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과 시선의 변화
어쩌겠어요, 난 이런 사람
어제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어디라도 가고 싶었던 것 같다.
작년 크리스마스쯤 친정에 간 이후, 해가 바뀌고 처음 들렀다. 올해 구정에 2차 동위원소 치료를 하기 위해 음압병실에 입원 중에 코로나 발생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 9개월을 사람 안 만나고 아이들과만 지내는 중이다. 셀프 격리 독하게 하는 딸내미 때메, 엄마는 집에서 마스크 쓰고 우리를 맞이해주셨다.
실내공간에 머물 수 없기에 간식 싸서 한강 나들이.
집 앞이 한강인데도, 젊을 땐 왜 이 좋은 곳에 오지 않았던 걸까 싶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중 하나는 자연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예전엔 미처 눈에 들어오지 않던 주변 곳곳의 풍경들이 새삼 내 앞에 바짝 다가와 앉아 있음을 종종 경험한다. 그것들은 오래전부터 늘 그 자리에 있어왔을 텐데, 나의 시선의 변화로 인해 이제야 내게 보이기 시작했을 뿐이겠지.
이번 주부터 주 2회 등교가 시작되자, 아이 친구 엄마가 학교에 보낼 거냐며 물어온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마스크 씌어 교실에 둘 수가 없다는 답을 보냈다. 이 하늘과 햇살은 지금 뿐이니까.
어쩌겠어요, 난 이런 사람인 걸.
모두 이 날씨만큼 반짝이는 하루가 되기를.
#한강나들이
#가을하늘
#날씨맑음
#엄마일기
#시선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