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아침에 잠을 잘 깨지 못해 일부러 일찍 일어나건만, 출근길에 커피를 마셔도 쉬이 정신이 차려지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하필 승차하는 지하철 역의 자판기도 하차하는 역의 자판기도 모두 고장이 나 있었다. 별수없이 편의점을 찾아가는데 약국 근처에 커피점이 있던 게 생각났다. 프랜차이즈점도 아닌데 종종 이른 시간부터 문을 열어놓고 있어서 커피 맛이 궁금해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그런데 하필 오늘 아직 문을 안 열었으면 난감한데. 신은 살짝 걱정을 하며 망설여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안 열렸으면 편의점이라도 가야 하니까 시간이 촉박했다.
"공룡커피". 커피점의 간판을 올려다보며 신은 아연해졌다. 이름이 "공룡커피" 였었어? 지나는 길에 실내 풍경만 잠깐씩 들여다봤을 뿐 커피점 이름이나 간판을 눈여겨 본적 없던 신은 '공룡'이 커피와 상당히 부조화스럽지 않나 의구심이 들었다. 거대한 '공룡'의 존재감만큼 커피맛이 인상적이라는 의미인가? 나름 이해해보려고 애쓰며 천천히 커피점 문을 열었다. 그냥 문만 열어놓고 주문을 받지 않는 건 아니겠지?
다행히 바리스타가 커피재료를 준비하는 게 보였다.
"주문 되죠?"
혹시나 싶어 신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잠깐만요. 마스터!"
대략 스물 초반으로 보이는 신보다 조금 큰키에 귀여운 인상의 여자 바리스타는 커피점 스탭들만 출입하는 듯한 열린 출입문 너머로 누군가를 불렀다. 커피는 다른 사람이 내리는 건가? 신은 의아한 시선으로 '마스터'라는 사람이 나올지 모르는 출입문을 바라보았다. 카페인 섭취가 급한데... 졸려서 자꾸 감기려는 눈을 부릅뜨며 신은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대답도 없고 누군가 등장할 기척도 없다.
"저, 제가 출근 시간이 다 되서 시간이 없는데, 주문이 안 되는 건가요?"
초조해져서 신은 여자 바리스타에게 다시 물었다.
"그게, ..."
"주문하세요."
여자 바리스타가 뭐라고 대답하려는 것과 동시에 너무 낮지 않은 깔끔하지만 부드러운 남자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신의 시선이 새로운 등장인물에게 향하는 건 당연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크지도 작지도 않은 눈꼬리가 길게 늘어지듯 살짝 내려간 쌍거풀 없는 눈이 어딘지 익숙했다. 얼굴의 윤곽하며 왼쪽으로 코끝이 살짝 기울은 것도 그렇고, 어... 혹시... 셔츠를 걷어올려 드러난 오른쪽 손목 안쪽의 뚜렷하게 큰점을 보니 번뜩 기억이 났다. 신은 눈이 동그래져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마스크로 입을 가려 얼굴의 정면을 다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며칠전 감기몸살로 약국에 들렀던 남자다. 저렇게 생긴 얼굴이었구나. 입까지 확연하게 드러난 남자의 모습은 보편적으로 잘생긴 건 아니었지만 분명, 어디 내놔도 인기가 있을 법했다. 그저 기억에 있는 사람을 봐서 살짝 놀라 그저 쳐다보았을 뿐인데 신의 시선을 오해했는지 착각했는지 모를, 묘한 표정으로 남자가 신을 마주 쳐다보자 너무 노골적으로 쳐다봤나 싶어 신은 시선을 여자 바리스타에게 돌린 채 입을 열었다.
"카푸치노 아이스로 주세요."
"네, 잠깐 기다려 주세요."
대답은 여자 바리스타가 했지만, 아는 척인지 아닌지, 알듯 모를듯 남자는 아주 살짝 왼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내리더니 커피머신으로 향했다. 뭐지, 저건? 그냥 아무 의미 없나? 여자 바리스타가 계산을 해주자 신은 출입문 근처의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꾸 감기는 눈을 어거지로 힘주어 뜨고 있었더니 극심한 피로함에 눈이 아팠다. 빌어먹을 자판기는 왜 자꾸 고장이 나고 난린지 모르겠네, 진짜. 짜증스레 생각하며 뻑뻑한 눈을 감았다.
"그 약국은 문을 일찍 여나 봐요?"
잠깐 눈을 감은 사이 저도 모르게 졸았는지 다가오는 기척도 느끼지 못한 탓에 느닷없는 남자 목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라 번쩍 눈을 뜨며 신은 숨을 들이켰다. 어찌나 놀랐는지 울컥 짜증이 일었지만 꾹 참고서 겨우 대답했다.
"아, 네."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신은 못 느꼈겠지만 남자의 눈엔 몸을 흠칫하는 게 놀란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