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안아 주세요

35 그리고 142일

by iAliceblue




한결같이,

변함없이,

처음처럼,

나는 이 단어들에 유난히 애착을 느끼고

또한 유난히 집착한다.

한결같은 애정,

변함없는 애정,

처음같은 애정,

나에겐 이것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엄마'는 '마음'이 많이 아픈 사람이었다.

아픈 게 조금 덜한 날은

나와 눈을 맞추고 내 얘기도 잘 들어주는 다정한 '엄마'였다가

'마음'이 많이 아픈 날은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먼 곳 어딘가를 바라보며

당장이라도 나를 버리고 떠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오늘의 '다정'했던 사람이

내일은 '무관심'해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언제라도 누군가의 '마음'에서 버려질 거라는

예정된 '이별'을 매일 되새기며 사는 것과 같은

두려움이었다.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워

'오늘'이 끝나지 않기를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기를

그렇게 '오늘'만 매일매일 계속 되기를

그렇게 마음 속으로 주문을 걸고 또 걸고,

하지만 내 마음조차 내 의지를 벗어나 지키기 힘든 일인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붙잡아 지키는 일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내가 무언가에도, 누군가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게 된 것은.

어차피 처음처럼 지키지도 못할 마음에

감정을 쏟고, 시간을 쓰고, 노력을 한다는 것이

어쩐지 쓸쓸한 일처럼 느껴졌다.

어차피 돌려받지도 못할 마음,

어차피 알아주지도 않을 마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 버릴 마음, 이라는 것은

'마음'이 다하면 버려질 소모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에게 '마음'은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마음'은 '마음'의 일이었다.

그런 '나'라도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은

어딘가에 있었다.

비록, 늘 '지겹다'는 말로 끝나긴 했지만.

처음엔 '지겹다'는 말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어떻게 '사랑'이 지겨울 수가 있지?

어떻게 내 '마음'이 지겨울 수가 있지?

나는 그저 '한결'같을 뿐인데.

그런 생각이었다.

변한 사람이 나쁘다고도 생각했다.

왜 '마음' 하나 지키지 못하지?

라고 원망도 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진리다.

왜냐하면 이제는 알겠으니까.

나는, '한결같이, 변함없이, 처음처럼' 이라는 말에

'강박'처럼 '집착'했던 거다.

내가 지키려고 발버둥 쳤던 건,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랑'을 하는 내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보다는,

절대 변하지 않겠다는 '마음'.


어딘가에는 있을지도 모른다.

'한결같이, 변함없이, 처음처럼',

시간이 흐르고

세상 모든 것들이 변해간다 해도

그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절대 변하지 않을 '마음' 하나쯤은.

하지만 그 '하나'가 꼭 나의 것이 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 '하나'가 꼭 '나'일 필요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한순간에 쉽게 사람이 변할 수는 없다.

나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믿고 싶으니까.

나에게도

'한결같이, 변함없이, 처음처럼'

그런 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너무도 간절히 바라고 원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다른 사람의 '마음'에 기대어 연연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와는 다르듯이

'오늘'의 내 마음이, '어제'의 내 마음과는 다르듯이

그렇게 사람이 변해가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 건 없다.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어제' 보다는 '오늘'의 내가,

더 나은 사람이기를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내가,

더 멋진 사람일 수 있기를.

비록 많은 것이 변해간다고 해도

매일매일 더 나은 사람으로 '진짜 어른'이 되고 싶은

그 '마음'만큼은 변하지는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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