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안아 주세요

36 그리고 66일

by iAliceblue





요즘 '엄마'가 빠져 있는 게 있다

뒤늦게 왜 그런 것에 빠졌는지 모르겠지만 호기심으로 시작된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바로 '페이스북'이다

나는 sns를 하지 않는다

물론 sns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때에, 호기심에 계정을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채 며칠도 되지 않아 시들해졌다

내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놓고 여기저기 나의 그런 말들이 옮겨다니는 게 싫기도 했거니와

표정도 없는 평면의 문자로 씌여진 생각들이 어떻게 와전되서 오해를 불러일으킬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자신의 일상을 일기처럼 드러내놓고 있는 모습들이

관심받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엄마'가 말헸다

페이스북을 하다 보니 '좋아요'를 클릭해주는 것에 대해 압박감이 느껴진다고.

별 의미 없는 이야기들,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들에도 '좋아요'를 눌러줘야한다는 것에 일종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뜻이었다

나는 '엄마'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

아무리 '친구'를 맺었다고는 하지만 공감되지 않는 말들에 어째서 '좋아요'를 눌러줘야 하는 걸까?

내가 sns를 하지 않아서 이해를 못하는 건지 '엄마'가 sns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다

단지, '엄마'와 나의 성향이 달라서 그런 걸까

궁금해서 '엄마'한테 물었던 적이 있다

대체 남의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을 왜 그렇게 들여다 보고 있으냐고

'엄마'의 대답은 간결했다. 궁금해서.

글쎄, 나는 타인의 사생활에 관심을 기울이는 성격이 아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왜 궁금한지 여전히 모르겠다

사생활은 말 그대로 사생활이다

물론, 친한 친구의 안부나 생활이 궁금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일면식이라고는 전혀 없는 sns 상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 계정들을 파도 타듯 타고 들어가 그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싶은 궁금증이나 호기심은 생기지 않는다

무엇보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데 고작 클릭 한 번으로 '친구'라는 관계가 맺어진다는 건 허망한 일이다

'친구'라는 의미가 언제 그렇게나 변질되었을까

'친구親舊'라는 뜻은 본디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 온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었던가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친구'를 맺고 무언가 마음에 차지 않으면 다시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친구'를 끊어버리는

그런 관계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과연 '친구'라고 할 수는 있는 걸까


'엄마'는 결국 '좋아요'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친구'를 끊었다고 한다

이게 비단, '엄마'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모두 똑같이 그러할 것이다

쉽게 '친구'가 되고 쉽게 '친구'를 끊고.

혼자이기는 싫고, 무분별하게 '친구' 신청을 하고 '친구'를 맺어 이만큼 '친구'가 많은 스스로를 대단히 좋은 사람이라고 단지, 보여주고 싶은 과시욕은 아닐까


어렸을 때에는 나도 그랬던 적이 있다

원래 성격 자체가 너무 내성적이고 비사교적이라 '친구'를 사귀는 일은 늘 버거웠다

'내가 성격이 안 좋아 이런 걸까' 싶은 자괴감에 조금이라도 친해지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서든

힘겹게 유지해보려고 그렇게 많은 '친구' 관계를 만들어보려고 안달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매달린 관계는 오래 가지 않았다

핸드폰의 연락처는 늘어났지만 나는 공허했다

'친구'라는 사람들과 만나서 어울리다 돌아오는 길의 그 적막감은 말할 수도 없이 더욱 외로웠다

어설펐던 '친구' 관계는 맺어졌다, 끊어졌다를 반복했다

어느 누구와도 진정한 의미의 '친구'는 불가능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나답지 못하게 다른 사람인 척, 하는 것이 더 외로운 일이라는 것을

'친구'가 많다고 해서 꼭 좋은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그런 관계에 의지해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누군가에게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나는, 그냥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많은 시간을 돌아서야 결국 알게 되었다

물론, '나'라는 사람은 여전히 단점이 많은 사람이지만, 그 많은 단점을 상쇄시킬 만한 장점도 분명 몇몇 있을 것이다



내 나이만큼, 집에서 '주부'로 살아온 '엄마'에게 지금 이 순간은 아마도

내가 사회 초년생일 때 겪었던 '친구' 관계에 대한 시행착오가 아닐까 한다

지금 내가 '엄마'에게 그런 관계가 얼마나 공허하고 무의미한 시간 낭비인지 아무리 이야기해 준다 해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단지, 혹시라도 '엄마'가 그런 관계에 상처받을 일이 없었으면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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