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아이에게 꼭 필요한
아날로그적 ‘습관'
누군가의 예쁜 ‘이것’을 보면 그 사람이 참 달리 보인다.
이미 좋게 보던 사람이라면 호감도가 더 올라간다.
PC나 스마트폰으로 소통의 대부분을 해결하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이것’은 이제 신선하기까지 하다. 디지털로는 전달할 수 없는 ‘이것’만의 감성이 있기 때문이다. 개성도 있겠다.
그래서인가 요즘 ‘이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했다고 한다.
바로 ‘손글씨’다.
디지털 시대에 손글씨가 주목받고 여전히 ‘살아남는’ 이유는 손글씨만의 힘과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손글씨는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고 싶을 때 그 힘을 발휘한다.
연예인이나 음식점 사장님, 연애 중인 커플이나… 결정적인 순간 무언가 어필하고 싶을 때 자필로 쓴 편지를 활용하지 않는가. 여기에 예쁜 글씨체는 분명 힘을 더 실어준다.
또 손글씨는 그 사람의 이미지도 전달한다.
앞서 사람이 달리 보인다고 했듯, 또박또박 정갈하게 쓴 글씨는 그 사람의 품성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런 이유로, 악필인 필자도 서른 넘은 나이에 서점에서 손글씨 교본을 사서 어린아이가 글씨 연습하듯 연습했던 적이 있다. 해보니 신경 써서 쓰면 어느 정도는 커버된다.
이런 일시적이 아닌, 기본적으로 ‘예쁜 손글씨’를 가지려면? 어릴 때부터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성인이 되어서는 자신만의 ‘필체’로 굳어져 교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글씨 쓰는 습관은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다.
지난해 10월 자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한 반에서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악필인 학생이 3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또 갈수록 손글씨 쓸 일이 적어지면서 ‘악필’로 굳어지는 어린이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어른도 손글씨 쓸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이미 스마트 기기와 디지털이 일상이 된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오죽할까. 전반적으로도 글씨 쓰기의 중요성 또한 점점 간과되는 것 같다.
예쁜 글씨체를 갖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어린아이일수록 정서와 발달을 위해서도 글씨 쓰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바른 자세를 잡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른 자세는 몸의 중심을 잘 잡도록 해주고, 손을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 즉 바른 자세는 바른 글씨의 기본이 되며, 몸과 마음 다스리기에도 도움이 된다.
아이의 뇌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손으로 글씨를 쓰면서 문장을 구성할 때와 키보드를 이용할 때 뇌의 활성화 방식이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수정이 자유로운 키보드와는 달리, 필기는 한 번 쓰면 수정이 번거롭거나 어렵기 때문에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나아가 문해력 발달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필기를 하게 되면 그 종이를 잃어버리더라도 내용을 떠올리기 쉽다고 한다. 어떤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기 쉽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보니 글씨 쓰기는 자산으로 이어지는 요소가 많은 행위이자 습관이 분명하다. 경쟁력으로도 발전시킬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디지털 시대에 간과하기 쉽겠지만 중요성을 생각하고 아이가 어릴 때 꼭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