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혐오자들
나와 제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다. 내 동생이 아니었으면 아마도 평생 볼 일 없던 사람이다. 살던 동네도 다르고, 전공도 다르고, 식성도 다르고, 좋아하는 정치인도 다르다. (그래도 다툰 적은 없다.)
우리에게는 딱 하나, 공통점이 있다. 우리는 모기를 극도로 싫어한다. 거기에서 파생된 공통점도 하나로 친다. (아래 문장들에서 생략된 주어는 모두 "나와 제부"임을 밝혀둔다.)
모기가 출몰하는 시기에는 거실, 방방마다 모기채를 비치한다. 잘 때는 머리맡에 모기채를 두고 잔다. 한밤 중 업어가도 모르게 쿨쿨 자다가도, 웨에엥 하는 음흉한 그놈 소리를 듣는다면? 엄청난 반응속도로 각성하고 거의 동시에 적의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문과 창문을 닫고 비장한 각오로 불을 켠다. 같이 자던 이들이 찡그리며 불평불만을 해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직 그놈을 잡아야 한다는 일념뿐이다. 목격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우리의 행동 패턴은 놀랄 만큼 유사하다.
나의 신기록은 연속 3일 간 모기 잡다가 2시간 잤던 것인데, 아무리 제부여도 내 기록을 깨지는 못했을 거다. (혹시 깼을까 봐 물어본 적은 없다.) 그러나 모기에게 날린 독설에서 또다시 놀랄만한 공통점을 찾았다.
당연히 모기에게 전기 충격형을 집행할 때에는 두 번, 세 번 거듭하여 확실히 한다. 잠시 기절했다가 다시 살아나서 또다시 내 피를 빨아대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단전의 힘을 끌어모아 내뱉는다.
이 개 X끼.
동생이 대꾸했단다, 모기가 어째서 개냐며. (우리 남편은 자느라 못 들었는데)
덧) 요즘 들어 쌀쌀한데, 글쎄 엊그제 안방에서 모기를 잡았어요. 올해는 가을모기가 극성이네요. 모기 잡는 팁 하나 알려드릴게요. 자다가 모기 소리를 들으셨다면 손뼉을 세게 한 번 치세요. 짝! 소리에 깜짝 놀란(?) 모기가 근처에 앉게 되어 쉽게 잡을 수 있어요.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