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더하기 상상

Chapter 2.

by iAliceblue

아침 공기가 사늘했다. 그런데 공기 냄새는 풋풋했다. 마치 봄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다. 2월도 중순을 지나 3월을 앞두고 있으니 당연한 건가. 여전히 몸이 저절로 움츠러드는 추위였지만 공기냄새가 좋아 기분도 따라 좋아졌다. 봄햇살, 아침이슬을 대롱대롱 머금은 풀내음 같은 푸릇한 봄공기를 떠올리면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 하늘하늘한 벚꽃의 은은한 풍경은 더 아찔하게 좋다. 괜시리 기분이 고조되어 만면에 미소를 감출 수가 없다. 우와, 이 커피향 환장하게 좋다. 신은 본능적으로 커피향의 근원지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물론 커피향은 무조건 좋기는 하지만 굳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바리스타는 아니라도 그래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라도 배운 게 있다 보니 지금 이 커피향이 얼마나 좋은지는 알겠다. 이렇게 맛있게 향 좋은 커피가 뜸해진지도 몇 달이 되긴 했다. 구남친과 완전히 연락을 끊은 후로는 로스팅 잘된 품종 좋은 원두를 얻어먹을 곳도 없어졌으니. 커피에 대해 생각하자면 언젠가부터 구남친이 떠오른다. 이젠 기억에 그 얼굴도 희미해졌는데 커피는 곧 구남친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문득문득 머릿 속을 스치는 기억들이 있다. 그리운 건 아닌데 무언가 공허해지는 건 무슨 감정일까. 어쩔 수 없이 애써 노력한 보람도 없이 감정이 식어버렸다는 이유로 억지로 도려내어져 갈곳 없어진 마음이 아직 남아서일까. 아니면, 그의 감정이 식은 게 먼저였는지, 다른 사람이 그의 눈에 들어와 감정이 식은 것이었는지 풀리지 않은 의구심이 남아서일까? 미처 마침표를 찍기도 전에 연락하고 지냈다던 얼굴도 모를 여자 때문에 처음에는 화가 나기도 했고 분하기도 했다. 그렇게 끝나버린 게 모두 그 여자 탓인 것만 같아서. 그러나 격하게 요동치던 감정들은 일주일도 채 가지 않았다. 그저 풀리지 않은 의구심 하나만이 가끔 떠오를 뿐. 덜컥 아이가 생겨 1월에 상견례를 한다 했으니 이제 그 여자와 결혼까지 했을지도 모를텐데 그딴 의구심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심란한 생각에 초점없는 시선을 방황하던 신은 익숙한 얼굴과 눈이 마주치자 몹시 놀랐다. '그 남자'다. 커피숍의 '마스터'라는 남자. 이 커피향이 저곳에서 나는 거였구나. 하긴 이 근방에 이렇게 향이 좋은 커피숍이 잘 없지. 놀란 마음을 다스리며 그냥 모른 척 쌩 지나치기도 뭣해 신은 어색하게 짧은 웃음으로 고개만 까닥하고는 도망치듯 걸음을 재촉했다.

아침부터 이어진 생각은 하루종일 계속되서 궁금한 마음에 구남친의 카카오톡 프로필까지 들여다 보게 되었다. 집 안의 인터폰에 뜬 그의 얼굴을 찍은 사진은 결혼한 여자가 찍어준 것이 분명해보였다. 참 이상도 하지. 이상형과는 한참은 먼 사람이다. 신이 좋아하는 공룡상도 아니고 큰 키도 아니고 중저음의 목소리도 아니다. 얼굴 윤곽이라고는 드러나지 않은 둥글둥글한 얼굴에 키도 150 센티미터가 겨우 넘는 신과 비슷하고 하다못해 빵빵하게 배까지 나왔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정말이지 전혀 신의 이상형과는 정반대였다. 그런데 설렜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도 믿지 않고 그래본 적도 없지만 뽀글뽀글하게 펌까지 한 머리의 그에게 왜 설렜을까.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프로필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지금도 어째서 미운 구석이 없을까. 아직 좋아하는 감정이 남은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밉지도 않다. 그저 간간히 떠오르는 기억들이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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