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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대문 농린이 Jun 21. 2019

So far, so Good!

나이로비 맛집 탐방 : 바리스타 앤 코(Barista&Co.)

  겨울이 찾아오면서 활동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겨울잠에 드는 개구리처럼 소파에서 움직일 줄을 모른다. 한국처럼 바닥이 따뜻한 보일러도 없다 보니 땅에 발을 딛기조차 싫다. 한창 추워지기 시작한 2주 전부터 소파 붙박이가 되어 회사-소파-침대만 반복한 것 같다. 이 정도 추위에도 이러고 있는데, 한국의 겨울은 어떻게 이겨냈었나 싶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해가 쨍쨍했다. 두꺼운 외투를 걸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따뜻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뜻함에 알 수 없는 활기가 돌았다. 아침 일찍 저절로 눈이 떠졌고, 일치감치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여느 때처럼 아트카페나 가볼까-하다가, 이 햇빛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동네를 조금 벗어나, 새로운 카페로 향했다.


Barista & Co. Specialty Coffee Roasters

왼쪽부터 GATEAU OF THE DAY(오늘의 케이크), 바닐라 라떼, 그리고 메뉴판. 오늘의 케이크는 매일 다르므로, 직원에서 물어보면 가능한 종류를 알려준다.

  바리스타, 근처에 커넥트 커피(Connect Coffee)라고 커피가 맛있기로 유명한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는데, 그 카페에서 일하던 직원들을 섭외해서 인도인이 차린 카페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카페 디자인이며, 메뉴며, 곳곳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감성들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다.

  반면 퍽퍽하고 단단한 케이크라던가 샐러드 종류 등, 케냐 카페의 특징을 잘 녹여낸 부분들도 보인다.

  가장 케냐스러운 부분은 라떼 잔이 아닐까. 처음 케냐에 와서 따뜻한 라떼를 시켰을 때 꽤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케냐에서는 따뜻한 라떼도 투명하고 긴 유리잔에 담아낸다.(모두 그런 건 아니다.) 대신 유리잔에 손잡이가 달려있다. 처음 라떼를 주문했던 날, 유리잔이 나오는 걸 보고 잘못 나왔구나 싶어 '저기요!'하고 종업원 분을 불러놓고 나서야, 잔을 만져 따뜻한 음료가 맞다는 걸 알았다. 

  분위기도 괜찮다. 모든 좌석이 오픈식인 매장으로, 근처에 시끄러운 곳이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 있지는 않아 조용하다. 또 네덜란드 대사관과 같은 건물에 위치하고 있어, 보안 측면에서도 안심할 수 있다. 네덜란드 대사관이 있어서 그런지, 이용자는 대부분 외국인들이다. 다들 브런치를 즐기러 많이 오는 듯하다.


아메리카노와 플랫 화이트. 나쁘지 않았지만,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쉬운 건, 커넥트 커피와 비교를 하게 되어 그런지 모르겠으나, 전체적인 퀄리티와 가성비를 생각했을 때는 커넥트 커피가 더 낫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는 점이다. 커피의 맛이 나쁘진 않다, 하지만 커넥트 커피를 생각했을 땐 확연히 아쉽다. 잔받침이나 스푼 등의 디테일도 예쁘긴 하지만 실용성이 너무 떨어진다.


Classic Belgian Waffle, 벨지안 와플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커넥트와 상당히 비슷한 비주얼의 와플 메뉴가 있지만, 와플의 종류가 다르다. 과일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올라가는 정도의 공통점이 있으려나. 커넥트 커피의 와플은 두툼한- 보통 한국의 카페에서 파는 와플이지만, 바리스타의 와플은 한국의 길거리에서 흔히 파는 얇은 와플이다. 그렇다고 가격이 더 저렴하지도 않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커넥트 커피의 와플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내겐 너무 얇고도 작은 와플이 한없이 아쉬웠으나, 세상에 혼자서 완벽한 게 얼마나 있겠는가. 조용하고, 따뜻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고, 커피 향이 좋고, 하나하나 작은 소중한 것들이 모이니 완벽한 오후가 찾아왔다. 

  카페 직원분들부터, 손님들까지 모두 여유를 가지고 있다. 세상이 조용하고 또 느리게 흘러가는 기분이었다.  자리에 앉아 커피 혹은 브런치를 주문한 손님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눈다. 집안에서 겨울잠 자는 개구리마냥 웅크려있던 나도 어느덧 그들 사이에 끼여, 오랜만에 찾아온 햇살을 누리고 있었다.



Barista & Co. Specialty Coffee Roasters


- 위치 찾는 법 : 구글 맵 'Barista&Co' 검색, Rivereside Dr 위치 (혹은 네덜란드 대사관 검색)

- 영업시간 : 오전 7시 - 오후 7시

- 연락처 : +254 724 896 442

- 가격대 :  아메리카노 250실링(한화 약 3천 원) / 조각 케이크 500실링(한화 약 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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