만두었다. 차라리 한 50억 정도의 자산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혼자서 사는 여인의 이미지를 상상하는 게 훨 신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