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웃게 하는 법을 아세요?
세상에 좋은 것 참 많지만, 아무래도 가장 좋은 건 어린이의 웃는 얼굴입니다.
온 얼굴을 찌그러뜨리며 웃는 어린이, 책상이나 친구를 쿠션 삼아 빵빵 때리며 웃는 어린이, 교실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워 어제 빠진 이빨 구멍이 그냥 다 드러나게 웃는 어린이, 낄낄 꼴꼴 희한한 웃음소리로 또 다른 웃음을 전염시키는 어린이, 볼따구가 볼록, 콧구멍이 발랑, 볼우물이 쏘옥 패이는 어린이의 웃음. 어린이는 어떻게 웃어도 다 좋고 다 예쁩니다.
어린이는 언제든 웃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웃음에 전염성이 있다면 어린이에겐 웃음 항체가 없는가 봐요.
요즘 우리반 칠판 당번 재현이가 점심시간 칠판에 하나씩 틀린 문장을 써놓기 시작했습니다.
‘애들아 밥 마시께 머거’
참 시시하죠. 이걸 보고 웃는 어른이 있을까요? 그런데말입니다...
“푸하하 저것 봐봐!”
“아 진짜, 맞춤법 뭐야아~”
교실 여기저기서 깔깔대고 난리가 납니다. 겨우 이거 갖고 웃겨 죽습니다. 그때, 1학기 회장 준호가 카리스마 있게 의자를 박차고 일어납니다.
“야! 최재현! 맞춤법이 틀렸잖아!”
성큼성큼 칠판 앞으로 나오더니 글자를 하나 삭 고치고 자리로 돌아갑니다. 돌아가는 준호의 볼이 볼록합니다.
‘예들아 밥 마시께 머거’
애들이 또 한 번 뒤집어집니다. 맞춤법에 약해 웃음 포인트를 놓친 지윤이도 친구들이 웃으니 그제야 안심하고 살풋이 따라 웃네요.
어린이는 이토록 웃음에 무방비합니다. ‘똥, 설사, 대머리, 코딱지..’ 이 글자를 근엄한 표정으로 읽고 있다면, 안타깝게도 당신은 비로소 웃음균에 내성이 생긴 어른이 되고만 겁니다.
이 밖에도 어린이를 웃길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팔에 입 대고 방귀 소리 내기(단 1초만에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소리가 길고 추잡할수록 어린이를 자지러지게 할 수 있음), 이제는 클래식을 넘어 전설이 되어버린 ‘똥, 방구, 설사’ 얘기, 겨드랑이와 발바닥 간지럽히기, 코 밑에 수박씨 붙이기, 이름 틀리게 부르기, 웃긴 춤 추기, 이빨에 김 끼우기 등 어린이의 웃음 코드는 정말 종잡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때그때 다양한 조합으로 시도해 보길 권해드립니다.
이렇게 웃음에 너그러운 어린이들이지만, 요즘 어린이의 건강한 웃음은 오히려 줄어든 것 같아요. 학원 시간을 기다리며 옹기종기 구석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인 채 제각기 취향에 맞는 영상을 들여다보며 혼자서 쿡쿡 웃음짓는 어린이가 많이 보입니다. 아니, 웃음마저 어른들을 따라가면 어떡하나요?
나홀로 웃음도 간편하고 좋지만, 역시 함께 하는 웃음이 좋지요. 오래오래 이야깃거리가 되는 웃음, 눈동자와 눈동자가 손뼉처럼 짝! 마주치는 웃음, 친구와, 언니와, 아빠와, 선생님과 다같이 배꼽 잡고 와르르 무너지는 웃음소리가 교실마다 집집마다 거리마다 팔랑 팔랑 날아다니면 좋겠습니다.
하늘에 풍선도 뭉쳐 날면 더 예쁘듯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