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빵은 폭발하지 않으니까 너무 떨 것 없어요!"
빵은 밀가루와 물, 이스트를 섞어 반죽해 구운 것이다. 기본 순서대로만 만들면 갓 구웠을 때는 굉장히 맛있고, 실패해도 별로 문제 될 것이 없을 정도로 맛 좋게 먹을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밀가루의 맛과 굽는 정도의 취향이 다르므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실험을 즐기라는 선생님의 당부인 것이다.
선생님의 그 말에 나는 '아차!' 싶었다. 나는 빵 만들기를 어렵게 생각한 나머지 '절대 실패하고 싶지 않다.'라고 생각하며 만들기 전부터 이런저런 걱정을 많이 했던 것이다. 빵 만들기라고 해서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보통 요리처럼 만들면 된다.
- 곤도 마리에, 《정리의 기술》
제목 그대로 '정리의 기술'을 다룬 곤도 마리에의 책에는 마리에가 자신의 고객이 운영하는 베이킹 수업에 참여해 빵을 만드는 일화가 등장한다. 빵을 처음 만들어 보는 수강생들이 지레 겁을 먹고 제대로 시도하지 못하자 베이킹 강사가 빵은 폭발하지 않는다며 수강생을 안심시킨다. 분명 빵을 만드는 이야기지만 빵을 만드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인생은 폭발해버릴 것 같은 빵으로 가득하다. 처음 해보는 일이 특히 그렇다. 철없고 겁 없는 어린아이처럼 기대감에 찬 눈빛을 하고 무슨 일이든 호기롭게 도전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어쩐지 갈수록 겁쟁이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남들이 맛있게 구워놓은 빵 냄새를 맡으면 입맛이 돌면서 열정이 피어나지만, 조금씩 반죽을 치대 보다가도 이내 빵 만들기가 역시 쉽지 않다고 느낀다. 그러면 역시 빵을 잘 굽는 이들은 대단하다며 그들을 동경할 뿐, 직접 만든 반죽을 구워서 완성하는 일은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된다. 굽지 못한 반죽이 늘어가고, 반죽조차 되지 못한 밀가루도 쌓여간다. 거기다 마리에가 언급했듯이 '절대 실패하고 싶지 않다.'라는 완벽주의까지 더해지면 더더욱 완벽하게 옴짝달싹 못 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하지만 빵은 폭발하지 않는다. 설령 못 먹을 정도로 빵을 태웠다 한들 빵을 만든 사람이 망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삶을 보는 관점을 바꾸어 구석구석에 포진한 두려움의 대상을 설렘과 기대의 대상으로 바라보자. 시험을 보고 면접을 보는 기분이 아니라 탐험하고 여행하는 기분으로 매일을 살아가자. 그날그날 빵을 굽고, 매일 달라지는 빵 맛과 코끝에 스치는 고소한 버터 향기를 즐기자.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끼며 잠자리에 드는 매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