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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연 Apr 07. 2023

애쓰지 않는 삶


  책과 강연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예전에는 무조건 더 열심히, 더 오래, 더 많이 일하는 것을 강조했다면 요즘은 힘을 덜 들이고, 더 짧은 시간 동안, 더 적게 일하는 것을 강조한다. 물론 반가운 일이다. 워커홀릭인 사람의 경우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죽어라 일만 하다가 지쳐 쓰러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힘을 덜 들이고 적게 일하는 것이 강조되는 이유는 그만큼 현대사회에서 지나치게 오랫동안 일하고 과도하게 열심을 내다가 번아웃으로 쓰러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학창 시절에는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말이 많이 떠돌았다. "그 시간에 영어 단어 하나를 더 외우겠다."라는 말은 일종의 대명사처럼 느껴졌다. 급식실에서 배식을 기다리면서도 단어장을 들고 영어 단어를 암기하라고 했고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에도 책을 읽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 말을 한 사람 중 하나는 평소에 도무지 영어 단어를 외우거나 책을 읽는 법이 없었다. 그 때문에 말에 신빙성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나는 그 말을 굳게 믿었다. 그래서 이를 실천하려고 여러 모양으로 애썼으나 내 시도는 실패에 그칠 때가 많았다. 매체를 통해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한다는 사람들을 보며 자괴감을 느낄 때는 더 많았다.


  지금은 적당히 애쓰며 살려고 노력한다. 한마디로 너무 애쓰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성실히 노력해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한다. 여전히 쉽지 않다.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지만 더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오히려 시도와 실천을 꺼리게 된다. 너무 거창한 계획을 세워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지 말고 매일 조금씩 하라고 해서 그 말대로 실천하다가도 쉽사리 진전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절망한다. 실천과 인내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글을 쓰다가 문득 해리 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한 말을 발견했다.


  "Don't try too hard to be something you're not."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려 너무 애쓰지 마세요."


  노력과 성실과 인내가 진정으로 빛을 발하는 순간은 더 나다워지기 위해 나아가는 때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기 위해 성실히 노력하고 인내해 봐야 힘만 들고 헛수고로 돌아가는 때가 대부분이다. 반면 나다워지기 위한 노력은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노력이라 해도 남들이 정한 기준에 맞추려고 할 때보다는 힘들고 지난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애쓰지 않는 삶의 진짜 의미는 무작정 아무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나태한 삶이 아니라 나다워지려 애쓰는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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