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창문에 그림처럼 꼭 맞게 걸려있는 가을색에 시선을 빼앗겨버렸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집으로 돌아가야 했었는데, 이 창을 바라보며 차 마시며 가만히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자연이 만들어 낸, 이 아름다운 색들의 멋진 조합이라니..
리조트 뒤 숲 속에서 한참을 뛰놀던 아이들 역시 이 멋진 숲을 두고 갈 수가 없다 했다. 아이들을 핑계 삼아 하루 더 머물기로 하였다. 어쩌면 내가 이 풍경을 두고 가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 더 솔직한 심정일 게다.
늘, 계획하지 않고 무작정 떠나보는 여행을 하는 편이지만, 그러기에 더 좋은 것 같다.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고 한 곳에 며칠을 머물며 걸어보는 시간들. 관광 아닌 느린 발걸음의 여행 방식을 선호하고 늘 그렇게 해왔었다.
숲에서 놀다 내려오며 큰 아이가 말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숲에서 노는 게 재미있어! 숲이 좋아졌어!" 앞으로의 아이의 삶 속에 언어로 설명조차 부족한 자연이 주는 무한한 감동들이 스며들기를 늘 바라곤 한다.
기분 내킬 때 불쑥 언제든지 떠나곤 하는 엄마 덕에, 아이들은 아빠의 빈자리를 늘 아쉬워하곤 한다. 주변을 돌아보며 다들 아빠랑 왔다고 할 때면, 다른 엄마들은 혼자서 못 떠나오는 거야로 변명 아닌 변명을 해댄다. 모든 엄마가 아이들만 데리고 여행을 다니진 않는다며, 나를 용기 가득한 엄마로 치켜세우곤 한다. 언제든지 홀로 떠날 수 있는 용기를 너희들도 가지기를 바란다 말하면서..
아이들과의 나 홀로 여행은 둘째 돌 즈음, 독박 육아의 우울증에 허덕일 때 시작되었다. 돌쟁이 안고, 5살 큰아이 손에 잡고, 다른 손에 캐리어 끌며 제주도에 가서 열흘을 보냈었다. 그 이후로, 꽤나 빈번히 아이들과의 여행을 떠나곤 했었다. 그것이 끝이 보이지 않던 육아의 긴 통로 안에서 유일한 탈출구였던 것 같기도 하다.
익숙한 내 공간을 떠나는 과정은 새로운 공기를 들여와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창의 기능을 발휘하니, 내게 있어 여행은 단순히 일상 탈출만의 의미는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