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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연 May 13. 2023

노예가 아닌 주인의 삶(론다 번, 『위대한 시크릿』)


  당신은 자기 자신과 당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니다. 노예처럼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해야 할 사람이 아니다. 월급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고생해야 할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거나 타인의 인정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 이것이 진실이다.


  - 론다 번, 《위대한 시크릿》



  사람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라면 '내 삶을 내가 통제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꼽을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기를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다. 부모도, 환경도, 타고난 재능이나 외모도 무엇 하나 자기 뜻대로 고를 수 없다. 이렇게 자기가 선택하지 않은 요소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열패감에 빠지기 쉽다. 자수성가하거나 이런저런 방법으로 외모를 가꾸는 등 타고난 요소를 훌륭하게 극복해 내는 사람도 분명 있지만, 당연히 타고나는 것보다야 어렵고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영양가 없이 불평이나 늘어놓고 싶지는 않으니 반쯤 체념하고 살다가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종종 '이렇게 생겨먹은 걸 어떡하라고!' 하는 억울한 외침이 솟아나기도 한다.


  한편 태어난 환경이나 외모처럼 정말 타고나는 요소 외에 선택의 영역임에도 행위자가 주체적으로 선택'하지' 못하고 남들에 의해 흐지부지 선택'되는' 영역도 상당히 많다. 어릴 때는 주로 부모가 자녀를 위해 대신 결정해 주는 경우가 많다. 정말 어릴 때라면 부모가 자녀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이가 자라면 자랄수록 부모는 아이에게 아이 인생의 키를 서서히 넘겨주어야 한다. 물론 말이 쉽지 실제로는 어려운 작업이지만, 어쨌거나 자녀 인생의 키는 반드시 자녀에게 쥐여주어야 한다. 잠시 맡아둔 것일 뿐 부모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내 눈에는 아직도 한없이 어린아이라는 이유로 혹은 여전히 내 울타리 안에 있다는 이유로 자녀에게 독립된 주체로서의 인격을 형성하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우물 밖으로 조금만 나와보면 세상에 얼마나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는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는데도 사회에서 정해놓은 인생의 루트는 그야말로 천편일률적이다.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선택을 하면 이상하다는 눈초리를 견뎌야 한다. 또 정해진 루트를 착실히 밟아나가다가도 중간에 장애물에 부딪혀 조금만 늦어지면 금세 '때가 너무 늦어버렸다'라는 말을 듣는다. 동기부여나 꿈, 목표 등에 관한 동영상을 보면 "제가 XX살인데... 사실 OO을 하고 싶은데 너무 늦은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라며 지레 겁먹고 걱정하는 댓글이 늘 심심찮게 보이는 이유다(게다가 댓글을 쓴 사람의 나이가 나보다 어리면 나는 더 늦은 것 같아 왠지 씁쓸해지는 건 덤).


  진로처럼 굵직한 사안이든 오늘 점심에 뭘 먹을까 하는 비교적 가벼운 고민이든 쉽사리 결정하지 못할 때 우리는 괴로워한다. 결정 자체가 어려워서일 때도 있지만, 분명 내 인생인데 내가 원하는 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남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다가 결국 그 누구도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 괴롭다. 때로는 차라리 감정 없고 의지 없는 로봇이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내 뜻대로 하지 못해 괴로울 바에야 자유 의지라도 없었더라면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바보 같지만 간절한 마음에.


  그래도 분명한 건 인간이 자유 의지를 지닌 생물이라는 사실이다. 때로는 덜컥 주어진 자유가 버거워 회피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온통 휘둘리기만 해서 도무지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절망스럽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독립된 주체로서의 인격을 지키기 위해서. 뭐든 시키는 대로 하는 노예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드러내는 주인의 삶을 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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