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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포 golfo May 08. 2020

두려움을 극복하고 내 인생을 찾는 여정으로의 출발

<나도 작가다> 나의 시작, 나의 도전기

 시작이 반이면, 나는 이미 인생의 절반을 살아온 것 같다. 나의 시작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내 인생을 찾는 여정으로의 출발’이었다. 학창 시절, 누구나 그랬듯이 남들이 세워 놓은 길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친구들이나 어른들이나 누구나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고 외쳤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따져보지도 않고, 당시에 취업 깡패라고 불리던 기계공학과에 지원했다. 처음 대학에 가고 나서는 충격을 받았다. 학과가 나랑 너무나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1학년 때 성적은 바닥이었다. 4.5점 만점에 2.1점으로 조금만 더 낮았으면 학사경고를 받을 수도 있을 점수였다. 이것은 내 인생을 스스로 살펴보지 않고 맹목적으로 남들의 말을 따른 것에 대한 벌이었다.

 성적순으로 줄지어 봤을 때 나는 줄의 가장 뒤에 서는 필요 없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처음으로 인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과연 대학에서 성적이 낮은 나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인생의 패배자인 것일까? 그런 나를 구원해준 것은 소통이었다. 학교에서는 필요 없는 사람이었지만, 책을 읽으며 작가님들과 진심이 담긴 소통을 했고, 그림을 그려 sns에 그림 계정을 운영해 사람들과 소통했다. 학교를 벗어나 책과 인터넷을 통해서 세계로 뻗어 나가는 소통은 나를 점점 더 즐겁게 했고 살아있게 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었다. 나는 공대생이었다. 공대에서 벗어나 내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내 본분인 공부도 제대로 못하는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반겨주는 분야가 있기는 할까? 남들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패배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아직 사회에 필요 없는 존재였다. 나는 다짐했다. 공대를 완전히 꺾어주고 나서 깔끔하게 이곳을 뜨겠다고.

 다른 활동을 전부 중단하고 공대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때라고 할 수 있다. 매일 울고 싶었고 포기하고 싶었다. 이렇게 해도 성적이 바닥일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그러나 계속 마음을 다잡았다. 이 시간은 내 인생과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건 피 튀기는 승부였다. 이때는 여자 친구를 비롯한 많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결국, 4.5점 만점에 3.89점이라는 점수를 얻어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해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도움도 많이 받았고 운이 좋아서 성적이 잘 나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공대를 떨쳐내고 싶었지만, 도망치는 것만 같았다. 다음 학기, 나는 결국 재도전을 시도했다. 이번엔 최대한 스스로의 힘으로 하기 위해 노력했다. 직전 학기에 눈물 흘려가며 공부한 힘든 시기가 자꾸만 떠올랐고, 그곳에 내 발로 다시 걸어 들어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나를 믿어주기로 했다. 이번 학기만 성공하면 다시는 내 인생에 공대는 없다고 생각하며 이 악물고 공부했다. 그리고 4.5점 만점에 3.93점을 받으며 공대와 완전히 작별할 수 있게 되었다.

 내 고군분투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일은 아니다. 학점을 잘 맞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보이지 않는 혈투는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더 이상 내가 필요 없는 존재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당연히 공대면 전공을 살려야 한다는 다른 이들의 고정관념을 깨끗이 씻어버리고, 비로소 내가 원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뭔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은 아니다. 그나마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던 학교를 내 손으로 직접 떨쳐버리면서 내 앞날엔 미지수가 더 많아졌다. 그러나 이제 내 인생은 남들이 세워놓은 기준을 좇는 것이 아닌, 내 손으로 직접 쟁취한 내 것이었다. 나는 소통과 관련 있는 일들을 마구잡이로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공대생이었던 터라 정보를 접하기 쉽지 않았지만, 학교 내의 교양 교수님들과 첨삭을 해주는 선생님들이 도와주셔서 점점 활동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었다. 그 뒤로 소셜 기자단과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을 하고 소설 창작 수업을 들으러 다니고 있다. 편집자 준비를 위해 책을 읽고 기록해 놓고 한자와 맞춤법 공부도 하는 중이다. 꾸준하게 그림을 그려 sns 계정을 운영하며 굿즈 상품도 준비하고 있다. 누군가가 보면 취업할 수 없는 잡종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림을 계속 그려 일러스트레이터가 될지도 모르고, 그렇게 좋아하던 책을 많이 공부해 출판사에 편집자로 취업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소설을 계속 써서 등단에 성공할지도 모른다. 이 중 그 무엇도 되지 못할 수도 있고, 다른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이제 학점으로 줄 지어놓은 일직선상 위에 있지 않다. 나는 용기를 내어 도전했고, 내 인생을 찾는 여정을 시작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살면서 처음으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되고 매일이 즐겁다는 것이다. 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작하지 못하게 만드는 두려운 것을 제대로 직시하고, 부딪혀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2020.05.08. 골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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