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정성껏
나는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한때는 한번 요리하고 나면 기진맥진할 정도로 신경 쓰며 만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요리에 열정적이었던 나는 사라지고 대충대충 배고픔만 채우는 요리를 하는 나만 남았다.
그리고 가끔 외식하는 나.
한국에 갈 때면 아빠가 대부분 밥을 차려 주는데... 귀찮다고 하시면서 국수 하나 끓이는데 신선한 야채를 사다가 예쁘게 썰고 공들여 멸치 육수까지 진하게 내신다. 적당이 익은 국수는 예쁘게 돌돌 말아 그릇에 담고 그 위에 준비한 야채를 얹은 후 국물을 부어 주며 아빠는 “이젠 요리하는 거 귀찮아서 대충 먹는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아빠 내가 챙겨줄게..”라는 말 대신 “아빠가 나보다 낫다”라고 말하며 “밥은 제대로 챙겨 먹냐?”라는 소리를 듣는다. 아빠에게 걱정을 끼치는 그런 철없는 딸은 사실 요리하는 것보다 누가 챙겨주는 밥이 그리웠는지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자주 못 보는 딸을 위해 한 끼라도 집밥을 먹여야 할 것 같은 아빠는 귀찮다 하면서 뭐라도 해 먹어야지 싶어 분주히 요리한다. 그것도 정성껏.
어쨌든... 나는 요즘 요리하는 게 너무 귀찮다...
사실 이 귀찮음은 출산 후 시작되었는데 그땐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길어져 버린 외국 생활에, 임신까지 하자 드믄드믄 생각나던 엄마의 요리는 더 자주 생각이 났다. 그러나 먹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내가 만들어 먹자니 그건 왠지 싫은 기분이었다.
요리하는 게 너무 귀찮다고 하면서 또 집에 손님이 놀러 오면 집밥을 해주고 싶어 안달이 난다. 신이 나서 이것저것 한상 가득 만들어 버리는데 그럴 때면 내가 요리를 정말 싫어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아마도 집에 손님이 오는 게 가끔이라 그런 거겠지?
아이가 커서 메운 것도 먹고 밥도 잘 먹을 때가 오면 그때는 남편 밥상 아이 밥상 따로 차리느라 기운 빼지 않아도 되니 요리하는 게 즐거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잘 모르겠다...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 요리하는 걸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막상 나는 잘 안 먹을 거 같다.
아무래도 나는 남을 위한 밥상을 차리고 나면 입맛이 뚝 떨어지는 거 같다. 다른 사람들이 잘 먹어주면 기분은 좋은데 막상 스스로한테는 그렇지 못하다. 혼자 있을 때면 부엌에 서서 반찬 한두 개 꺼내 먹거나 국이 있으면 국에 말아 휘리릭 먹어 버린다.
나를 위한 밥상에도 신경 써주고 싶지만 아직 나는 남이 차려주는 밥이 가장 먹고 싶다.
특히 엄마의 뜨씁고 고수한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