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주기적으로
요즘은 전자책을 많이 보다 보니 종이책에는 손이 잘 안 간다. (종이책을 더 좋아함에도...)
그러다 보니 꽤 오랜 시간 책을 그냥 방치했는데 어느 날 에어컨 바람에 날리는 작은 먼지를 발견했고 곧이어 코가 근질근질거리더니 재채기가 나왔다.
나는 이게 분명 책에서 나온 먼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날 갑자기 책 정리를 시작했는데 눈으로 봤을 때는 몇 권 되지 않아 보였던 책의 양은 생각보다 꾀나 많았다.
책을 우선 다 꺼내 놓고 버릴 책과 나중에 읽을 책 그리고 소장용 책(당장에 읽을 생각이 없는...)으로 분리를 시작했다. 그중에는 색깔이 변한 책도 있고 책 윗면과 옆면 안쪽에 곰팡이가 있기도 했다.
버릴 책에서 발견되면 문제가 되지 않은데 내가 아끼는 책 몇 권에서도 곰팡이가 발견이 되었고 나는 한참이나 버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검색을 해보니 사포로 긁으면 된다던가 아니면 알코올로 닦으면 된다는 말이 있었지만 결과는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제본을 해주는 곳에 가서 곰팡이가 있는 부분을 잘라 버린다고도 했는데 내 생각엔 이 방법이 가장 괜찮아 보였다. 문제는 우리 집 주변에 그런 걸 해주는 곳이 없다는 것.
결국, 다시 구하기 힘들거나 가격이 비싼 건 빼고, 곰팡이가 심하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버렸다.
책장 구석에는 10년이 넘은 만화책이 있었는데 그건 내가 정말 좋아했던 '나나'라는 만화책이다.
먼지로 인해 불투명이 되어버린 봉투에 쌓여있었다. 아마도 봉투를 뜯는 것도 아까워서 그대로 가지고 있었나 보다.
더러워진 봉투를 뜯어 내며 책 상태를 살펴봤는데 다른 노출된 책들과는 달리 곰팡이 하나 없이 상태도 정말 멀쩡했다. 그걸 보고 난 올해 읽을 책을 제외하곤 다 비닐봉지에 감싸기로 했다.
그 덕에 2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책 정리는 6시간이 넘게 걸렸다.
책을 비닐로 꼼꼼하게 싸고 소장용 책을 책장 가장 위에 올린 후 종이로 그 위를 한 번 더 감싸 주었다.
아무래도 먼지 터는 건 비닐보다는 종이가 더 간편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늘 세워 두던 책은 가로로 눕혀 놨는데 가끔씩 책 먼지를 털어줄 때나 환기를 시켜줄 때 상태를 봐서 위치를 변경해 주고 있다.
그렇게 '내가 이걸 왜 했지!!' 구시렁거리며 울먹 거리며 겨우 끝낸 책 정리.
책 정리가 끝나고 나는 뻗어 버렸다. 허리도 아팠지만 목이 너무 아팠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 몸을 웅크리며 골골대다 '그냥 종이책을 다 없애 버릴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좋아하는 책은 꼭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은 마음. 전자 책보다 종이책이 왠지 더 소중한 기분이라 결국 없앨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대신 종이책을 사기 전에 전자책으로 먼저 읽고 꼭 소장하고 싶은 것만 종이책으로 구매하자고 생각했다.
책 관리도 주기적으로 해주면 이렇게 고생할 거 같지도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